- ‘기계와 공존’ 또 다른 부산 포착
- 고은사진미술관서 전시회
산업현장 사진가 조춘만(63)은 울산에서 태어나 10대 후반부터 현대중공업, 정유공장, 석유화학 등 산업현장에서 배관용접공으로 일했다.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 산 카메라에 취미를 붙였고, 결국 마흔 살 넘어 경일대 사진영상학과에 입학해 전문 작가가 됐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공장의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의 건조 장면 등 생산 현장을 사진에 담아냈다. 그는 압도적인 규모의 공장 구조물에서 강직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기계가 움직이며 뿜어내는 에너지를 사랑한다. 그의 카메라 뷰파인더에 최근 부산의 산업 현장이 구석구석 빨려 들어왔다. SF공상과학 영화 세트장 같은 공장의 모습, 철강을 단조하는 공장 내부의 스펙터클한 작업 광경, 신발 밑창을 제조하는 공정의 기계 장치들…. 온종일 기계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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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공상과학 영화 세트장 같은 공장의 외부 모습을 포착한 조춘만 작가의 ‘IK167322_구평동’.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이른바 ‘산업미’에 충실한 사진을 찍어온 그가 부산의 생산 현장을 찍은 신작들을 들고 전시판에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기록하기 위해 벌여온 연례기획 ‘부산 프로젝트’의 7번째 초청작가전 ‘인더스트리 부산’이다. 그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시설과 현장을 촬영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가 부산의 산업 생태계를 촬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1년 내내 부산을 돌며 찍은 근작 40여 점을 산업 외부와 내부, 디테일 그리고 항구와 선박이라는 4개 섹션으로 나눠 내건 이 전시는 다른 도시와 구분되는 부산의 산업적 특징을 포착했다. 거대한 크레인, 무엇이 담겨있는지 모르는 화려한 색감의 드럼통, 단정하게 줄지어 선 선박과 조정 장치를 포착한 사진이 그렇다. 잘 짜인 구조물과 강렬한 원색의 조화, 적절한 긴장감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공장 외부를 먼 거리에서 찍어온 작가의 카메라가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대상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거대한 철물의 단조 장면부터 볼트 등의 작은 부품까지 자세하게 조명한다. 작가는 “부산의 산업을 다양하게 보여주려면 공장의 내부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보면서 평소 볼 수 없는 기계의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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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을 단조하는 공장의 작업 광경을 담은 ‘IK197801_송정동’. |
그의 사진은 지역 대표 기업인 태웅철강, 동성화학, 동일고무벨트의 내부 모습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함축해 보여준다. 국숫발을 연상시키는 고무벨트들이 줄줄이 걸려있는 장면, 신발의 원료가 생산되는 공장 내부 모습, 사상구 신발공장의 기계장치 등에서 공장 내부의 치열함, 강도, 열기를 포착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부산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형성된 공장들로 인해 공장과 주거지역이 혼재돼 있다. 부산 경제를 이끄는 공장의 냄새, 진동, 현장 분위기를 담는 것이 즐거웠다”고 털어놓았다. 전시는 오는 8월 7일까지. 월요일 휴관. 051-746-0055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