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저승 넘나드는 전개 눈길
- 오늘부터 15일까지 부산국악원
지금까지 이런 작품은 없었다. 이것은 영화인가 국악인가. ‘왕갈비통닭’처럼 정체는 분명치 않지만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작품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13~15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상연되는 ‘꼭두’ 이야기다. 꼭두는 전통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품을 말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저승길을 안내하는 인물로 의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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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5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공연하는 ‘꼭두’에서 오누이(가운데)가 꼭두들과 만나는 장면. 부산국악원 제공 |
지난 11일 부산국악원 연악당 리허설 현장에서 꼭두를 만났다. 꼭두는 2017년 초연 이후 첫 지역 공연으로 부산을 찾았다. 부산국악원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다. 공연 티켓은 한 달 전에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영화와 국악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국립국악원이 영화 ‘만추’의 감독이자 배우 탕웨이 남편으로 잘 알려진 김태용에게 연출을 제안해 만들어졌다. ‘신과 함께’ ‘사도’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음악계를 대표하는 방준석 음악감독도 참여했고, 영화 ‘부산행’ ‘군함도’에 출연한 아역 김수안과 감초 연기로 익숙한 조희봉도 출연한다.
꼭두는 서로 다른 두 장르가 매끄럽게 교차한다. 영화와 국악의 세계를 각각 현실과 저승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남 진도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에서 서사가 전개된다. 수민(김수안)과 동민 남매는 강아지를 사기 위해 몰래 할머니 꽃신을 가져다 고물상에 판다.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마침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고 있다. 할머니가 꽃신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물상으로 간 남매는 고물 더미에서 꽃신을 잡으려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영상이 꺼지고 무대에 네 명의 꼭두가 등장한다. 망자의 시중을 드는 시중꼭두(조희봉), 길잡이꼭두, 광대꼭두, 무사꼭두다. 현실에서 환상의 세계인 저승으로 넘어온 것이다. 남매는 이들과 함께 꽃신을 찾기 위해 저승 여행을 시작한다. 이 세계는 국악원 무용단의 춤 사위가 빛낸다. 꽃들이 가득한 서천꽃밭에서는 화려한 부채춤과 장구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흐르는 강인 삼도천에서는 살풀이와 강강술래가 펼쳐진다.
두 세계를 효과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은 음악이 담당한다. 무대 바로 아래쪽에서 정악단과 국악단이 극의 흐름에 맞춰 라이브로 연주하고 가창자는 필요할 때 무대 양 끝에 등장해 노래한다.
특히 할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인생을 회상하는 장면은 영화와 국악의 조화가 압권이다. 시장 골목을 걷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따라가면서 과거 사진이 명멸하고 남도민요 흥타령이 흐른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꼭두 공연을 영화화한 ‘꼭두 이야기’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 데 이어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오는 29일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뉴욕 아시안 영화제 특별행사로 상영될 예정이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