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우동 아트소향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From the past’는 한국 미술에 깃든 한국성과 전통을 4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자리다. 권순익 김은주 이지숙 허경애 등 작가 4명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1950~70년대 생으로 군사정권의 흥망과 개발 독재정치, 고도의 경제성장 등 질곡의 역사를 경험하며 얻게 된 삶의 고민을 한국적이지만 현대적으로 작품 속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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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익 작가의 ‘적·연(積·硏)-틈’. 아트소향 제공 |
권순익 작가는 물감에 모래나 흑연을 섞어 동양적인 색감과 질감을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적·연(積·硏)-틈’ 시리즈를 선보인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영원으로 통하는 ‘틈’이 있는데, 그 ‘틈’이 바로 현재이다'라는 오쇼 라즈니쉬의 책 구절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신작들은 가장 마지막에 올린 색 아래로 과거의 파편들처럼 여러 겹의 색이 비치고 새어 나오며 깊이를 더한다.
부산 출신 김은주 작가의 작업은 연필이라는 흔한 재료를 반복적으로 마찰시켜 흑연을 쌓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압도적인 아우라가 느껴지는 작가의 작품은 수묵화에서 ‘먹’이 가지고 있던 깊이를 재해석하고 확장한다.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작가에게 작품의 외형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소재란 단순한 시각적 형상일 뿐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형상의 닮음이 아니라 아우라이며, 생명의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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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애 작가의 ‘N°COL09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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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작가는 조선의 ‘책가도’ 양식을 회화가 아닌 테라코타 기법으로 작업함으로써 기존의 책가도에서는 볼 수 없는 현대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책가도는 본래 예로부터 귀한 것, 혹은 상서로운 것을 상징하는 소재들을 자유로운 조형성으로 재해석한 전통회화 방식의 한 가지이다.
원색의 색감과 독특한 기법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목받고 있는 허경애 작가는 물감층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캔버스에 물감을 30겹에서 많게는 70겹까지 덧칠한 후 반복해서 칼로 긁어내리는 행위는 앞선 단색화 작가들의 동양적 수행 행위와도 같다. 오는 29일까지. (051)747-0715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