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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22> 역사의 바다, 통영과 한산도

수군 진지 있던 진두마을, 군량미 창고 지은 창동마을… 곳곳 임란 흔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6 19:16:0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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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삼도수군통제영 있던 통영
- 인근 수많은 섬 중 하나 한산도

- 이순신 장군 휘하 왜군격퇴 현장
- 한산대첩 ‘세계 4대 해전’ 꼽혀

- 접근 쉽고 뱃삯 싸 관광객 북적
- 많은 지명이 군사적 의미서 유래
- 제승당은 충무공 작전 짜던 곳

- 통영엔 동피랑 등 볼거리도 많아

‘받아들이다’라는 어원을 가진 바다는 흔히 교류와 전파의 통로로 여겨지지만, 실은 충돌과 갈등의 공간이기도 하다. 대항해시대라 불리는 15, 16세기에 유럽인이 바다로 나섰던 이유는 순수한 모험과 탐험이 아니었다. 대항해시대의 문을 연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는 이슬람 상인을 거치지 않고 인도의 향신료를 가져갈 무역로를 찾기 위해 수많은 뱃길을 개척했고, 그의 후원을 받은 자들이 탐험했던 지역은 식민지가 되었다.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항로 개척이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것도 무역 이윤을 위한 항로 개척과 해외영토 확장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이 발견이 아니라 원주민의 땅을 정복하고 약탈했던 것이었음을 상기하면 확실히 그렇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1492년 10월 12일을 미국은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하지만, 볼리비아나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일부 국가는 ‘원주민 저항의 날’, 우루과이 원주민은 그 전날인 10월 11일을 ‘마지막 자유의 날’로 기념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산도에서 배를 타고 통영항으로 이동할 때 보이는 풍경. 한산만 거북 등대와 통영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을 구해낸 바로 그 바다

동북아 해역에서도 당연히 충돌과 갈등이 있었다. 그 대표적 사건이 임진왜란이다. 이순신 장군이 우리나라 서남해안을 종횡무진한 덕에 오늘날 우리 삶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지자체에서는 이순신 관련 축제와 행사를 여는 호사를 누린다. 부산에서도 지난 4월 ㈔부산대첩기념사업회와 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이 ‘부산포해전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 학술대회를 열었다.

부산포해전은 조선 수군이 전라좌수영에서 부산으로 전진해 일본 본진의 군선 100여 척을 격파한 전투로, 조선으로 건너와 전쟁을 지휘하려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지를 꺾으며 임진왜란 초기 해전을 끝낸 중요한 전투였다.

그것은 옥포, 당포, 한산대첩에 이어 임진년 해전의 대단원이었다고 하는데, 이참에 그 이해의 연장선에서 한산대첩 현장을 둘러보기로 하고 역사의 바다를 찾아 통영과 한산도를 가보았다.

통영과 충무라는 시명(市名)이 삼도수군통제영과 충무공에서 각각 유래했음을 알면 통영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줄인 말로, 선조 37년(1604년) 통제사 이경준이 지금의 통영시로 통제영을 옮기면서 명칭이 시작됐고, 통영군이 시로 승격하면서 충무공 시호를 따서 ‘충무’라고 했다가 다시 통영이 됐다. 내가 어릴 적 충무라고 했던, 그래서 충무김밥의 고향이라고 알던 충무가 어느 날 통영으로 바뀌어 한동안 헷갈려했던 기억이 있지만, 원래 이름이 통영이었으니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부담 없는 한산도 나들이

이순신공원.
통영은 동피랑마을과 서피랑마을, 박경리와 유치환, 백석, 윤이상을 비롯한 작가와 예술가의 거리, 청마문학관, 해상케이블카, 해저터널, 삼도수군통제영과 세병관, 충렬사, 남망산조각공원과 이순신공원 등 자연과 문학예술,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광자원을 부지런히 발굴한 통영시의 노력에 더해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등으로 더 유명세를 누리는 인기 관광지이다.

여기에 욕지도 매물도 사량도 비진도 연대도 만지도 등 570여 개 섬이 한려수도임을 자랑하는 것을 보면 가진 것이 참 많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관광을 앞세운 섬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역사에서 참으로 중요한 섬 한산도가 있다는 사실은 많이 잊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한산도를 잊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웬걸, 현지에 가서 보니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이유가 좀 다르긴 했다. 현지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한산도는 역사성을 떠나 접근성이 좋아 방문객이 많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가 자주 운항하는 데다 승선 시간도 짧고 뱃삯도 저렴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섬도 돌아볼 수 있다.

한산도는 한산면의 65개 유인도와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큰 본섬이다. 특히 그 앞바다에서 한산대첩이 벌어졌으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휘하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했던 곳이다. 한산대첩은 판옥선 5, 6척을 보내 왜선 73척을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한 다음 그 유명한 학익진 전법으로 왜선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해전으로,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첩이자 살라미스해전(기원전 492~448년 그리스와 페르시아), 칼레해전(1580년 8월 6일 스페인과 영국), 트라팔가 해전(1805년 3월 30일 프랑스와 영국)과 함께 세계 4대 해전으로 꼽힌다.

■여전히 곳곳에 임진왜란 흔적

한산도 제승당 실내 모습.
과연 격전이 벌어졌던 곳인 만큼 마을 곳곳이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 수군이 진을 치고 삼도수군통제영과 연락했다는 진두(津頭)마을, 3000석가량 군량미를 비축했던 창고가 있었다는 창동(倉洞)마을, 삼도수군통제영 전선들이 정박했다는 입정포(立定浦)마을, 군복을 빨아 널어 말렸다는 의암(衣岩)마을, 해상전투에서 패퇴한 왜군의 도주 함선과 패잔병 일부가 한산만의 좁은 물길로 쫓겨 들어와 “바닷길이 열려 있는지” 물었다는 문어포(問語浦)마을, 문어포에서 속은 왜군이 수로가 막힌 것을 알고 산허리를 뚫고 도망하려고 개미 떼처럼 엉겨 붙어 파놓은 지형이 개미허리 모양 같다 하여 이름 붙은 의항(蟻項)마을 등등. 이런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의암마을은 옷바위, 의항마을은 개목 혹은 개미목이라고 불렸다는 등 주민에게서 들은 원래 지명 이야기가 더 재밌었는데 모두 한자로 바뀌어 아쉬웠다.

한산도 선착장 가까이 있는 제승당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했던 곳이다. 장군은 1593년 7월 15일부터 1597년 2월 26일 한양으로 붙잡혀 가기까지 3년 8개월 동안 이곳에 진영을 설치하고 왜적 소탕 작전도 짜고 총통(銃筒)과 같은 신무기 제작과 보급에 힘쓰는 등 모든 군무(軍務)를 관장했다. 이곳에서 1491일 분량의 ‘난중일기’ 중 1029일 치의 일기와 많은 시를 썼다. 방명록을 살펴보니, 내가 갔던 하루 동안에도 울산 충주 서울 광주 분당 수원 양산 부산 광양 통영 현풍 대전 장유 진해 김천 거제 창원 사천 구미 진주 시흥 청주 대구 등등 전국에서 방문객이 다녀간 것을 알 수 있어 신기하고 놀라웠다.

■감개무량 통영 바다

통영에서는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한산대첩 전투 군상이 있는 한산대첩광장, 거북선 모형이 있는 문화마당, 서피랑과 충렬사, 삼도수군통제영과 객사인 세병관을 보고 동피랑에 들러 이순신공원을 돌아보면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는 셈이다. 동피랑·서피랑마을은 단순히 예쁜 그림과 카페가 있는 벽화마을이 아니라 성을 잘 방어하고자 유리한 지세에서 대포를 쏠 수 있게 만든 동포루와 서포루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순신공원은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어, 바다를 굽어보고 있으면 감개무량하다고 할까. 그 옛날 치열했던 전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이 지금은 멀리 바다 위에 장식처럼 떠 있는 양식장 부표와 평화로이 오가는 여객선이 한 폭 정물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격동의 바다와 역사의 무게를 느껴보아도 좋을 것이다.

곽수경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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