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문학의 중요성·잠재력 주목
- “아픔은 약자에 쏠리는 현 구조
- 그들 이야기 쓰는 일은 필수적”
문학평론가 김대성(사진)이 “이 시대 문학은 ‘대피소’가 될 수 있으며, 대피소 구실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호소했다. 김대성 평론가는 최근 두 번째 저서인 평론집 ‘대피소의 문학’(갈무리)를 펴냈다. 336쪽의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 또는 책 전체를 감싸는 분위기는 ‘구조 요청’과 ‘대피소로서 문학이 가진 기능·가능성·의무’로 간추릴 수 있다.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줄 수 있는 대피소다. 대피소에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을 살리고 구한다. 한 잔의 물, 한마디의 말, 몸을 덮어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의 한 자락.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다.”(13~14쪽 머리말 중)
재난, 조난, 사고, 위험, 패배, 불능, 탈락 그리고 재기할 수 없음의 장면과 상황이 너무 많고 너무 잦으며, 이에 따른 아픔과 손실이 가난하고 약한 사람 몫으로 치명적으로 쏠리는 구조를 현대 한국 사회는 갖고 있다. ‘대피소의 문학’은 이런 현실과 그 뿌리에 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문학적 움직임으로도 독자에게 다가간다.
책의 제1부 ‘대피소의 건축술: 구조 요청의 동역학’의 첫 글은 제목이 ‘바스러져 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김대성 평론가는 르포 문학의 중요함과 잠재력에 주목한다. 지금 한국문학에서 르포 문학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관심도 지원도 덜 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건 르포가 긴급한 구조 요청에 서둘러 응답하는 글쓰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 요청에 대한 긴급한 응답은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흩어지지 않도록 옮겨 쓰는 일을 통해 성립한다.”(44쪽) 이런 르포 문학의 특징을 그는 ‘필사(必死)의 필사(筆寫)’로 표현했다.
이어지는 글 꼭지에서 그는 ‘구조 요청’과 ‘긴급한 이들의 대피소’ 사이를 민감하고 부지런히 오고 간 문학작품에 주목한다. 예컨대 ‘익사하는 세계, 구조하는 소설’에서 그는 김이설의 소설 ‘아름다운 것들’을 “침몰하는 이 세계를 증언하는 장송곡”으로 조명한다. 세월호 사고에 관해 ‘대피소와 구조 요청’ 관점에서 쓴 글, 김애란 안보윤 이주란 조혜진의 소설을 통해 그는 논지를 펼친다.
책의 뒤쪽으로 가면, 다양한 글이 여러 편 있다. 그중 저자가 대표로 있는 ‘생활예술모임 곳간’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대성 평론가는 2013년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만들었고, 2015년부터 생활글을 바탕으로 ‘회복하는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그는 “곳간 등은 부산의 여러 문화단체와 공간을 직접 찾아가 행사를 열고 교류하며 서로 이해하고 나누는 활동을 해온 점에서 뜻깊고 보람이 크다”고 했다. 이 또한 ‘대피소로서 문학’과 이어진 활동으로 보인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