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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톡·톡] 자주 개항이냐 근대 개항이냐…부산항 개항 연도 정의, 간단치 않다

부산시청서 시민공청회 개최

  •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  |   입력 : 2019-05-19 18:40:0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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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 “1407년 개방 기록 있어
- 개항 연도 올려 자긍심 높여야”
- 전성현 교수 “개념부터 살피자”

지금 부산에서는 ‘부산항 개항 연도’를 둘러싼 토론이 한창이다.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토론의 도마에 올린 주장은 이것이다.
   
지난 15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항 개항 역사 시민공청회’ 모습. 부산시 제공
“현재 공식 통용되는 부산항 개항(1876년)은 조선과 일본이 맺은 강화도조약에 따라 ‘일본(외세)에 의해 강제로 이뤄진’ 개항이므로 문제가 있으며 이것만 고집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를 ‘근대 개항’으로 볼 수 있다. 1407년에 ‘실질적 개항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므로 이 해를 부산항 개항 시점으로 올려 잡자. 이를 ‘자주 개항’이라 하자.”

‘올려 잡자’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렇게 하면 ▷부산항 개항 역사는 2019년을 기준으로 기존 143주년에서 612주년으로 길어지며 ▷시민 자긍심을 높이고 ▷부산항 브랜드 가치를 강화한다”고 근거와 목적을 댄다.

지난 15일 부산시청에서 ‘부산항 개항 역사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부산항 개항 연도를 바꾸거나, ‘근대 개항’과 ‘자주 개항’으로 분리하는 일이 간단치 않은 일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선, 발표자 4명 가운데 전성현(동아대 사학과) 교수가 기존 논의의 틀을 흔드는 ‘근본적인 주장’을 했고 그 논리가 학술적으로 이치에 닿았다.

전 교수는 “연구가 진척되면서 한국 학계에서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를 ‘강제적 불평등 조약’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근거를 댔다. ‘개항’이라는 개념 또는 관념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자고도 했다. 학술 관점에서 개항 자체가 근대를 전제로 (일본이) 만든 용어이자 개념이란 것이다. 현재 쓰는 엄밀한 개념으로서 개항은 근대 이전에는 없었고 성립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 차철욱 박사 논문에 따르면, 부산포 일부 ‘개방’을 개항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식으로 부산항 역사를 끌어올리려 한 것은 일제강점기 부산의 일본인에 의해 그들의 역사관을 확장하려는 차원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이를 살필 필요도 있다”고 했다. 개항을 막연히 ‘근사한’ 개념으로만 보기 힘들며 실로 다채롭고 중요한 뜻과 맥락이 있으니 면밀히 살펴 본질과 핵심부터 따져보자는 뜻으로 이해됐다.

김동철(부산대 사학과) 교수는 “부산항이 1407년 개항했다는 것은 엄격한 의미의 개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포구가 열렸다’ 정도 포괄적 의미로 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불분명한 사항은 많지만, ‘1407년 개항’에 따라 부산포는 역동적인 지역으로 발전해가는 것은 맞다. 1876년 최초 근대 개항장이 되는 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토의할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정토론 때 “내가 ‘1407년 부산포 개항’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공청회이므로 자료를 제공하고 제언한 것”이라며 일정한 거리를 뒀다.

이어 환경경제학자이며 사회디자이너 김해창(경성대) 교수가 발표에 나서 “부산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부산항 콘텐츠를 풍부하게 가꾸기 위해 개항 연도를 1407년으로 바꾸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서는 강석환 초량왜관연구회장, 김형균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센터장 등은 “두루 고려했을 때 개항 연도를 1407년으로 올려 잡거나 ‘자주 개항’ 표현을 쓰는 것은 섣불리 동의하기 힘들며 더욱 신중해야 할 주제”라고 비판적 의견을 냈다. 박인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대표 등은 “시민 자긍심 제고와 부산항 브랜드 가치 강화 등을 위해 ‘1407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이런 주제의 경우, ‘학계 의견 따로 시민 의견 따로’식 접근을 해서는 안 되며 그들 역시 시민인 학자들의 엄밀한 주장을 경청하고, 시민과 함께 신중하게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자칫 억지로 서두르면, 한쪽은 기뻐하고 한쪽은 인정하지 않는 갈라짐 현상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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