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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53> 부산포해전 흔적을 따라서 2

몰운대에서 확인했다, 부산 임란史는 없는 게 아니라 잊은 것임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4 19:04:4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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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부산의 임진왜란사에
- 좀 더 근접하려는 욕구는
- 부산박물관에서 시작돼
- 다대포 몰운대로 이어졌다
- 부산포해전의 영웅이자
- 이순신이 신임한 장수
- 정운공순의비를 마주하고
- 그 존재에 고마움을 느꼈다

직전 회인 제52회 ‘조봉권의 문화현장’에서 ‘충무공탄신일에 부산포해전의 바다를 따라가 보다’를 실었다(지난 1일 자 국제신문 19면 보도). 부산에 있는 부산포해전(1592년)의 흔적을 충무공탄신일(4월 28일)에 즈음해 나름대로 직접 찾아다녀 본 뒤 정리하는 일은 보람이 있었다. 그 일은 먼저 내가 임진왜란의 총체성, 부산포해전의 구체성, 이순신함대의 실제 모습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확연히 깨우쳐주었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경승지 몰운대에 있는 ‘정운공순의비’.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정운 장군을 기려, 공의 8대손 정혁이 다대첨사로 있던 1798년 세웠다.
상식과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접근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내딛는 걸음걸음은 번번이 막혔다. 서평포는 어딘지, 우리 함대의 진격로와 회군 경로는 같았는지, 조선 수군 화포의 발사 원리와 위력은? 왜 ‘선조수정실록’은 적을 압도하고 적선 100여 척을 일방적으로 깨뜨린 부산포해전에 관해 “이순신 등이 부산에 있는 적진을 들이쳤으나 이기지 못하였다”고 기록했는지…. 전체의 그림을 그려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보람이라 할 만한 것은 또 있었는데, 부산포해전과 이순신함대의 흔적이 부산에 더 없는지 찾아보게 됐다는 점이 그 하나이다. 그 과정에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됐다는 점은 그 둘이다. 근본적인 질문이란, ‘우리는 부산의 임진왜란 또는 부산포해전을 더욱 진지하게 기릴 준비가 돼 있는가’이다.

■부산박물관

   
충렬사에 소장된 역사 그림 ‘다대진성결전도’. 임진왜란 때 다대첨사 윤흥신 장군과 군·관·민이 왜적을 맞아 싸운 장면을 상상하여 그렸다.
먼저 가본 곳은 부산박물관이었다. 부산박물관의 ‘부산관’에는 ‘조선실’이 따로 있다. 부산은 1592년 임진년 한반도로 밀고 들어온 살기등등한 대규모 왜적의 공격을 최일선에서 처음으로 받아낸 고장이다. 부산박물관에 임진왜란 유물이 없을 수 없고, 이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을 리 없다. 특히 2005년 도시철도 수안역 공사 때 쏟아져 나온 임진왜란 동래성 전투 유물을 바탕으로 꾸민 영상물 등은 눈길을 잡는다. 변박의 ‘동래부순절도’ 등 그림 자료와 당시의 무기, 문서, 전황 설명도 볼 수 있다.

진품 여부는 둘째로 치고, 임진왜란의 주요한 국면과 당시 부산의 상황을 알려주는 유물을 구비해 일별할 수 있게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산포해전이나 이순신함대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접할 수 없다. ‘충무공가승서(忠武公家乘書)’(이순신 장군 집안에 관한 사료)와 전쟁 연표에 곁들인 이순신 장군의 초상 정도가 모두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부산포해전이나 충무공에 관한 유물이 적다’보다는 거꾸로 ‘부산에는 우리가 잊어가고 있거나 제대로 기리지 못하는 임진왜란의 인물과 유물이 많다’는 깨우침에 당혹스럽게 맞닥뜨렸다. 동래성 전투를 지휘하다 명예롭게 전사한 송상현 부사뿐 아니라 죽음의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함께 싸운 여성 금섬 등을 언급해 놓은 데서는 우리가 잊어가는 부산의 임진왜란 역사가 얼마나 많을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몰운대의 정운공순의비

이에 관한 실마리를 좀 더 풀려면 부산 동래구 충렬사로 가보아야 했다. 송상현 장군, 정발 장군 그리고 부산진·다대포·동래부 전투와 부산포해전에서 장렬히 순국한 이들의 위패를 모셨고, ‘동래민중분전도’, 의용군 25인의 용기를 표현한 ‘수영유격전투도’, ‘다대진성결전도’ 같은 역사 기록화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답사에서는 시간이 여의치 못해 부산박물관에서 충렬사로 가야할지, 부산 사하구 몰운대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결국, 몰운대를 택했다. 거기에 있다는 ‘정운공순의비(鄭運公殉義碑·부산시지정기념물 제20호)’를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둔 승리의 ‘기적 같은’측면 가운데는 ‘적군은 몰살하면서도 아군의 피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있다. 거의 ‘근대(이순신함대)와 전근대(일본군 함대)’가 싸운 느낌이다. 부산포해전도 그랬다.

이순신 장군의 기록에 따르면, “하루 종일 싸워 왜적선 100여 척을 파괴한” 부산포해전에서 아군은 총에 맞은 전사자 4명, 총에 맞았으나 중상에는 이르지 않은 부상자 22명, 화살에 맞은 경상자 3명이 전부다.

부산포해전에 참전한 판옥선(승선 인원 120~130명 추산) 74척 등에 탄 조선 측 인원만 많게는 1만 명에 달했을 텐데, 아군의 피해는 극히 적은 완전한 승리다.그런데 그 적은 전사자 가운데 정운(1543~1592) 장군이 있었다.

■다시 떠올려본 정운 장군

   
용두산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
부산의 아름다운 명소 몰운대에 들어선 뒤 ‘정운공순의비’까지 가는 길은 수월치 않았다. 몰운대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군부대의 정문 바로 앞까지 가야 했다. 표지판에는 민간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처럼 써놓았으나, 지난 12일 답사를 갔을 때 들고나는 데 불편함이나 특별한 통제는 없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임진년(1592년) 5월 1일 기록이다. “…진해루에 앉아서 방답첨사(이순신 장군과 동명이인), 흥양현감(배흥립), 녹도만호(정운) 등을 불러들였다. 모두 격분하여 제 한 몸을 생각하지 않으니 실로 의사들이라 할 만하다.” 5월 3일 기록이다. “…녹도만호(정운)가 알현을 청하기에 불려들여 물은 즉, 우수사는 오지 않고 왜적은 점점 서울 가까이 다가가니 통분한 마음 이길 길 없거니와 만약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곧 중위장을 불러 내일 새벽에 떠날 것을 약속하고 장계를 써서 보냈다.”

정운은 이순신 장군이 곧장 출전하도록 강력히 제안하고, 싸움마다 선봉에 섰던 최강의 장수였다. 부산포해전 막바지에 정운 장군이 뜻밖에 전사한 뒤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올린 장계 한 대목은 이렇다. “그간 신이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라고는 다만 이 정운 등 두세 사람뿐이었습니다.” 정운에 관한 신뢰가 얼마나 크고 절실했는지 느낌이 온다.

남해 바다가 살짝 보이는, 조금은 쓸쓸한 몰운대의 끝에서 만난 ‘정운공순의비’ 앞에서 그 비가 거기 있어 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용두산공원 이순신 동상

몰운대를 벗어나, 부산포해전의 흔적을 따라 마지막으로 간 곳은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이었다. 거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오래전부터 서 있기 때문이다.

장군의 동상은 부산포해전 때 이순신함대가 적의 주둔 해역인 우암포를 향해 짓쳐들어가던 그 물길 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그런데 이번에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의 시점에 맞춰 부산시내 쪽을 보면 바다가 안 보인다. 용두산공원 전체에서도 바다가 ‘제대로’ 보이는 곳은 용두산 타워 정도일 테니 불가항력이겠다. 하지만 바다를 주름잡았던 장군의 삶과 투쟁을 떠올려보면 왠지 아쉽다. “답답하시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부산포해전의 흔적을 찾아다녀 보았다. 이를 2회에 걸쳐 나눠 싣는 것을 독자들께서 용인해줄지 부담도 됐지만, 보람은 있었다. 기억해야 할 많은 것을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지 되묻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가 과연 기릴 준비가 돼 있는지, 좀 더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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