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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7> ‘빵의 교류사’와 한국·일본

단팥빵·건빵 근대 일본서 개발돼 국내 유입 … ‘서양떡’이라고도 불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2 18:58:2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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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 日 규슈 가고시마 표착
- 포르투갈인이 최초로 빵 전래

- 메이지 정부 때 군인에게 보급
- 일반 서민에겐 낯설었던 음식
- 일본인 취향 맞는 팥빵 등장 후
- 식빵·잼빵·크림빵 등 만들어져

- 일제강점기 빵 군납 정책 지속
- 당시 사업에 참여한 조선인들
- 광복 뒤엔 일본식 빵집 운영
- 원조물자로 공급되며 대중화

‘빵’이라는 말은 일본어로 ‘팡(パン)’이며 이는 포르투갈어의 ‘팡’이 그대로 정착한 것이다. 일본에 서양의 빵이 전래된 것은 1543년 규슈 가고시마 남쪽 다네가시마(種子島)에 포르투갈인이 표착한 때였다. 포르투갈인들은 소총과 함께 빵을 전했다. 1587년 막부의 쇄국령에 따라 기독교인이나 외국과의 교역이 금지되면서 빵도 잠시 모습을 감춘다. 하지만 나가사키의 데지마(出島)에서만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빵에 버터를 발라 먹었다. 그러다 1840년 시작된 아편전쟁을 계기로 일본인은 다시 빵을 먹게 됐다.
   
서양에서 빵을 받아들인 일본인들이 팔소를 응용해 1874년 개발한 팥빵(왼쪽 사진)은 일본에서 빵의 판도를 바꾸었다. 오른쪽 사진은 1870년부터 도쿄 긴자에 자리 잡은 전통의 빵집 ‘기무라야총본점’의 현재 모습.
1842년 막부의 명령으로 이즈반도 니라야마의 에가와 다로자에몬이 외국의 침공에 대비하는 군량으로 보존·이동이 쉬운 빵을 만들었다. 에가와는 데지마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사쿠타로에게 제빵 기술을 배웠으며 자신이 사슴 사냥을 하면서 휴대용식량으로는 빵이 제일 좋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에가와가 죽은 1855년 미토 번에서도 나가사키에서 네덜란드 의학을 공부하던 시바타 호안이 군사 식량으로 비스킷 형태의 빵을 만들고 있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정부는 군대의 급식이던 쌀밥으로 인한 각기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가루로 만든 빵을 군인에게 공급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전쟁에 참가한 일본은 독일 포로 병사에게서 독일식 빵의 제법을 배운다. 이어 미국에서 설탕이나 버터를 풍부하게 사용한 빵의 제법이 전해졌다.

■단팥빵, 탄생하다

   
일본 메이지시대의 빵 제조소를 그린 그림. 출처=기무라야총본점 120년사
일반인에게 빵이 보급된 곳은 1859년 개항장이 된 요코하마의 외국인 거류지였다. 1860년에는 우치미 헤이키치가 요코하마에서 일본인 최초로 빵 가게를 개업했다. 또한, 쇠고기를 판매했던 나카가와 요시헤에는 빵 판매에도 관여해 1867년 빵과 비스킷을 일본 최초로 신문에 광고했다. 비슷한 시기 외국인의 빵 가게도 개업하기 시작했다. 1865년 영국인 클라크라는 인물이 요코하마 베이커리라는 빵 가게를 열었다.

당시 빵은 서민이 좀처럼 익숙해지기 어려운 외국 음식이었다. 기무라 야스헤에와 아들 에이사부로우는 일본인 취향의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번 시도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기무라 야스헤에는 데지마에서 빵을 굽던 우메키치에게 빵 제조법을 배웠고, 1869년 도쿄의 히카게초(지금의 신바시역 앞)에 도쿄 빵집의 원조인 ‘분에이도(文英堂)’라는 작은 서양식 잡화점 겸 빵집을 열었다.

그러나 분에이도는 화재로 소실되고 이듬해 현재의 긴자 5가 부근에 ‘기무라야(木村屋)’라는 가게 이름으로 빵 가게를 재개하는데 이것이 현재의 ‘기무라야총본점(木村屋總本店)’의 전신이다. 6년 동안 새로운 빵 만들기에 몰두해 1874년 일본 술의 주정으로 반죽을 발효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빵 속에 팥소를 싼 ‘팥빵’을 만들었다. 이렇게 메이지시대에 탄생한 단팥빵은 일본의 전통적인 단팥소를 써서 서양의 빵을 먹을 수 있도록 궁리해냈기에 일본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건빵, 탄생하다

일본에서 개발한 ‘단팥빵’은 서민에게 인기가 좋았을 뿐 아리나 천황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1875년 4월 4일 벚꽃을 곁들인 벚꽃 팥빵을 메이지 천황에게 헌상하고 이를 기념해 4월 4일이 팥빵의 날이 될 정도로 팥빵은 일본에 빵이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단팥빵의 등장으로 일본에서는 다양한 빵이 등장한다. 1880년대 일본에서는 식빵을 ‘쇼쿠팡(食パン)’으로 불렀으며 주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었다. 1900년 기무라총본점의 3대째 기무라 기시로가 살구잼을 이용한 잼빵을 고안했다. 1904년 신주쿠나카무라 빵집(新宿中村屋)의 창업자 소마 아이조가 처음 먹은 슈크림에 감동해 그것을 빵에 응용하는데 그렇게 크림빵 역사도 시작됐다.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밀가루와 쌀가루에 계란 등을 배합해 맥주 이스트로 발효시킨 ‘갑면(甲麵)포’라는 빵이 개발됐다. 갑면포는 ‘간팡(カンパン, 乾パン)’이라고도 불렸다. 건빵이 바로 이 간팡에서 유래했다.

1920년 전후에는 카레 빵이 만들어졌는데, 1927년 도쿄에 있던 ‘메이카도(名花堂)’의 2대주 나카다 토요하루가 만든 카레 빵이 원조라고 여겨진다. 이 빵은 내부에 재료를 넣어서 커틀릿처럼 튀긴 것으로 양식 열풍이 불던 당시 돈가스에서 발상을 얻어 빵가루를 묻혔다고 한다. 쿠키 반죽을 빵 위에 얹어서 굽는 멜론 빵이나, 소라 같은 모양 속에 크림을 채운 ‘코로네(소라빵)’ 등도 일본에서 태어나 인기를 얻은 빵이다.

그 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일본에서 제빵은 일단 중단된다. 1945년 패전 후 식량난의 시대가 닥치자 미국에서 수입한 밀로 곰보빵을 만들고, 학교 급식에 빵이 받아들여지면서 빵은 급속히 보급된다.

■빵, 한국으로 건너오다

한국으로 빵이 전래된 과정도 교류의 역사다. 1628년 제주에 표착했던 네덜란드인으로, 유럽인 최초로 조선에 귀화한 박연이 항상 빵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1653~1668년 조선 생활상을 상세하게 기록한 최초의 유럽 서적 ‘하멜 표류기’에 저자 하멜이 “배급받은 밀가루로 탈출용 빵을 만들었다”고 밝힌 내용이 나온다. 일찍이 빵을 맛본 조선인은 이기지(李器之)로 1720년 베이징의 천주당에서 ‘서양떡(西洋餠)’을 먹어본 경험을 자신의 연행록인 ‘일암연기(一庵燕記)’에 기록해두었다.

1834년 무렵 일본이 아직 ‘빵 금지령’ 속에 있을 때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프랑스인 모방 신부와 사스땅이 빵을 전했다. 명확하게 기록된 것은 1856년 입국한 프랑스 신부 베르뇌 등 선교사들이 숯불을 피워 구운 것이 마치 우랑(牛囊·쇠불알) 같다 해서 ‘우랑떡’이라 불렸는데 조선에서는 이것이 최초로 알려진 빵 이름이다. 이후 1884년 러시아 공사의 처제 손탁이 정동구락부를 개설하고 빵을 선보였는데, ‘면포’라 불렀다.

19세기 말 일본에서 개량된 일본식 빵이 조선에 도입된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쫓겨났던 일본인이 1883년 다시 서울에 대거 거주하면서 일본식 빵이 ‘서양떡’이란 말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빵을 군인에게 공급한 이 정책은 일제강점기에도 지속됐는데, 군납을 위한 빵 제조에 조선인들도 뛰어들었다. 이는 광복 뒤 일본인이 떠난 뒤에도 한국 사회에서 일본식 빵집이 지속되는 기반이 됐다. 일본식 빵은 여러 가지 개발됐는데 그중에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빵으로는 아무래도 단팥빵을 들 수 있다.

■그들 각자의 사연 품은 빵

   
서양에서 시작해, 일본을 거쳐, 먼 길을 돌아 한국에 온 빵은 한국의 음식문화와 생활문화에 또렷한 자취를 남겼다. 일제감정기에는 주로 일본인 기술자들이 빵을 만들었고, 8·15 광복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원조물자로 공급된 빵이 급속도로 대중화됐다. 1969년에는 제빵용 강력분이 시판됐고, 1983년부터는 밀가루 자율화 조치로 다양한 밀가루가 만들어지면서 빵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이렇게 많은 사연과 긴 교류의 역사를 가진 빵은 오늘날 우리 식생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미희 부경대 HK 연구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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