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 무속인 정호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출신 박수무당 박도령과는 무관하다.

연예인출신 박수무당 박도령(가명)이 ‘사이비 무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서 말하는 사이비(似而非)는 ‘비슷하나 다른’ 흉내만 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연예인 출신 무속인 중에서도 가슴 아픈 사연으로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긴 이가 있었다. 배우 출신 무속인 정호근(56)이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소개된 바에 따르면 여성 무속인 양미정씨(가명)는 1990년대 댄스 그룹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박수무당 박 도령에게 수천만 원을 주고 신내림을 받았다.

2년 전 우연히 찾았던 박 도령으로부터 ‘신내림 굿을 받지 않으면 동생이 대신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박 도령이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37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신내림을 받았지만, 실제 무속인은 이를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양 씨 역시 박도령이 말한 조상신이 들어오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연예인출신 무속인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높아지고 있지만 연예인 출신 무속인 중에서도 그 절실함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이가 있다.

배우에서 무속인으로 변한 정호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3년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데뷔해 MBC 드라마 ‘이산’ ‘선덕여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선굵은 연기 활동을 해왔던 그는 2015년 돌연 신내림을 받았다.

정호근은 “내가 ‘이거 아니면 안 된다’라고 했던 일도 이렇게 인생을 통해 바뀔 수 있다”며 자신조차 무속인이 될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임신중독증으로 큰 딸이 미숙아로 태어나 폐동맥고혈압을 앓았다. 그러나 27개월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어 낳은 쌍둥이도 미숙아로 태어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지만 쌍둥이 중 아들이었던 막내 제임스마저 3일 만에 잃고 말았다”며 아픈 가족사를 털어놨다.

정호근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무속인의 삶을 선택했다고 했지만 정작 가족들은 충격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 장윤선씨는 “고민을 많이 했다. 긴 편지도 여러 번 썼었고 당신하고 못살겠다고 했었다. 그냥 이혼할래라는 말도 했었다. 많은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큰아들 동섭씨도 “처음엔 몰랐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시작하더라”며 “다는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그랬다. 한국에서는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게 현실인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처음엔 원망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6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는 정호근은 무속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막내 아들이 잠든 곳을 찾았다. 그는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잖나. 그런데 그런 일이 나한테 생겼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하는 마음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