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 부산박물관 특별전 행사 참여
- “할아버지 삶 느낄 수 있어 기뻐”
- 내년엔 연세대서 한국어 공부
- 가족사 책 만들어 출판 계획도
“한국어를 배워 할아버지가 남긴 기록을 하나하나 다 읽고 싶습니다.”
| |  |
| 오스트리아에서 온 수지(왼쪽)와 스테파니가 11일 부산박물관을 방문해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할아버지인 서영해 선생 기념영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서영해 선생과 오스트리아에서 온 손녀들이 수십 년의 세월과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만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 프랑스 대사로 독립운동을 펼쳤던 서 선생을 기리는 전시회 ‘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가 11일 부산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 행사에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는 서 선생의 손녀 수지(48)와 스테파니(37)가 참석했다.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2년 전 홀로 한국을 찾았던 수지는 이번에는 국가보훈처의 공식 초청을 받아 여동생과 동행했다. 수지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에 공식 초대를 받아 영광스럽다”며 “할아버지의 업적이 밝혀진 지 3, 4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기획전까지 열려 놀랍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시물을 꼼꼼하게 살폈다. 수지는 서 선생과 친척들이 찍은 사진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스테파니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소개된 부분에서 “아버지가 좀 더 오래 살아서 전시회를 봤다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람을 마친 수지는 “할아버지의 지적인 모습과 비극적인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며 “박물관 측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기록도 읽고 싶은데 한국어를 몰라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지는 할아버지와 한국을 더 잘 알기 위해 내년에 3개월 동안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명 작가와 함께 가족사에 관한 저서 출판도 준비하고 있다.
자매는 서 선생이 파리에 유학 온 오스트리아 출신 여성 엘리자와 1937년 결혼해 낳은 아들 스테판의 딸들이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 선생과 엘리자가 헤어졌고 스테판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1970년대부터 노력했다. 하지만 한국과 인연이 닿지 못한 채 2013년 세상을 떠났고 딸 수지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갔다. 수지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기사화되면서 가족사가 알려졌고 자매의 6촌 서혜숙 씨가 기사를 발견해 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20여 명의 친척과 기획전에 참석한 서혜숙 씨는 “두 사람이 뿌리를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매우 뜻 깊은 자리”라며 미소지었다.
1902년 부산 초량에서 태어난 서 선생은 상하이에서 임정 활동을 하다 1920년 프랑스로 넘어가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후 1947년 부산으로 돌아와 황순조(전 경남여고 교장) 씨와 결혼했지만 상하이에서 우여곡절 끝에 생이별했다. 1956년 상하이 조선인민인성학교 교사를 지낸 것까지 알려졌으나 이후 행적은 묘연하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