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현장 <50> 이용득 매직! 부산항을 ‘이야기 보물섬’으로

부산항 사랑꾼의 이야기 보따리… 글자 사이사이 흥미가 파도친다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04-02 18:53:5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국제신문 연재글 등 한권에 엮어
- 부산항 역사·문화 교양서 ‘탄생’

- 자성대·우암·용당·대풍포·1부두
- 바다서 본 부산항의 혈 5곳 선정
- 개항기 부산 외국·조선인 로맨스
- 일본식 혼탕 상륙 때의 충격 등
- 7가지 스토리텔링도 흥미진진
- “좋은 이야기 입히려 항상 고민”

그를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했던 ‘걱정’은 딱 하나였다. ‘내 스마트폰의 녹음기가 인터뷰를 녹음하다가 과열되거나 터져버리지는 않을까?’ 이용득(65) 부산세관박물관장을 만나 부산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녹음기 과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언제나 뜨겁고 흥겹고 길고 재미있는 일이다.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이 부산본부세관 옥상에서 부산항 제1부두를 가리키며 그 역사·문화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그가 최근 저서 ‘부산항 이야기’(유진북스)를 펴냈다. 자타공인 ‘부산항 박사’, 불철주야 ‘부산항 사랑꾼’, 40년 가까운 부산항 사료 수집과 연구, 부산항 역사·문화 콘텐츠 제안왕…. 부산항을 부산의 문화·역사 콘텐츠 황금어장으로 가꾼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이용득 관장의 명성과 이력은 널리 알려졌다. 1954년 통영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마산세관에서 세관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부산본부세관에서 근무하던 1983년 부산세관 100주년 기념 책자 발간에 참여하면서 그는 ‘부산항 공부’와 인연을 제대로 맺었다. 그때 모은 자료는 부산본부세관에 세관전시관을 설립하는 데 주춧돌이 됐고, 이는 2001년 11월 세관전시관을 부산세관박물관으로 확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부산본부세관 3층에 자리한 세관박물관은 화려한 박물관은 아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독보적이다. 예컨대 1950년대 중반부터 1969년까지 일본 대마도와 부산항 사이에서 활개 친 ‘대마도 특공대 밀수’를 비롯해 한국 밀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물이 이 박물관에 많다. 밀수 관련 전시물은 대부분 당시 밀수 현장에서 세관이 입수한 실물이라고 한다.

■ 부산항 스토리의 재미와 힘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용득 관장과 함께 전시물을 둘러볼 기회를 잡는다면, ‘밀수의 사회사’ ‘밀수를 통해 본 부산의 사회상’ 등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밀수가 지역의 인문·사회적 콘텐츠로, 부산 현대사의 스토리로 거듭난다. 독보적이다. 이용득 관장은 부산항 역사·문화를 알리고, 부산항 문화콘텐츠를 창출하는 기고, 방송,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부산원도심문화네트워크 회장을 오래 맡았고, 동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동서대 국제통상학부 겸임교수를 지냈다.

‘부산항 이야기’는 이용득 관장의 첫 단독 저서이다. 국제신문을 중심으로 여러 매체에 실은 부산항 역사·문화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었다. 사료를 엄밀하게 다루고 근거를 최대한 밝히되, 간명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가려는 노력이 행간에서 파도친다. 세관박물관이 보유한 풍부한 사료를 중심으로 다른 전문가들이나 관련 기관에서 협찬한 시각자료까지 풍성하게 보태 흥미롭고 미더운 ‘부산항 역사·문화 교양서’가 됐다.

조봉권 기자=“지역의 정체성을 공부하다 보면, 자기 고장을 ‘재발견’하거나 사랑하게 되더라. ‘부산항 이야기’를 읽어 보니 “부산항을 ‘역사·문화적으로’ 알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이 책을 보시라”하고 내놓을 만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로서 이 책의 핵심을 소개해주신다면?(이걸로 이 인터뷰에서 질문은 끝이었다. 그 뒤로는 이용득 관장의 흥미진진한 답변이 만경창파(萬頃蒼波)로 이어졌다. 그는 정말로 부산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1958년에 촬영한 부산항 전경. 영도대교와 부산항 부두 등이 보인다. 산은 온통 헐벗은 모습이다. 부산세관박물관
■ 그가 꼽은 부산항의 혈 5곳은

이용득 관장=“뭍에서 본 바다 말고, 바다에서 본 부산의 관점에서 ‘부산항의 혈(穴) 다섯 곳’과 테마별 스토리텔링 일곱 가지’를 꼽아보았다. 거기에 초량왜관 이야기를 보태면 이 책의 핵심을 대체로 간추릴 수 있겠다.” 자성대 우암(우암포) 용당(용당포) 대풍포(영도) 부산항 제1부두. 이용득 관장이 꼽은 부산항의 혈 다섯 곳이다. “자성대는 ‘부산 역사 일번지’라는 관점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이라는 지명의 기원이 증산에 있다는 기존 ‘증산유래설’과 달리 자성대에서 유래했다는 자성대설이 최근 대두됐지요. 요즘 ‘부산항 자주 개항(1407년)’ 논의도 있는데 그때 자성대 주변에 있었던 ‘부산포왜관’을 무시할 수 없죠. 자성대 정상에는 조선 시대 국방 보루인 부산진첨사영이 있었고 바로 곁 영가대에서는 통신사가 일본으로 가기 전 해신제를 지냈습니다.”

여기서 끝난다면 ‘이용득 관장님’이 아니다. 그다음은 진단과 제안. “그렇게 뜻깊은 자성대가 부산의 해양관광·해양문화 측면에선 숨을 못 쉬고 있습니다. 갇혀 버렸죠. 물길을 터주는 등 자성대의 숨통을 틔울 방안을 찾아 역사적 가치를 되찾아야죠.” 우암(牛岩)도 중요한 혈이다. 부산항에 있던 소 모양 바위다. 남구 우암동(옛날의 우암포) 지명은 여기서 왔다. “우암포에는 조선 시대에 표민수수소가 있었습니다.” 조난당해 부산으로 떠밀려온 외국인(주로 일본)을 수용했다가 귀환시키는 공간이었다.

■ 부산항을 배우고 알고 사랑하고

   
조난당해 떠밀려온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살려서 돌려보내는 표민수수소가 조선 시대 우암포에 있었다는 역사는 국제도시, 환대의 도시로서 부산의 정체성을 말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우암포에 일본 수출을 위한 소 검역소가 생깁니다. 해방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일본과 소 수출 계약을 맺고 우암포에 막사를 짓죠.” 한국전쟁이 터져버린다. 부산으로 이북의 피란민이 밀려왔다. 소를 위해 만든 우암포 막사는 피란민들이 깃들어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 된다. 그때 이북에서 우암동으로 피란 온 피란민 가정에서 차린 식당 중 내호냉면이 있었고, 내호냉면이 처음 만든 밀면은 지금 부산 명물이 됐다. “이렇게 많은 스토리가 있죠. 우직하고 온순한 조선 소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들어 인증 샷 명소로 가꾸거나 부산항 명물로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요?”

영도 대풍포(매축으로 사라짐)와 부산항 제1부두에 관해서도 들려줄 말이 많았다. “옛 기록을 비교·검토하고 경북 울진 구산항의 대풍헌, 대마도 와니우라와 사스나의 대퐁소 등 사례를 살피면 ‘대풍포’는 ‘배가 출항하기 위해 순풍을 기다리던 곳’이었습니다. ‘부산지명총람’에는 지금도 ‘어선들이 풍랑을 피하고자 잠시 대피하는 포구’로 적혀 있는데 이는 석연치 않습니다.”

■ 부산항 제1부두를 기억하라

부산항 제1부두는 부산항 스토리텔링 끝판왕이자 최강자로 꼽힌다. 관부연락선 취항, 귀환동포 귀환, 6·25전쟁 때 최후 보루, 1952년 한국 최초로 태평양 횡단한 고려호 출항, 1957년 인도양으로 참치잡이 떠난 한국 첫 원양어선 출항, 한국 첫 연안 크루즈 팬스타 허니호가 2008년 취항…. 한국 현대사에서 상징성이 큰 이 모든 일이 부산항 제1부두에서 이뤄졌다. 그는 요즘 부산항 제1부두를 더 잘 보존하고 좋은 스토리를 입힐 궁리에 빠져 있다.

   
책 속의 테마별 부산항 스토리텔링도 재미있다. 1876년 개항 직후 부산해관에 부임한 네덜란드 해관원의 사냥개를 부산 사람이 대티고개에서 잡아먹은 사건, 부산에 상륙한 일본식 혼탕의 충격, 바다의 미아 조남해 씨 이야기, 상여로 옮긴 사보담 목사 아내의 피아노, 개항기 부산의 외국인-조선인 로맨스, 전기를 공급한 발전함 레지스턴스호, 1970년 최초로 부산항에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던 장면 등이다.

그 이야기를 듣느라 결국, 녹음기는 과열됐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5. 5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6. 6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7. 7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9. 9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10. 10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4. 4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5. 5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6. 6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7. 7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8. 8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9. 9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4. 4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5. 5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6. 6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7. 7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8. 8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9. 9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10. 10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