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는 나비넥타이, 여자는 꽃
- 드레스코드 갖추면 와인 1병도
- “오감이 만족스러운 공연 되길”
- 관람 무료… 29일 F1963 석천홀

나비넥타이를 맨 관객, 꽃을 든 관객, 공연에 곁들이는 와인, 깊이 있는 실내악곡을 선보이는 연주자까지.

	왼쪽부터 첼로 양욱진, 바이올린 김동욱, 피아노 김정권

보기 드문 객석 풍경을 선사할 독특한 공연이 개최된다.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열리는 피아노 트리오 공연 ‘Spring Romance’가 부드러운 선율로 봄의 낭만을 노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욱, 첼리스트 양욱진, 피아니스트 김정권이 무대를 꾸민다.

‘Spring Romance’는 여느 공연과 조금 다르게 열린다. 먼저 드레스 코드이다. 400여 명 관객은 주최 측이 제안한 의상과 소품을 갖춰야 한다. 남성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꽃을 지녀야 한다. 꽃이 그려진 옷, 브로치, 가방 등도 괜찮다. 입장료는 없지만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공연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기획 김종근

와인도 함께한다. 주최 측은 의상을 갖춰 입은 관객에게 와인 한 병을 선물한다. 와인병에는 세 명 연주자의 사진과 서명이 들어간 라벨이 붙는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와인을 마시며 음악회의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번 공연은 어떻게 나왔을까. 기획자 김종근 씨는 “10년 전 영화 ‘더 콘서트’를 감명 깊게 봤다. 주인공이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마치고 인사하자 관객은 기립해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최고의 연주에 대해 복장을 갖춰 입고 최고의 예의로 화답한 관객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며 “영화 속 감동을 현실에서 느껴보고 싶어 이번 무대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주 취지에 협조해 준 관객에게 감사의 뜻으로 와인을 준비했다. 와인의 빛깔, 향, 맛으로 오감이 만족스러운 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장 장안중·장안제일고 미술교사였던 그는 기장군 장안읍 오리마을에 한옥집을 지어놓고 하우스콘서트를 열어 지인들과 음악을 즐기는 ‘유별난’ 애호가이자 기획자이다. 네팔에 학교를 짓고, 연주 단체를 후원하는 등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김 씨는 “여러 후원자의 힘으로 성사된 기획”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씨의 열정에 연주자들도 뜻을 함께 한다. 부산의 젊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모였다. 부산시향 악장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동욱(부산대 교수), 전 부산시향 첼로수석 양욱진(IPB 음악감독·인제대 교수), 피아니스트 김정권(부산대 교수)이 처음으로 트리오를 결성했다. 공간도 이색적이다. 폐공장에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이 그 무대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기획 공연이 간간이 열렸지만 실내악 단체 대관은 처음이다. 이들은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1번 ‘유령’과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종근 씨는 “관객과 연주자 모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특별한 연주회를 앞으로도 꾸준히 개최하고 싶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공연은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010-7128-3048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