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노인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50세 이상 인구가 50세 이하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이쯤 되면 노인 시장은 기업에 블루오션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대부분의 기업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와 컨설팅업체 조사에 따르면 미 전체 기업의 31%만이 고령화에 대비해 시장 조사와 판매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15%만이 고령화에 초점을 둔 전략을 짜고 있다.

기업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간 여러 기업이 노인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야심 차게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거나 실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케첩으로 유명한 대기업 하인즈는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이 이유식 제품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재료를 미리 으깬 통조림을 내놓았다가 처참하게 실패했고, 응급 구조대를 호출하는 버튼을 장착한 펜던트는 소수의 노인만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인이 ‘노인 전용’ 제품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0세 이상 인구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MIT 에이지랩 창립자이자 책임자인 저자는 노인에 대한 편견과 다양성을 지닌 인구 집단으로 여기지 못하는 인식을 일차적 원인으로 꼬집는다.

즉 노인을 가난하고 의존적이며 몰개성적인 집단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효도폰을 든다. 효도폰은 버튼도 크고 튼튼해 노인의 신체적 불편함을 보완해주지만 다양한 사회적 욕구는 충족시키지 못한다. 반대로 스마트폰은 버튼을 키울 수도 줄일 수도 있고 각종 기능으로 자유를 선사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스마트폰처럼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편리함과 만족감을 주는 초월적 디자인이야 말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책은 노인 시장을 새롭게 이해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전한다.

책이 더욱더 의미 있는 이유는 노인 시장, 장수 경제에 대한 고찰뿐만 아니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적이고 품격 있는 노년, 밝은 고령화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일독할 만하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