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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49> 마르셀로 무스토 교수 인터뷰

마르크스 재조명 세계적 열풍 … 우리는 ‘진짜 마르크스’를 모르고 있다

  • 문화전문기자
  •  |   입력 : 2019-03-19 18:51:1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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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요크대 사회학과 교수
- 마르크스 초고·서신 등 모두 담는
- 114권 전집 발간 프로젝트 참여
- 생애 최후 3년 분석 저서도 발간

- “말년에 연구 중단 소문은 오해
- 지적영역 확대하며 치열한 검증
- 식민주의에 관한 자기주장 철회
- 경제적 예정·결정론도 비판

- 불평등 심화·저성장 등 현 위기
- 그를 보면 해결책 찾을 수 있어”

한국에서 지금 마르크스(1818~1883)를 이야기한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누가 못 하게 말려서 그런 게 아니다. ‘별로 인기 없는 일’로 여겨져 그렇다. 체 게바라, 호찌민 같은 혁명가는 재조명되고 인기도 얻는 한국에서 그들의 ‘원조’ 격인 마르크스는 ‘배울 것 별로 없는 한물간’ 사상가쯤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념 장벽도 여전하다.

그는 세계를 통째로 온전히 파악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범하고 철저하며 까칠한 태도로 자기 사상을 실천했다. 그런 점에서 맹자, 한비자, 묵자 또는 사마천 등과도 비견할 만한 점이 있지 싶은데, 마르크스를 다루는 인문학 강좌는 좀체 찾기 어렵다.

그런 사이, 세계 곳곳에서 ‘마르크스 재발견’ ‘마르크스에게로 귀환’이라는 흐름이 폭넓게 형성됐다. 관련 학술대회에 젊은이 수천 명이 몰리고, 언론은 그를 재조명했다. 대학 교육 과정에 채택되고 국제회의에서도 다뤄진다. 저작뿐 아니라 그간 출간되지 않았던 각종 초고와 예비노트, 서신, 발췌문 등을 방대하게 실은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 모두 114권 출간 계획으로 현재 65권이 나옴) 발간 작업이 국제적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 요크대 마르셀로 무스토 교수가 지난 15일 부산 중구 크라운하버호텔에서 세계 곳곳의 ‘마르크스 재발견’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산지니출판사 제공
■ 새롭게 발굴한 자료 폭넓게 연구

왜 이런 걸까? 캐나다 요크대 마르셀로 무스토(43·사회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현재 ‘MEGA’ 발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그의 책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 1881~1883년의 지적 여정’이 부산의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오해로 점철된 마르크스의 인생 말년의 학문·사상·삶을, 그간 묻혀 있다시피 했던 초고·서신·발췌문·노트 등을 연구해, 재발견하고 새로 정리하며 기존 해석을 쇄신한다. 현재 세계 10여 개 나라에서 번역·출간돼 있다.

그는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 경상대 SSK 연구팀-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정치연구소 대안, 산지니출판사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 지난 13, 14, 18일 각각 진주, 부산, 서울에서 강연했다. 마르크스는 왜 오늘의 세계로 귀환하는 것일까?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의 면모는 어떤 것일까?

무스토 교수는 이 말부터 했다. “마르크스가 말년에 지적 호기심이 줄고, 연구를 그만둔 것으로 오해하는데, 아니다.” 무스토 교수의 책 자체가 마르크스 생애의 마지막 3년에 집중한 책이다. “그는 그 시기 인류학, 수학, 지리 영역 등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합니다. 그러면서 그간 자기가 수행한 연구가 이치와 현실에 맞는지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하고 돌아봅니다.”

이런 태도는 학자라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는데도 ‘말년에 들어 연구를 중단했다’는 식의 오해와 편견에 덮여버린다면 이건 거의 치명타 수준이다. 한 사상가 또는 학자를 총체로서, 제대로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간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마르크스 말년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존 해석을 쇄신한 무스토 교수의 주장은 의미가 크다.

■ 30대 마르크스가 전부 아냐

   
대화를 나누는 무스토(오른쪽) 교수와 조봉권 기자. 무스토 교수는 7개 언어를 말하고 쓰면서 국제적인 학술 활동에 힘쓴다.
그는 계속 사례를 들었다. “‘오리엔탈리즘’ 저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사이드가 1979년 마르크스를 ‘오리엔탈리즘(동양에 관한 서구인의 편견과 왜곡) 주의자’로 규정하는 글을 썼다. 마르크스가 35세 때 쓴 짧은 글(article)을 보고 쓴 것으로 ‘영국의 인도 지배에는 (생산력 발전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말년에 접어들면서 마르크스는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알제리, 이집트 등으로 연구의 지리적 영역을 확대하면서 이를 부정한다.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파괴적 측면이 더 많은 위기, 가난, 기아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마르크스는 유럽 중심주의자가 아니다.”

사례는 매우 많았다. 몇 개만 더 들어본다. 무스토 교수는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와 매우 긴밀하게 관련되는 이슈도 여러 가지 있다”고 했다. “이미 그때 마르크스는 생태 이슈에도 관심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주의 생리를 연구한 결과, 자본주의는 착취라는 문제뿐 아니라 생태·환경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도 위협이라고 경고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류학 연구를 바탕으로 성(gender) 평등과 여성해방을 강조했고,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증진하는 사회를 모색한 점도 말년의 마르크스가 확실히 내보인 특징이다.

그렇다면, 무스토 교수가 ‘진짜(real) 마르크스’라고 표현한 진면목은 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왜 마르크스는 경제학만 고수하면서, 경제가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결정주의를 주장했고, 역사는 단선적으로 순서대로 ‘외길’로만 발전한다는 식의 학설을 펼친 것으로 잘못 인식될까? 무스토 교수는 “마르크스에 관한 이해가 소비에트의 교과서와 매뉴얼에 갇혔고, 많은 경우 그의 연구를 제대로 읽지 않고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맥락에 맞춰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마르크스는 예정론·결정론을 비판하고, 자본주의가 ‘역사적’(절대적 존재가 아니며 역사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뜻) 실체임을 주장했다. 그는 ‘내 이론은 모든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 학술 행사에 젊은이 5000명 몰려

   
이제 ‘오늘의 세계’로 무대를 옮길 차례다. 세계 곳곳에서 최근 일어난다는 ‘마르크스 재발견’ 현상은 왜 등장한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진지하게 “불평등은 극심해지고, 합의와 소통에도 위기를 맞은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물론 2008년 닥친 세계 경제위기가 큰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현실적 측면은 있다. 억압적이고 나빴던 현실 사회주의를 실제로 겪은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나라에서 마르크스 재발견은 이야기하기 어렵다. 북한과 대치한 상태에서 프로파간다로서 마르크스를 접했던 한국도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대안 모색으로서 ‘재발견’ 흐름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다. 참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체험담을 들려줬다. “보수 정권이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마르크스 관련 콘퍼런스를 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까’ 하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지금껏 500~600명이 최대 규모였다’고 답했다. 그런데 당일 젊은이 5000명이 몰려들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 강하게 연계된 한국 또한 고용 증발, 청년실업, 저성장, 포퓰리즘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에 관해 무스토 교수는 명쾌했다. “세계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라마다, 사회마다 저마다 구체적인 맥락이 있으니 이를 잘 살펴야 한다. 종교처럼 마르크스주의를 대하거나 교조적 독단(dogmatism)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방법론으로, 해결의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는 “마르크스 하면 ‘공산당 선언’을 떠올리는데 그건 그가 30세 때 쓴 글이다. 그 뒤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바뀌었다. 우리 사회 또한 완연히 달라졌다”며 고정관념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 구체적으로, 새롭게 볼 필요를 강조했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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