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사진 전문가 노재학 작가
- 주요 산사 단청·전통문양 소개
- 각 형상 의미도 알기 쉽게 설명
- 전국 6개 시·도 순회전 계획도

	김천 직지사 대웅전의 불단 부분. 한국 단청 색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노재학 사진작가 제공

노재학(사진) 사진작가는 20여 년 동안 전국 전통 사찰을 다니며 조형과 회화, 문양 등 불교 문화유산을 사진에 담아온 불교 전문 사진가다. 최근 부산시청에서 한국 산사 세계유산 등재기념 노재학 사진전 ‘한국 산사의 단청문양과 사찰 벽화의 미’를 열었으며, 전국 6개 시·도에서도 순회전을 열 예정이다.

‘한국 산사의 단청 세계’는 노 작가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불교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토대로, 보다 자세하게 풀어 쓴 책으로 이번 전시의 도록 격이다. 노 작가는 인터뷰에서 “각 단청 문양의 정수를 오랜 시간 공들여 촬영했다. 문양과 벽화 조형 하나하나가 부처께서 펼친 진리와 자비의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많은 문양이 최초로 재해석돼 공개되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단청 문양과 조형의 보고인 한국 산사의 법당 천정을 최초로 종합하고 조형의 본질과 원리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 고찰 7곳(양산 통도사·영주 부석사·안동 봉정사·보은 법주사·공주 마곡사·순천 선암사·해남 대흥사) 중 5곳을 포함한 23곳을 선정해 전통 사찰의 아름다움과 단청, 전통문양을 소개한다. 장엄하고 기하학적인 패턴, 그 문양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누구나 사찰벽화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법당의 단청 문양은 넝쿨 형상이 많은데, 이는 법당의 본질이 생명의 우주이고 넝쿨은 만유의 생명에너지인 기(氣)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넝쿨 문양 외에도 법계 수호와 신성한 에너지를 표현하는 용, 봉황처럼 법당 단청에는 정형성을 가진 표현원리가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양산 통도사 대웅전의 천정 문양(위), 안동 봉정사 영산암 벽면의 선학도.

본문은 ▷1부 중중무진의 연화장 세계 ▷2부 범자(梵字), 경전, 불보살의 단청장엄 ▷3부 단청 벽화의 향연 ▷4부 주악비천(하늘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천녀)과 공양비천 ▷5부 용, 봉황, 선학의 상성 ▷6부 태극, 별자리, 우주 천문의 단청 세계 ▷7부 건축 뼈대의 윤리 미(美)로 구성했다. 종교미술뿐만 아니라 전통문양, 도가의 길상, 유가의 태극, 호작도 같은 민화 작품까지 폭넓은 조형미술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외진 공간에 있는 전통문양과 색채의 아름다움까지 낱낱이 보여준다. 풍부한 문양 사진과 함께 저자가 오랜 시간 관찰하며 체계화한 실증적 분석이 돋보인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