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분위기의 나무와 숲은 불확실한 방식으로 생겨난 수많은 얼룩으로 채워졌다. 물감을 뿌리고 흘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반복들…. 왠지 모를 낯섦과 차가운 공기가 감돌아 서늘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김성수 작가의 ‘solist’. 조현화랑 제공

부산 해운대구 중동 조현화랑에서는 ‘솔리스트(Solist)’라는 제목으로 김성수(50)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김 작가는 부산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프랑스 디종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2005년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그는 현대 산업 문화가 초래한 획일화된 사회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작가는 이번에도 현대 사회가 보여주는 욕망과 그 안의 차가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느끼는 공허함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숲을 주된 소재로 한 ‘Solist’ 연작은 이전의 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작업을 보여준다. 전작인 ‘멜랑콜리’와 ‘메탈리카’에서 무결점의 완벽한 형태의 표현과 세련되고 화려한 피사체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들은 우연적 효과들이 만들어낸 흔적들이 쌓여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의 작업 형식이 바뀌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김 작가는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그동안 추구했던 ‘정직·성실·완벽·성공’ 등의 덕목에 대한 의심과 혼란이 생겼다. 이는 작업에도 영향을 줘 한동안 캔버스 앞에서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때부터 흘리고 뿌리고 찍고 무계획적으로 한동안 캔버스 위 물감과 씨름하면서 형상을 찾아가는 작업 방식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형식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는 풍요와 결핍, 화려함과 남루함, 아름다움과 슬픔의 이중감정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욕망의 허무함은 페르시아 문양을 모티브로 한 ‘바니타스(Vanitas) ’연작에서 드러난다. ‘바니타스’란 원래 ‘헛되도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함의 상징이다. 벽지로 대량 생산된 페르시아 문양은 모두 흘러내리거나 흐트러진 형태다. 작가는 당시 이 문양을 소유할 수 있었던 상위 계층의 권력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아무것도 아님을 강조하려 했다. 이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찢어버림으로써 화려한 욕망 이면에 있는 허무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1)747-8853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