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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8> 임정 100주년, 근대 상하이 돌아보다

제국주의 상징서 독립운동 중심지로 … 상하이는 ‘역설의 도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28 19:19:5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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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입 최적지 양쯔강 하구 위치
- 어촌마을 출발해 무역항 됐지만
- 명·청 시기 해안봉쇄정책 실시로
- 1800년대까지 크게 번성 못해

- 아편전쟁 후 난징조약으로 개항
- 영국·미국·프랑스 조계 설치 뒤
- 공장 건설 등 외국인 투자 쇄도
- 공업·상업도시로 눈부시게 발전

- 일본·동남아·유럽과도 연결돼
- 강대국 정보·여론 수집 용이
- 한국·베트남 등 식민지 국가
- 반제국주의 운동 활발히 펼쳐

몽양 여운형은 자서전에서 상하이를 두고 “문화가 압서고 인문이 개발되엇고 또 교통이 편하야 책원지(策源地)로써 가장 갑이 있는 곳”이라 평가했다. 사실, 1920~30년대 상하이는 동북아 최대 도시였으며, 북미·일본·중국·동남아·유럽을 왕래하는 윤선(輪船)이라면 모두가 거쳐 가는 세계 주요 도시 중 하나였다. 영국·미국·프랑스의 조계(租界)가 설치돼 있어 당시 강대국들이 펼치는 정치외교전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상하이는 독립운동가들이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국제적 여론을 형성하면서 독립운동을 펼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 우캉루에 있는 1924년 지은 아파트. 1920년대에 이미 동북아 최대 도시로 떠오른 상하이의 정취가 스며 있다. 안승웅 제공
■춘신군의 봉지였던 곳

고대 기록에 따르면 상하이는 호(滬), 신(申), 상해포(上海浦) 등으로 불렸다. 호(滬)는 원래 싸리나 장대 따위를 물속에 둘러 꽂아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로 도구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호란 이름을 통해 상하이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이름인 신(申)은 전국시대 초나라 춘신군(春申君)의 봉지였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당시 권력자가 관심을 가질 정도로 상하이는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해포(上海浦)는 북송(北宋) 시기 문헌에 하해포(下海浦)라는 명칭과 함께 나타난다. 이는 상하이가 단순한 어촌에서 벗어나 무역항 기능을 하였음을 추측하게 한다.

바다에 오른다는 역동적 이름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을까? 상해포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래 이 지역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남송(南宋) 때 진(鎭)이 설치됐고 원나라 때 현(縣)으로 승격했다. 명나라 때는 둘레가 4.5 ㎞가 되고 높이는 8m에 이르는 현성(縣城)이 세워졌다.

■수출입의 최적지였지만…

   
근대 시기 상하이에 밀려든 열강들을 비롯한 외국의 군대.
상하이는 1만 8000㎞에 달하는 중국 남북 해안선의 중간에 위치하며, 중국을 남북으로 구획하는 최대 강인 양쯔강(揚子江)의 하구에 자리 잡고 있다. 양쯔강 일대 저장성(浙江省)과 장쑤성(江蘇省)은 예로부터 유명한 곡창지대였으며, 면·비단 등과 같은 수공업 제품 또한 발달한 지역이었다.

양쯔강은 수심이 깊고 중국 내륙 깊숙이 연결돼 있어, 춘추전국시대부터 이 일대에는 수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이 발달해 있었다. 따라서 상하이는 태생부터 양쯔강 일대의 산물을 한곳에 모아 다른 지역으로 수출할 수 있고, 다른 지역 물건을 수입하여 내륙으로 퍼트릴 수 있는 최적지였다.

하지만 명·청시기에 왜구를 근절하거나 반청운동을 막고자 해안을 봉쇄한 해금정책이 실시되었기 때문에 상하이는 해항도시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서구 열강들이 중국을 침탈하기 시작한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국제도시로

   
상해현성을 그린 옛 지도.
근대 시기 서구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국을 식민지화하여 자국의 원료시장과 상품시장으로 삼고자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들 나라가 중국 내륙 중심부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최적지 상하이를 그냥 넘길 리 만무했다. 아편전쟁 후 1842년 난징 조약으로 상하이는 개항하게 됐으며, 그 후 1845년 영국의 조계가 건설됐고, 1848년과 1849년 미국과 프랑스의 조계가 연이어 설치됐다.

조계는 외국인에게 자국의 토지를 빌려줘 행정권이나 경찰권을 부여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서, 거주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투자된 외국의 자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외국자본의 권익을 보호하였기 때문에 상하이에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우월한 투자환경이 조성됐다. 일본의 영향 아래 있었던 동북 삼성을 제외하면, 중일전쟁 전까지 금융 투자의 76.2%, 공업 투자의 67.1%, 부동산의 76.8%가 상하이에 집중돼 있었다.

■급속한, 눈부신 성장

1차 세계대전 뒤 서구 자본은 주기적 경제공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하이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다른 도시보다 상하이의 조계는 면적이 넓었기 때문에 외국의 투자자는 조계 안에 공장을 건설하고 근대적 공업기술을 들여올 수 있었다. 상하이 시가지 주변에 공업지역이 형성됐고 상하이는 중국 최초이자 당시 유일의 공업도시가 됐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15년간 1229개 공장이 새로 지어졌으며, 1933년도에는 상하이의 공업 총생산량이 11억 원에 이르러 중국 전체 공업생산량의 50%를 넘어섰다.

물론, 상하이가 공업 도시로 성장한 데는 중국 농촌의 몰락이 전제돼 있었다. 청말부터 중국 농촌경제는 이미 파탄 상태에 처해 있었고 여기에 정치적 혼란과 농촌 상업자본의 농간이 더해져 수많은 농민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토지를 떠나야만 했다. 저장성과 장쑤성 일대 몰락한 수많은 농민이 상하이로 몰려 들어갔고, 이들은 상하이의 공업지역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다.

1840년 아편전쟁 이래 중국에는 크고 작은 내전과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1850년에서 1864년에 이르는 시기에는 태평천국의 봉기가 있었고, 1916년에서 1928년에 이르는 시기에는 군벌들이 자웅을 겨루며 전국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혼란과 내전 때문에 부유한 지주계층과 식자계층 중 혹자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혹자는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조계가 있는 상하이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사업을 벌이거나 금융·무역·교육·공무 방면에 종사하며 상하이 중상류층을 형성했다.

근대 시기 도시의 중산계층은 새로운 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지대하였고 구매력 또한 작지 않았다. 이런 중산계층의 성장에 힘입어 상하이는 상업 도시로도 눈부시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상하이의 대표적 번화가 난징루(南京路)에는 1910년대부터 각종 상점은 물론 엘리베이터·난방기·에어컨 등을 갖춘 고층 백화점이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역설의 역사를 지닌 도시

상하이는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국제도시로 전변했고, 세계경제공황 시기에 공업도시로 발전하였으며, 정치적 혼란과 내전 속에서 상업도시로 성장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제국주의 진출의 상징과 같은 상하이가 역설적으로 반제국주의 운동의 중심 도시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고도 베트남·인도·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동남아 식민지 국가의 독립운동가들 또한 상하이에서 활동했다. 상하이는 역설의 도시였던 것이다.

   
기해년 올해는 상하이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100년 전 상하이의 역설의 역사부터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역설 속에서 선조들이 상하이를 선택하였던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며, 이국만리 타국에서 뜨거웠던 삶을 살았던 선열들을 올곧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승웅 부경대 HK 연구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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