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최초 우주인 꿈 꾸는
- 네 사람의 경쟁 그린 소설
- 작가 “취재·집필 13년 걸려
- 적어도 서른다섯 번 고쳐”

“가가린은 비슷한 나이의 조종사들보다 인간이나 인생의 본질을 잘 이해했는데, 그래서 자기를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지요. 겸손했다는 뜻이에요.”(230쪽)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오른쪽)과 최종 후보로 경쟁을 벌였던 고산. 국제신문DB

“가가린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지만 티토프는 스물다섯 시간 동안 열일곱 바퀴나 돌았어요. 사람들은 티토프에게 최초로서의 숱한 가치들을 부여했지요. 지구를 두 바퀴 이상 돌고 온 첫 번째, 우주에서 하루를 넘게 보낸 첫 번째, 우주에서 취침한 첫 번째… 하지만 그 많은 첫 번째는 (가가린의) ‘우주로 나간 첫 번째’라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위대한 업적 앞에서 아무런 힘이 없었지요.”(232쪽)

“뒷사람을 옳지 않게 떨궈버리는 일… 내가 올라온 사다리를 밀어버리는 일… 이것은 우주와 통하는 마음이 아니야…. 별이 빛나는 칠흑이 아니야…. 이걸 쓰면 나는 결국 무너지리라.”(409쪽)

“이겨내야 해. 용기나 인내심만 가져서는 안 돼…. 지혜를 가져야 해. 없다면, 가지려고 갖은 애를 써야 해….”(424쪽)

거듭,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 권기태의 새 장편소설 ‘중력’에 관해 말하려니 ‘경이로움’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주 간략히 표현하면, 장편소설 ‘중력’은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한 치열한 선발 경쟁에 뛰어든 네 사람의 이야기다. 작가 권기태가 빚어낸 이 긴박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세 가지 경이로움을 만난다.

첫째, 우주에 관한 방대하고도 정밀한 묘사와 설명의 경이로움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과 우주비행선에 관한 지식을 작가가 과연 어떻게 취재하고 습득해서 이토록 흥미롭고 풍성하게 풀어냈는지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설에서 우주비행과 우주비행사의 세계를 이렇게 풍부하게 담은 작품이 또 있었을까.

둘째, 이 소설은 언뜻 ‘우주에 관한 소설’로 보이지만 속살은 철두철미 ‘삶의 소설’이다. ‘너와 나, 우리’가 이 세상을 미치도록 치열하게 살아가고, 좌절하고, 실패하고, 사유하고, 반성하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우주 이야기 속에서 절묘하게 숨쉰다.

셋째, 우주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라는 낯선 두 요소를 합쳤는데, 바느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두 이야기가 서로 잘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초속 8㎞로(시속 2만8800㎞)로 나는 우주정거장과 우주선 이야기에서 인생을 끄집어내는 식이다. 낯선 우주 용어와 과학 개념 속에서도 소설에 더욱 끌리고 이야기에 몰입하는 ‘희한한’ 경험을 독자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권기태 작가는 ‘감사의 말’에서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고 밝혔다. 정성을 많이, 오래 들였다는 뜻인데 깊이 공감이 간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