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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6> 개항장의 풍경과 드라마

개항장 서양 상인과 현지인 결혼 … 오페라 ‘나비부인’ 모태 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4 19:03:5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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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국적·사람·물자 교류로
- 상이한 문화 혼재하던 공간
- 선교사·의사·군인 등도 거주

- 日 근대화 주역 토마스 글로버
- 나가사키 명소 정원 주인으로
- 일본인 처 사이에 외동딸 낳아

- ‘나비부인’ 배경 세계적 관심에
- 일본, 글로버 정원 관광상품화

- 남편 따라서 한국 건너온 딸은
- 인천에 있는 외국인 묘역에 묻혀

동아시아 개항장은 무역을 위해 서양 상인들이 출입하고, 또 이들과 교역을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인이 상호 왕래했으며, 각 개항장의 현지인들이 이런 교역에 종사하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인간과 물자가 넘나드는 시끄럽고 복잡한 국제적인 시장이었다. 이 개항장에는 인간과 물자의 교류를 타고 상이한 지역의 문화들이 교통하는 공간이 형성되었는데, 여기에는 그리스도교와 같은 외래 종교를 전파하려는 선교사들도 있었고, 또 의사와 같이 특수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 그리고 상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각국 정부 관료와 군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주 그들만의 장소에서 파티를 열어 이국의 설움을 달래기도 했고, 또 개항장에서 생활하며 다른 민족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도 했다. 이를 통해 자신과 다른 문화를 수용하며 동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개항장에서 죽은 사람은 그곳에 묻혔다. 이것이 현재 인천이나 요코하마, 하코다테와 나가사키 그리고 상하이 등지에 남아 있는 외국인묘지다. 이것은 근대 건축물 복원에 대한 찬반양론을 일으킨 외국 공관이나 상관(商館)과 같은 서양식 건축물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찍이 일본의 경우나 최근 인천시처럼 외국인묘지에 대한 역사적 복원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글로버 정원. 인천시 외국인 묘지에 안장된 하나 글로버 베네트의 아버지로 개항장 나가사키에서 크게 활동한 토마스 글로버가 남긴 건물이다. 서광덕 제공
■개항장 인천의 외국인 묘지

인천의 외국인 묘지는 남구 도화동 화교 묘지(義莊地), 중구 율목동 일본인 묘지, 북성동 외국인 묘지로 나누어져 있었다. 북성동의 외국인 묘지는 120여 년 전 이역만리 조선을 찾아온 서양인들이 잠들어 있던 곳이다. 인천 개항과 뿌리를 함께하며 북성동에 터를 잡았던 외국인 묘지는 애초 2만6446㎡(약 8000평)에 달하는 광활한 묘지였다. 최초 매장이 1883년 7월 이뤄진 이 묘역은 1914년 조계가 철폐되자 각국 영사관에서 관리하다 1941년 9917㎡(약 3000평)만 남긴 채 1만6529㎡는 철도 부지로 수용됐다. 나머지 부지도 6·25 때 파괴되거나 유실돼 1965년 연수구 청학동 1만3223㎡(약 4000평) 새 묘역으로 이전했다.

1932년 나온 ‘인천부사(仁川府史)’에는 이 외국인묘역에 영국인 21기, 미국인 14기, 러시아인 7기, 독일인 6기 등 모두 11개국 59명의 외국인이 묻혀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66명이 묻혀있는데, 미국 17, 독일 11, 영국 9, 러시아 5, 이탈리아 3, 호주 2, 네덜란드 2, 프랑스·캐나다·스페인·폴란드·체코·중국 각 1, 미확인 11기이다. 여기서 중국인 1명과 스페인 1명은 오례당(吳禮堂) 내외다. 이 밖에 중국인과 일본인은 없다.

이 묘지에는 청나라 외교관 출신으로 세관에서 일했던 오례당, 인천에서 무역상으로 활동하며 많은 이익을 챙긴 독일 무역회사 세창양행의 헤르만 행켈, 미국 타운센드 상회의 윌터 타운센드, 자유공원 아래 병원을 세우고 어려운 사람을 많이 고쳐줘 ‘약대인(藥大人)’으로 칭송받은 미국인 랜디스 박사 등 개항 뒤부터 1950년대까지 인천에서 활동한 외교관, 통역관, 선교사, 상인, 의사 등 한국 근대사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많이 묻혀 있다. 이와 같은 유명인들 외에 이 묘지에는 하나 글로버 베네트(Hana Glover·1873~1938)라는 일반 여성의 무덤이 있다.

■동아시아 조계의 인적 네트워크

   
글로버 가족.
하나 글로버 베네트라는 이 여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결혼 전 성(姓)인 글로버와 결혼 뒤 남편의 성인 베네트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아버지 성인 글로버는 바로 일본 근대화에 크게 기여한 토마스 글로버를 가리키고, 남편인 베네트(W. G. Bennett)는 인천에서 영업했던 베네트상회(광창양행)의 상인이다. 남편 베네트는 원래 홈링거양행에서 일했다. 그는 나가사키에 본점을 둔 홈링거양행에서 1891년부터 근무했다. 하나가 교육을 마치고 나가사키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살던 때인 1894년 베네트를 처음 만났고, 이들은 1897년 1월 결혼했다. 다음 해 베네트가 홈링거양행 인천지점 영업책임자가 되었기에 조선으로 떠나오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들의 조선 생활이 시작됐다. 베네트는 1902년 일본인과 합작해 일영무역상회를 설립했다. 이후 1904년 베네트는 독립하기 위해 퇴사하고 그 뒤 베네트상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베네트는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일시 폐쇄됐던 영국영사관의 명예영사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베네트와 하나의 조선 생활은 1938년 하나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됐다.

이들의 조선 생활에 대해서는 기록이 많지 않아 잘 알 수는 없지만, 하나가 죽은 뒤 베네트는 태평양전쟁 발발 직전 영국으로 돌아가 1944년 런던에서 죽었다. 하나 부부에게는 자식이 4명 있었는데, 모두 인천에서 태어났고, 이 항구의 거류지에 있는 벽돌로 지은 집에서 부유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 4명은 학업을 위해 일본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장녀인 이데스만 인천의 부모 곁에 남아 하나의 임종을 지켰고, 이후 아버지 베네트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나비부인’의 탄생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외국인 특화 묘역에 있는 하나 글로버 베네트의 묘비.
하나는 아버지 토마스 글로버와 일본인 야마무로 쓰루(淡路屋ツル)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다. 영국인 토마스 글로버(Thomas Blake Glover·1838~1911)는 앞서 말했듯 일본 근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나가사키(長崎)의 관광명소 ‘글로버 정원’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버 정원은, 하나의 부모에서 연상되듯 바로 ‘나비부인’이란 오페라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원래 소설에서 출발했다. 프랑스 작가 로티(Pierre Loti·1850~1923)가 1887년 발표한 여행기 ‘마담 크리상테마’를 바탕으로 미국 소설가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1861~1927)이 중편소설 ‘나비부인’을 썼으며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프로듀서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 1853~1931)가 뮤지컬로 제작했다. 이를 푸치니가 오페라로 만들어 세계를 매료시켰던 것이다.

오페라 ‘나비부인’과 그 이후 계속된 ‘나비부인’을 모태로 한 다른 작품들의 성공은 허구인 ‘나비부인’의 창작 배경에 관심을 유도했고,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나비부인’이란 인물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된 나가사키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됐다.

   
작품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배경이 꼭 나가사키가 아니어도 된다. ‘미스 사이공’처럼 변주된 다른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곳은 아시아의 어떤 곳이면 된다. 일본은 ‘나비부인’의 명성과 등장인물과 배경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관광 상품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서광덕 부경대 HK 연구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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