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종의 동물들 집 짓는 방법 소개
- 거미줄로 나뭇잎 꿰매는 재봉새 등
- 더위와 추위 피하고 천적 막고…
- 자연훼손 최소화해 보금자리 마련
- 그들 모습 통해 인간과 공존 일깨워
재봉새의 둥지는 독특하다. 커다란 나뭇잎의 가장자리에 구멍을 내고, 바늘처럼 생긴 부리로 둥지를 꿰맨다. 바느질에 필요한 실은 다름 아닌 거미줄이나 식물의 섬유질. 무척이나 정교한 재봉새의 솜씨는 나뭇잎을 죽이지 않고 초록을 유지시킨다. 둥지 속 새끼를 보호색으로 완벽히 숨기는 위장술이기도 하다. 돌돌 말린 잎사귀 안을 솜과 깃털, 동물 털로 채운 섬세한 둥지는 재봉새 가족의 안전한 보금자리이다.
주거 마련은 지구상 모든 생물에게 중요하고 오래된 문제로 꼽힌다. 아늑하고 안전한 집에 대한 욕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 법. ‘동물들의 놀라운 집 짓기’는 새, 벌레, 파충류, 포유류 등 26종의 집 짓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한다.
동물과 자연에 관한 책을 꾸준히 써온 작가 로라 놀스가 저자이며, 기후변화와 쓰레기 문제 연구를 진행 중인 케임브리지대학교 박규리 지속가능디자인 박사가 내용을 옮겼다.
동물의 집은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튼튼하고 다양하며 영리하다. 잎사귀를 서로 붙여 집을 만드는 베짜기개미, 땅속에 오십 개의 방을 만들어 무리가 함께 어울려 사는 사막의 파수꾼 미어캣, 낮에는 어둡고 시원한 땅속에 지내다 저녁에 간식을 먹으러 나오는 땅돼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땅을 뚫어 은신처를 만드는 북극곰까지 천적의 공격을 피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둥지 근처를 파란 꽃잎과 블루베리 열매, 파란 플라스틱 등 온갖 파란색을 끌어모아 장식한 후 암컷을 꾀는 새틴바우어새와 같은 동물도 있다. 이 보금자리의 목적은 오직 예쁜 암컷을 유혹하기 위함이고, 암컷 역시 수컷의 둥지를 보고 좋은 짝꿍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한다. 집 짓기 기술을 통해 엿보는 동물의 습성이다. 제비의 침으로 만드는 금빛 제비의 집은 요리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동물들의 집 짓기는 산을 허물지 않고, 숲을 밀지 않으며, 물길을 막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의 보금자리 마련은 어떤 방식인지 반문한다. 사람의 집을 짓기 위해 동물의 집을 빼앗은 건 아닌지, 쉽게 눈에 띄지 않더라도 동물의 세계가 인간과 공존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책은 집과 자연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