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마약왕, 이미지 낭비만 많고 사유는 빈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27 19:08:3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마약왕’(2018·사진)은 두 갈래의 욕망이 한데 어지러이 뒤엉켜 있는 영화다. 부산의 마약왕 이황순의 실화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감독은 1970, 1980년대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어 다루는 사회파 영화를 추구하는 한편으로는, ‘스카페이스’(1983)와 같은 과거 갱스터물의 로망을 한국영화의 자장 안에서 재현하려는 욕망 또한 놓치지 않으려 한다. 짐작건대 이 영화는 한 범죄자의 성공과 몰락에 관한 범죄 서사시를 유신 시대라는 배경에 투사하며 정치적 이슈와 장르의 스타일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의도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극의 리얼리즘과 장르물의 오페라적 과장 사이를 오가던 영화는 스스로 갈 길을 잃고 미궁에 빠지고 만다.
   
범죄자의 돈과 유착한 국가 권력의 부패를 그리며 ‘내부자들’(2015)에서 피력한 기득권 카르텔의 역사적 대응물을 찾고자 함인가, 아니면 인생의 상승곡선을 그리며 승승장구하던 범죄자가 자신이 구축한 왕국과 함께 파멸하는 피카레스크 로망(Picaresque Roman: 악인의 일대기를 그리는 통속 소설)을 표방함인가? ‘마약왕’의 지향점은 전혀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우민호 감독의 관심은 인물과 시대에 대한 해석보다는, 이야기를 핑계 삼아 배우와 미장센의 이미지들을 ‘전시’하며 장르의 외양을 과시하려는 자아도취적 페티시즘에 방점이 찍혀있다.

윤태호의 만화 원작에 기댄 ‘내부자들’에서는 적어도 이야기의 한 단락을 분명하게 매듭짓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서사의 계단을 점층적으로 쌓아가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마약왕’에서 감독은 최악의 수를 둔다. 내용의 대략을 전달하는 기능만 간신히 유지하는 선에서, 인물의 동기와 내적 변화의 묘사를 대거 축소하고 편집해 들어내 버린 것이다. 컷의 연결은 매끄럽지 못하고 극의 인과와 감정선은 대충 얼버무리고 널뛰기를 거듭한다. 우리는 이두삼이 기업형 범죄자로 변모하며 군사정권과 밀월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의 전말은 알 수 있지만, 설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이러한 식의 스토리텔링을 쉬이 납득하긴 어렵다.

남은 건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과 현란한 미장센이지만, 서사의 핍진성과 논리가 망가진 상태에서 배우의 열연과 몇몇 장면의 기술적 세공력은 도리어 응집력을 잃고 겉도는 느낌을 준다. ‘마약왕’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지들이 의미의 심도, 명료한 주제 의식을 조형하는 데 헌신하지 못하고 단면적인 구경거리로서만 ‘낭비’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송강호가 열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할 수는 있지만, 정작 그가 연기하는 이두삼이 어떤 인물이며 그가 함축하는 시대성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유신정권의 종식을 알리는 시위 현장은 단지 암살 장면을 장식하는 혼란스러운 배경, 잠시 스치는 ‘풍경‘으로서만 기능할 뿐, 어떠한 정치적 상징성도 담보하지 않는다. 배우의 얼굴, 재현된 역사의 공간 이미지는 그저 일차원적 수준의 연출과 오락을 위해 억울하게 끌려 나와 착취당하고 있을 뿐이다.

   
배우의 연기와 근사한 이미지의 전시가 서사의 방만함과 연출의 결함을 메울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밀고 나간 결과는 사유도, 영화적 성취도 담기지 않은 채 소비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140분 어치 총집편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자들’에서부터 전조를 보인 이미지의 ‘낭비’, 소재에 대한 해석의 빈곤함은 종국에 극대화되어 ‘마약왕’이라는 재앙을 낳았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3. 3[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4. 4'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5. 5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6. 6'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7. 7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8. 8[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9. 9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10. 10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1. 1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2. 2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3. 3[속보]이용철 법무장관 후보, 청문 준비 돌입…12일 준비단 첫 출근
  4. 4장동혁 “중도확장, 말로하는 연대·통합으로 되는 것 아냐”
  5. 5서영교 “조작기소 특검법안 ‘대통령 이해충돌’ 논란은 헛소리”
  6. 6임광현 “소방재원 확보 위해 미래대응기금 활용, 국회와 긴밀 협의”
  7. 7[속보]당정 “소방 필수투자에 2조원 재정지원…지방부담 완화 검토”
  8. 8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9. 9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10. 10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 1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2. 2'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3. 3'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4. 4“평소 접하기가 힘들었던 전통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르세요”
  5. 5녹색전환 핵심 ‘전기화’, 기업10곳 중 3곳만…“인센티브 필요”
  6. 6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7. 7식품·외식 분야에서 ‘웰니스 소비’ 앞으로도 지속된다
  8. 8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9일 개막…"K-GX 전략 소개"
  9. 9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0. 10[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5. 5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6. 6[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7. 7양산 주남산단, 자금 조달 지연에 2028년까지 연장
  8. 8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9. 9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10. 10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1. 1‘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2. 2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3. 3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4. 4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5. 5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6. 6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7. 7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8. 8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9. 9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10. 10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