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5> 공동체의 춤, 공동체를 위한 춤

사회문제 들추는 것도 춤의 역할… 불편한 춤도 우리는 춰야 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25 18:58:09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이매방 선생 전통춤 저작권 싸움
- 춤 논쟁은 없고 기득권 공방만
- 시청서 열린 김용균 씨 추모춤판
- 아픈 시스템 치부 드러내는 춤

- 공동체 자기비판 끌어내는 것도
- 정치 가장자리, 춤이 해야할 일

두 개의 사건이 있다. 하나는 얼마 전 불거진 몇 가지 춤의 저작권 등록을 놓고 벌어진 창작자 유족과 무용계의 공방이다. 유족 측은 창작물이니 저작권 등록으로 배타적 권리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무용계는 전통춤을 바탕으로 한 창작은 온전히 개인 창작물이 될 수 없다며 맞선다. 다른 하나는 지난 19일 부산시청 앞에서 있었던 고 김용균 씨 추모 춤판이다. 24살 김용균 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참혹한 죽임을 당했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우봉 이매방 춤 보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전통문화유산 사유화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두 사건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전통춤 저작권과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두 사건은 죽음과 자본이 얽힌 공통점이 있다. 저작권 문제에서 발단은 ‘국무’라고 칭송받는 이매방 선생의 죽음이다. 선생의 죽음 이후 그의 예술적 권위와 가치를 어떻게 이어갈지 극명한 견해 차이가 생겼다. 이와 대비되는 김용균의 죽음은 이익 극대화에 내몰린 인간이 당한 자본의 살인이다. 전자는 뛰어난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숨겨진 자본의 속성이 드러나면서 춤이 사라진 경우고, 후자는 자본이 죽음에 직접 개입한 자리에 춤이 필요한 경우다.

춤의 입장에서 두 사건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작권 문제는 ‘공동체의 춤’에 대한 것이고, 고 김용균 추모 춤에는 ‘공동체를 위한 춤’이 자리한다. 저작권 문제는 공동체 정신이 사라진 춤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엄밀히 말하면 문제가 된 춤은 전통춤이 아니라 전통을 바탕으로 둔 창작 춤이다. 창작 춤이 저작권을 얻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여기에 고인이 된 이매방 선생의 전통춤 권위가 입혀졌다는 점이다. 권위와 기득권이 주는 혜택을 위계적으로 나누던 전통춤계가 저작권이라는 양날의 칼 앞에서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말았다. 춤은 온데간데없고 기득권 공방만 덩그러니 남았다.

   
지난 19일 부산시청 앞에서 고 김용균 씨 추모 춤을 추는 춤꾼 김평수. 김평수 부산민예총 청년예술위원장 제공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수없이 목격했다. 자본은 어지간한 분노에는 끄떡없는 맷집이 있다. 인간의 처참한 죽음을 옆에 두고 시스템 가동에만 신경 썼던 사용자 측은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비정규직은 어차피 자본이 배제한 부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공동체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그들의 시스템에 포함하지 않고 철저한 배제를 통해 통제한다. 배제되지 않는 방법은 순치되거나 죽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춤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아감벤은 사람을 공동체로 조직하고 그 자리와 기능을 위계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치안(police)이라 규정하면서, 우리가 정치(politics)로 알고 있는 대부분이 치안이라고 말한다. 이런 공동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나 예술가는 자신의 몫이 없다. 이런 몫이 없는 자들이 자기 몫과 평등을 요구하는 것, 통치(치안)와 평등에 대한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이 정치의 가장자리이고, 이 자리가 춤의 자리다. 춤은 기존에 구획한 틀을 흔들어 공동체가 감성적 재분배를 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기존 장치가 작동 못 하는 새 공동체를 예감하는 신호를 보낸다. 공동체를 위한 춤은 기존 시스템의 불편한 점을 들춰 시스템의 문제를 알린다. 고 김용균 추모식의 춤은 불편하고 아픈 공동체를 위한 춤이다.

   
최근 공동체의 춤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활발하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지금처럼 커뮤니티 댄스가 교육과 형식적 측면에서만 강조된다면 이런 춤으로 기존 공동체가 유지되거나 재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통춤계의 저작권 사태는 공동체의 춤이 어떠해야 하는지 치열한 논쟁을 낳아야 하고, 고 김용균 씨를 위한 춤은 기존 공동체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공동체의 자기비판을 끌어내는 춤이다. 모두가 불편해하는 춤도 추어야 한다.

춤비평가·민주주의사회연구소 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4. 4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5. 5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6. 6‘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7. 7타인의 영화 필름 나르던 소년,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비추다
  8. 8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9. 9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10. 10“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1. 1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2. 2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3. 3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4. 4[속보] 민주, '신천지 당원 가입 정황' 공식 확인
  5. 5“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6. 6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7. 7강경화 "北 지뢰사건,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
  8. 8北, 전술탄도미사일 시험 확인…“기술 갱신 성과 확인 위한 발사”
  9. 9강경화 “한미 정보공유 제한, 풀기 어려운 현안…백악관 소통도 한계”
  10. 10[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1. 1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2. 2“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3. 3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4. 4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5. 5감천항 동편부두 이름 ‘원양부두’로
  6. 6부산서 ‘순직선원 위령제’ 열린다
  7. 7정부 ‘자율운항 협력’ 조선 공정으로 확대
  8. 8부산TP 지원 3社, 정부 AI·자율제조 사업 따내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2일
  10. 10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위반, 5년 전 0건 → 작년 73건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6. 6‘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7. 7“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8. 84개월 만에 김경수 만난 박완수 지사 “제도 개선되면 부울경특별연합 검토”
  9. 9박완수 도지사 경찰조사 후폭풍…진보당 “사퇴하라” 道 “왜곡 말라”(종합)
  10. 10미란다 원칙 고지 않고서 허위 보고한 경찰 재판행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3. 3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4. 4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5. 5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6. 6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7. 7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8. 8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9. 9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10. 10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지은- little talk-Venice
김지효-우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2일 (음 9월 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