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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조엄의 재발견…‘해사일기’ 통으로 읽다

박진형·김태주 새 번역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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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63년 8월부터 11개월간의
- 통신사 일정·생활 꼼꼼히 기록
- 해양문학·문화사 중요 사료이자
- 동래부사 지낸 목민관 면모 오롯

조엄(1719~1777)의 ‘해사일기(海日記)’(박진형 김태주 옮김·논형출판사 펴냄)가 새롭게 번역돼 단행본으로 나왔다. 새로이 번역된 ‘해사일기’를 읽어 보면, 이 책이 참신한 ‘우리 문화사의 보물창고’ 하나를 열어 독자 가까이 끌어당겨 줌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조엄(1719~1777)의 초상. 조선 영조 때 동래부사 등을 지낸 조엄은 1763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조선통신사 정사로서 일본을 다녀온 뒤 ‘해사일기’를 남겼다.
조엄의 ‘해사일기’는 이미 번역·출간된 바 있다. “민족문화추진회가 고전국역사업으로 1974년부터 1981년까지 ‘해행총재’를 12권으로 국역했는데 이 안에 ‘해사일기’도 포함돼 있다”고 논형출판사 측은 밝혔다. 또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민문고 출판사에서 1967년 펴낸 ‘해행총재’ 국역본 제7권에 ‘해사일기’가 있다고 나온다. 이런 상황을 정리해보면, 나온 지 아주 오래된 이들 ‘옛’ 번역본 말고는 독자가 ‘해사일기’를 손쉽게 통으로 읽을 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는 뜻인데 박진형·김태주 번역의 새 ‘해사일기’가 이런 장벽을 뚫어준다는 뜻이 된다.

‘해사일기’는 영조 때 동래부사를 지낸 조선의 큰 선비이자 관료인 제곡(濟谷) 조엄이 1763년 8월 3일부터 1764년 7월 8일까지 11개월 동안 조선통신사의 정사(正使)로 일본에 다녀와 남긴 사행 기록이다. 조엄은 조선 조정이 일본 막부에 보낸 12차례의 통신사 가운데 11번째 통신사를 이끌었다.

새롭게 독자 곁으로 다가온 조엄의 ‘해사일기’를 놓고, ‘보물창고’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보아 세 가지다. 먼저, 수준 높고 탁월한 기록문학으로서 문학적 지평을 넓힌다. 다종다양한 통신사 구성원 500여 명과 함께 배로 바다를 건너는 과정을 꼼꼼하고 정확하고 방대하게 기록해 우리 해양문화사·해양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점이 두 번째 근거다. 세 번째, 조엄이라는 인물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해사일기’에는 조엄의 일기, 통신사 여정, 일본인과 교류 등이 꼼꼼하게 수록됐다. 사행 도중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조처했는지, 정사로서 조엄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외교적으로 일본에 어떻게 응대했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기록의 체제·엄밀함·용도·정신 등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난중일기’가 이순신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남긴 ‘평지돌출’ 성격의 기록물이 아니며, 성실하게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조선 시대 좋은 관료와 선비가 지녀야 할 기본 소양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난중일기’가 병사들의 나이, 키, 이름, 음식 종류까지 엄청난 세목을 기록한 것과 비슷하게 ‘해사일기’도 통신사 일정과 생활을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다. ‘항해’와 관련해 조선과 일본의 배와 항해기술, 조난 위기, 항해 관련 시설 등이 상세히 담겨 우리 해양문학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조엄의 재발견’은 ‘해사일기’가 주는 강력한 묘미다. 조선 후기 선비이자 관료로서 조엄은 흔치 않은 올곧음과 역량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접한 고구마와 수차를 조선으로 들여와 백성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목민관의 면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칙을 바탕으로 엄정하게 일을 처리하되 융통성도 발휘하는 외교관 모습도 뚜렷하다. 그는 동래부의 화가 변박을 발굴해 통신사로 데려간 높은 안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해사일기’ 새 번역본은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한일 공동 등재’ 1주년을 맞아 나왔다. 조선통신사뿐 아니라 조엄과도 역사적·문화적 인연이 매우 깊은 부산지역에서 관심을 쏟을 만한 책이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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