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UNIST 연구원 협업 통해
- 과학·예술 융합한 작품 9점 전시
- 환경오염·미래사회 메시지 담아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형형색색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 협곡을 만나게 된다. 기암괴석은 합성섬유가 쌓여 형성된 미래의 모습이다. 합성섬유를 쌓아 만든 발판에 올라서서 보면 이 협곡을 더욱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 구지은 작가와 윤빛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원이 함께 만든 작품명은 ‘25세기 그랜드폴리’. 윤 연구원은 작품 배경에 대해 “평소 옷을 자주 사 입는데 작품을 구상하면서 내가 산 옷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게 됐다. 합성섬유를 만들고 버리는 과정이 쌓이면 저 먼 미래에는 이 인위가 모여 자연스러움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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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은 작가와 윤빛나 UNIST 연구원의 작품 ‘25세기 그랜드폴리’. UNIST 제공 |
UNIST는 교내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에서 ‘사이언스 월든 과학-예술 프로젝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국가 연구개발(R&D) 자금 100억 원을 투여해 시작된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Science Walden Project)’의 일환으로, 과학 기술에 예술을 융합한 설치 미술, 사운드,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9점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의 핵심인 ‘똥본위화폐’다. 똥을 버리지 않고 순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화폐처럼 사용한다는 얘기다. 지난 9월부터 예술가들과 UNIST 교수·연구원이 협업해 ‘똥본위화폐와 자원순환’, ‘수질오염과 물 환경’, ‘융합과 협업’ 등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완성했다. 허희진의 작품 ‘퐁차 쇼룸’은 전시장 벽면을 티백으로 가득 메웠다. 물에 담그면 차가 우러나는 티백의 모양이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젤라틴과 주방세제, 색소를 섞어 만든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들어 있다. 차가 우러나며 물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인간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물을 오염시키고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의 외형은 재미있지만 의미는 가볍지 않다.
전시 기획을 맡은 구지은 작가는 “똥본위화폐는 환경 순환 경제의 원동력이자 미래 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의미를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과일집에서는 예술가들이 한 달간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과학 예술 레지던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전원길, 임승균 작가가 참여해 커피 가루와 인분으로 그린 ‘몽유똥원도’, 분뇨 찌꺼기로 만든 ‘향’ 등의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다음 달에는 김순임, 김등용, 정재범 작가가 참여해 과학과 예술이 융합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28일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 휴무.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