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의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 매서운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 측이 공장폐업에 따른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자, 고공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파인텍 노동자들이다. 벌써 40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의료진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이곳에 <추적60분>이 최초로 올라갔다. 왜 그들은 굴뚝 위에서 오랜 기간 긴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지난 10년간 <추적60분>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들처럼 외롭고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취재했다. 과연 지금, 그들의 싸움은 끝이 났을까.
■ 어느덧 10년, 2018년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추적60분> 단독 입수! 끝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10년 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박진화(가명) 씨.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기 시작하면서 폐가 굳어 13%만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 병을 앓기 전에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할 정도로 건강했다던 진화 씨. 그녀는 SK케미칼이 만든 원료를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 자신에게 끔찍한 고통이 시작됐다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SK케미칼은 정부의 동물실험을 근거로 자신들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의 CMIT/MIT 성분과 폐 질환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추적60분>이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달랐다. SK케미칼 제품 사용 후 폐 질환을 앓게 됐다 주장하는 이들이 과거 폐 질환 연관성이 인정된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쓴 피해자들과 비슷한 폐 질환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질환 패턴이 똑같고 양상도 같고(피해자들의 질환과의) 인과 관계가 분명히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종한 /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노조 新 잔혹사
지난달 22일,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임원 폭행 사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노조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들이 폭행을 저지른 이유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8년 전부터 세 번에 걸쳐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왔던 <추적60분>은 다시 그들을 찾았다. 2014년 이후 회사가 고용한 관리 노무 담당자에 의해 노조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하는 조합원들. 근무 중 1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월급을 삭감하는 것은 물론 노조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일명 ‘채증조’도 도입했다.
급기야, 벼랑 끝에 몰린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임원을 폭행하기에 이르렀던 것. 2018년이 가기 전 이 잔혹한 노조 탄압이 끝나길 바란다는 노조원들. 그들의 바람은 헛된 희망일 뿐일까?
우리 조합원들은 항상 이렇게 살았거든요, 8년 동안을. 내가 어떤 방식으로 죽으면 세상에 알려질 건데. 이렇게 알려지면 이 문제가 끝날 수도 있을 텐데.
-도성대 /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
■ 10년 만에 통과된 강사법,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지난달 29일, 시간 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추적60분>은 이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렸을 한 사람을 찾아갔다. 10년간 국회 앞 천막에서 농성을 벌여온 전직 시간 강사 김동애 씨. 그런데 김동애 씨는 강사법이 통과된 후에도 길 위에서의 삶을 이어가려 한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시간 강사들의 힘겨운 투쟁을 무시하듯 각 대학에서 법망을 피해가려는 꼼수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추적60분>은 재정난, 교육의 질 등을 핑계로 시간 강사들을 해고 처리하려는 대학을 찾아가 물었다. ”총장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21세기 교육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 교육인지를 고민하는 중이니까 (유출된 문건은) 시간 강사법에 관련된 건 아닙니다.
-‘K’ 대학교 관계자 -
■ 그래도 희망은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 좋은 소식을 선물 받은 사람들도 있다. <추적60분>은 오랜 싸움을 끝내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2018년을 떠나보내는 이들도 만났다.
환자가 또 한 사람 늘어나고, 반올림(피해자 모임) 도와주는 사람이 또 한 사람 생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예요.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 대표 황상기 -
저희는 피 안 섞인 자매 같다고 얘기해요. 힘든 시기를 한 10년 이상같이 지내다 보니까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거예요.
-KTX 직원 정연홍 -
9년 만에 복직하면서 희망을 버렸으면 벌써 다 포기했을 겁니다. 그 희망 하나 가지고 같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의지했던 동지들이 좋았어요.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을래 -
이번 주 <추적60분>에서는 10년에 걸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우리가 찾아내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결코 잊혀선 안 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취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