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태규 전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최근 이런 소식을 온라인에 알렸다. “제가 루게릭병 초기에 구술하고 아내가 타이핑해서 완성한 작품 ‘비원(秘)’을 부산의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이 낭독으로 공연한다는군요. 전 못 가지만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_^”

	왼쪽부터 정태규 소설가, 정광모 소설가, 배길남 소설가

정태규 작가는 현재 루게릭병으로 8년째 투병 중이다. 지금은 서울에 산다. 루게릭병에 걸리면 온몸이 마비된다. 환자는 결국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없어지게 된다. 정 작가가 그런 상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 작가는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 글을 쓴다. 지난해에는 그렇게 쓴 글을 모아 저서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펴냈다. 이 책은 전국 많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이 책에 실린 빼어난 단편소설이 ‘비원’이다.

‘비원’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왜 하필 나인가”라며 절망한 두 남녀가 우연히 서울 창덕궁 비원 연못가에서 만난 이야기다. 실존을 위협받은 인간의 깊은 두려움, 동병상련 처지의 사람끼리 나누는 위로와 연대감을 절묘하게 담았다. 이를 연극인의 낭독 공연으로 접하면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이 인다.

극단 배관공은 ‘낭독공연-낭독으로 즐기는 부산 소설 나들이’를 오는 23일 오후 3시 부산 중구 백산길 생활문화센터 한성 1918 청자홀에서 무료로 연다. 이날 정태규 원작의 ‘비원’(김민규 각색)을 비롯해 ‘답안지가 없다’(정광모 원작, 옥순주 각색), ‘외출’(정광모 원작, 하지운 각색), ‘램프불 그리고 낯선 이’(배길남 원작, 정유진 각색)을 낭독으로 공연한다. 연극연출가 주혜자가 연출을 맡고, 동아리 ‘배우는 배우다’ 회원 10명과 연극배우 이효림 등이 출연한다. 010-6660-2862

조봉권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