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이자 환경보호 활동가
- 녹생성장이란 가면 뒤에 숨어
- 환경파괴 저지르는 거대기업과
- 진실 놓치는 소비자 현실 지적
때로 ‘인용’이 구구절절 설명보다 그 책에 관해 훨씬 선명한 압축 정보를 제공한다. 독일의 언론인이며 환경 보호와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가 카트린 하르트만(46)이 쓴 책 ‘위장환경주의-‘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영어 제목 The Green Lie)에서도 그런 문장을 찾았다. “거대 대기업들은 당혹스러운 방식으로 환경 운동이라는 그림과 개념을 장악했다. 이들은 스스로 불러일으킨 파괴임에도, 자신들이야말로 그러한 파괴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며 환경 운동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NGO를 앞세우고 정치인을 지속 가능이라는 이름 아래 자기 이익을 관리해주는 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24쪽 ‘황제가 입은 녹색 옷’ 중)
| |  |
| ‘위장환경주의’의 저자 카트린 하르트만이 베르너 부테 감독과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더 그린 라이(The Green Lie)’ 포스터. 사진 오른쪽은 2015년 사상 최악의 불로 끔찍한 폐허가 돼 버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잠비이다. 저자는 이 대화재의 큰 피해를 종려유 사업자들의 ‘그린 워싱’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
이 명쾌한 직설은 이렇게 이어진다. “시민들은 자신의 경제적 역할을 ‘소비자’에서 찾은 것 같다. 즉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대신 ‘윤리적 소비’로 자신의 역할을 대체하며 여전히 명랑하게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 (중략) 따라서 이제는 기업이 자신들의 파괴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그런 기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위 두 문장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긴밀히 연계돼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맹렬한’ 느낌을 담은 이 책의 목적이며 효용이다.
이 책의 구성은 세상의 문제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 ‘The Green Lie’(감독 베르너 부테)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핵심을 담아 펴냈다. 저자 하르트만은 ‘The Green Lie’의 시나리오를 썼고, 출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위장환경주의’는 세상에 현존하는 명백한 사례가 가득하다. 그 핵심은 아주 많은 세계적 판도의 거대 기업이 실제로는 지구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크고 강한 구조의 핵심에 있고, 빈곤과 불평등을 낳으면서도 ‘그린’(녹색 성장, 환경 보호, 지속 가능한 생산)이라는 가면 뒤에 잘도 숨는 현실을 지적하는 데 있다.
스위스의 초거대 기업 네슬레가 만드는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가 엄청난 알루미늄 쓰레기를 배출하면서도 세련되고 환경도 생각하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저자는 드러낸다.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가 바다를 치명적으로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실을 뽑아 유행 패션을 만든다고 ‘그린’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의 허점도 비판한다. 이들은 작은 사례에 속한다.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사고를 일으켜 바다 생태계에 역사상 최대·최악 규모의 재앙을 초래하고도 ‘그린 워싱’(생태·환경 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호도함)으로 거뜬히 방어에 성공한 BP의 사례 등 책은 치열하게 ‘위장환경주의’를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 또한 거대 기업의 ‘그린 워싱’ 또는 ‘위장환경주의’에 의탁하게 되어 문제 핵심을 곧잘 놓치는 현실도 들여다본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