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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35> 강원도 영월 직동리에서 동학 또다시 살아나다

이필제 변란에 뿌리 뽑힌 동학, 해월 49일 기도로 불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14 19:11:1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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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해월 최시형 순도 120주년을 지내며 다녀본 곳은 하나같이 산골 오지다. 강원도 영월·원주·인제, 경기도 여주·이천 등등.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곳은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로 해월이 관군의 추적을 피해 숨어든 곳이다.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에 세워진 ‘대인접물’ 기념비.
해월은 스승 수운 최제우가 참형(1864년 3월 10일) 당한 후 영양 일월산에 은신해 6, 7년을 지내며 풍비박산 난 동학 조직을 살려내지만, 이필제(1825~1871)의 변란으로 동학은 다시 뿌리 뽑힌다. 이필제는 충청도 홍주 출신으로 뛰어난 언변과 학식을 갖춘 소위 ‘직업혁명가’로, 수운 선생이 살아있던 1863년 동학에 입도하였다고 전한다. 진천, 진주 등에서 변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영해로 피신하여 해월을 설득한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스승의 원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명분을 거절하지 못하고, 해월은 동원령을 내린다.

1871년 3월 10일 영해 병풍바위에는 영해, 평해, 울진, 경남 영산, 칠원, 밀양 등에서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다. 전라도 남원, 충청도에서도 참여하였다. 동학도들은 오후 5시쯤 천제를 지내고 30리 거리의 영해읍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횃불과 죽창, 몽둥이를 각자 하나씩 손에 들었고 장검과 화승총도 마련되어 있었다. 해월이 거사 비용을 부담했다. 스승의 신원을 회복한다는 명분, 영해부사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분은 충분했다. 일반 백성들의 호응도 받았다.

이들은 순식간에 영해를 장악하고 부사 이정을 묶어 논죄한 후 목을 베어 처단한다. 동학도들은 이튿날 정오께 대부분 해산하고, 이필제 등 주요 간부는 해월의 은신처가 있는 영양군 일월산 뒤쪽 윗대치로 향했다. 급보를 받은 조정은 병력을 출동시켜 윗대치까지 공격했다. 해월은 간신히 탈출해 강원도 영월로 피신한다. 이필제 일당은 8월에 문경 소흘관 안쪽 초곡에서 변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체포되어 서울에서 처형된다.

해월은 1871년 겨울 영월 직동의 박용걸의 집에 기도소를 마련하고 49일 기도를 한다. 동학교단 활동을 위기에 빠뜨린 스스로의 잘못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자책이었다. 동학 도인들이 해월을 찾아 모여들었고 다시 동학의 불꽃은 되살아났다.

이 무렵 해월은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세세한 가르침을 담은 ‘대인접물(待人接物)’의 가르침을 남겼다. 그 내용은 “사람이 하늘이니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 “남의 악은 감추어 주고 선을 드러내어 찬양하는 것을 주로 삼으라”, “사람을 대할 때에 욕을 참고 너그럽게 용서하여, 스스로 자기 잘못을 책하면서 나 자신을 살피는 것을 주로 하고, 사람의 잘못을 그대로 말하지 말라”, “무릇 때와 일에 임하여 우(愚·어리석은 체 하는 것), 묵(默·침착하게 하는 것), 눌(訥·말조심 하는 것) 세 자를 용(用)으로 삼으라” 등이다.

마음공부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대인접물’만큼 소중한 가르침도 없다. 참회의 49일 기도를 행하고 해월은 이듬해 새해 들어 인근의 접주들과 별도의 참회 제례도 올린다. 위기를 넘긴 동학은 영월 깊은 산골에서 꿈틀거리며 또다시 살아났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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