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매년 성탄절이 찾아온다. 부산 중구 광복동 거리에는 온갖 모양의 성탄 트리가 장식되고 이를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나 안 믿는 사람이나, 성탄절은 뭔가 즐겁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축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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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크리스마스트리축제. 국제신문DB |
성탄과 관련된 메시지가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중 이 시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은 ‘평화’에 관한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태어날 예수를 가리켜 한 아기가 우리에게서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는데, 그 이름은 ‘평화의 왕’이라고 했다. 선지자는 “세상에 오시는 주님은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시고 백성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실 것이니,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평화를 이루실 분으로 오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 이래 기록된 전쟁은 모두 1만4600여 건에 달해서, 해마다 2, 3건이 터질 정도로 인간은 수많은 전쟁을 겪어왔다. 이러한 전쟁들이 인간을 얼마나 불행하게 했는가. 일단 그 소용돌이에 빠져든 사람들은 죽음과 파괴, 증오와 인간성 상실, 실향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그 상처는 후대에까지 이어졌다. 20세기에 있었던 두 차례의 대량살상 전쟁 모두가 평화의 왕이신 예수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매년 성탄 메시지의 핵심을 평화에서 찾았더라면 이런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서도 사람들 속에는 평화에 대한 갈망이 있기 마련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바로 그런 인간의 갈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독일과 연합군의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참호전으로 수많은 병사가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해 전쟁터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먼저 독일군 진지에서 군인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합창했다. 그 소리가 영국군 진지까지 울려 퍼지면서 그들도 영어로 이 찬송을 함께 불렀고, 그 살벌했던 전선은 갑자기 크리스마스 찬송으로 가득 차게 됐다. 그 찬송들은 미움과 증오로 얼어붙고 피폐해졌던 군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크리스마스의 동이 터올 때 한 독일군 병사가 초를 단 작은 성탄 트리를 들고 영국군 진지를 향해 걸어갔다. 이를 본 한 영국 병사가 참호에서 나와 그와 평화의 악수를 했고 이후 양쪽 병사들이 하나둘씩 나와 서로 악수를 하며 성탄 인사를 나눴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 휴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주변에 널려진 동료들의 시신을 땅에 묻었고, 같이 축구를 하면서 샬롬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짧은 휴전이 끝나고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지만, 이 사건은 훗날 유럽에 평화를 심어주는 감동적인 일화로 남았다.
세상에는 어디나 평화의 길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보지 못한다. 비싼 값을 지불한 다음에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그러나 지금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남과 북이 분단되어 전쟁의 위기가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슴에 담아야 할 소중한 말씀이다.
부산중앙교회 담임목사·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