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남자] 침묵의 밤 별빛이 건네는 우주의 인사 /정광모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트린 주안 투안 지음 /파우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30 19:49:2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은하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과 교수
- 하와이 4207m 높이의 천문대에서
- 우주신비를 시어로 풀어낸 ‘천체순례’

하와이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고운 모래가 끝없는 와이키키 해변? 이름만 들어도 나를 부르는 듯한 호놀룰루? 어디든 하와이는 편안한 휴식의 상징이다. 그런데 하와이에는 전 세계 천문학자가 가고 싶은 천문대도 있다. 4207m 높이의 마우나케아 정상 천문대는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이 13대 설치돼 있다. 이 높이에서 공기는 건조하고 안정적이며 열대 구름은 산 아래에 깔려있다. 마우나케아는 현대 천문학의 기념비적인 장소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놓는 곳이다. 아쉽게도 천문학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서 연구하고 싶은 천문학자는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해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버지니아대학교 천체물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청색 밀집 은하’를 연구하기 위해 이 천문대에서 사흘 밤을 보낸다. 그는 천문대에서 관측할 은하를 향해 망원경을 조준하면서 밤과 우주를 명상한다. 그는 밤의 신비와 그 신비를 알아낸 인간 지성을 천문학자이자 시인의 언어로 우리에게 읊는다. 사람은 밤과 낮의 절묘한 균형에서 살아왔다. 낮이 노동의 시간이라면 밤은 쉬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이 밤이 되면 깨어나 활력을 되찾는다. 저 지긋지긋한 전등이 우리의 어둠을 훔쳐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 삶은 좀 더 행복했으리라. 모파상의 “나는 밤을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글로 책이 시작하는 건 그 행복을 추억함이다.

저자는 밤을 이야기하면서 빛의 미스터리한 성질을 먼저 말한다. 빛은 어떤 물체와 상호작용을 이룰 때에만 인식된다. 우리를 밝혀주고 주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빛은 그 자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장미 꽃잎이든 우리의 망막이든 빛의 경로가 막혀야만 빛은 자신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우주선을 탄 우주비행사는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볼 때 주변의 공간이 태양빛으로 가득함에도 칠흑의 어둠밖에 보지 못한다. 역설의 극치다.

빛은 우주의 암호이기도 하다. 하늘은 별과 행성과 은하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소란을 부리나 우리 인간의 삶이 너무나 짧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한다. 우주 변화를 육안으로 감지하려면 수억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주의 신호인 빛이 별의 탄생과 죽음과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앉아 신비롭게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빛을 관측한다. 그러니 천문학자도 시인 자격으로 우주의 서사시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밤이 오면 세계에 마술 같은 침묵이 자리 잡는다. 밤이 되면 시력을 보충하기 위해 몸의 감각이 자극을 받아 살아나고 청각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슬프게도 도시는 우리에게 밤을 빼앗아버린 인공광이 넘쳐난다. 저자는 인간은 과거의 먼 조상들과 달리 하늘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과 내밀하게 접촉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도시 아이들은 더 이상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저자는 아주 높은 곳이나 광활한 사막에 숨어 있는 천문대에 갈 때면 항상 무한한 우주 공간에 간 듯한 황홀함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인공광 없는 순수한 밤이 되면 우주와 닿아 있다는 아찔한 느낌이 저자의 마음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천문대 위에 드리워진 밤의 무한한 우주 공간은 밤의 침묵과 잘 어울린다.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며 천문학자는 우리 감각을 자극하고 우리를 우주와 연결해주는 밤의 숭고함에 젖어 든다. 어쩌면 천문학자와 시인은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찌 아니라. 우리 인간은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별의 자식이다. 모든 존재는 별에서 왔다. 별의 중심부가 핵융합을 하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와 산소와 칼슘을 만들어내고 초신성이 폭발하며 죽는 동안 금과 은과 60여 개의 원소가 탄생한다. 그러니 별이 만든 원소로 탄생한 인간이 다시 별을 관찰하며 신비로움에 빠져드는 건 우주가 만든 거대한 드라마다.

여명이 오면 저자는 마우나케아 천문대 야간 관측을 마친다. 망원경을 조작하던 기사도 망원경을 쉬게 하고 돔의 망원경 출입문을 닫는다. 저자는 은하를 관측한 결과를 정리해 대학 컴퓨터로 보낸다. 수줍게 등장하는 아침 햇살이 저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저자는 생각한다. 우주를 관측하는 인간의 ‘의식’은 우주 역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필연이 아닐까라고. 우주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식이 존재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라고.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 날 밤의 마우나케아 천체 순례를 기다린다. 또 다른 밤의 어둠 속에서 오묘하게 우주와 접하기를 기대하며.

소설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21> 파킨슨병 앓는 정성훈 씨
  3. 3[아침숲길]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는 시간 /박희숙
  4. 4샌더스 결국 하차…미국 대선 트럼프-바이든 양자대결로
  5. 5[강동진 칼럼]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6. 6[도청도설] 막말 고질병
  7. 7축제 취소된 대게 할인 판매
  8. 8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9. 9부산시산림조합, 코로나성금 1000만 원 전달
  10. 10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1. 1홍남기 “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2배 확대”
  2. 2연제구, 구민에게 재난기본소득 지급…부산 9번째
  3. 3통합당, 김대호 최고위 만장일치 제명…차명진은 윤리위 회부
  4. 4오세훈 후보 유세 차량에 흉기 든 괴한 달려와…현장 경찰에 제압
  5. 5정의당 창원진해 조광호 후보 사퇴…“황기철 후보에게 힘 싣겠다”
  6. 6내일부터 이틀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실시
  7. 738노스 “북한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 가능성”
  8. 8문 대통령 "우리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 구할 수 있기를"
  9. 9부산시 제21대 총선 선거인 수 총 295만 8290명…제20대 보다 5329명 늘어
  10. 10김종인 “모든 대학생에게 재난장학금 100만원 지급해야”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3. 3글로벌선사 결항에 부산항 물동량 위기
  4. 4바닷속 방치된 굴패각 재활용…친환경 해양생태블록 만든다
  5. 5 기아 텔루라이드, 세계 올해의 車
  6. 6 부산은행 ‘가을야구 정기예금’
  7. 7 부산관광공사 랜선여행 이벤트
  8. 8‘코로나 폭락’에 상장사 358곳 자사주 매입
  9. 9금융·증시 동향
  10. 10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확대, 유통업체 교통유발부담금 30% 경감
  1. 1온라인 개학 첫날 부산 쌍방향 수업 40%에 달해
  2. 2낙동강 횡단 엄궁대교 입찰 재추진
  3. 3코로나19 완치 판정 받은 80대, 퇴원 후 사망
  4. 4부산 해외입국자 1명 코로나19 추가 확진 “완치자 재증상 없다”
  5. 5오늘 중3·고3부터 온라인 개학…이달 내 초중고 모두 원격수업시작
  6. 6대전 지하철 역무원, 코로나19 완치 판정 후 재확진
  7. 7‘음주 바꿔치기’ 래퍼 노엘, 첫 재판…장제원 “아버지로서 마음 아프다”
  8. 8사하구 하단동 하수도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가스중독…소방 “추가 구조 작업 진행 중”
  9. 9여자화장실 불법촬영한 지하철 역무원, 휴대전화 속 음란물 다수 확인
  10. 10하수도 공사 중 유독가스로 3명 숨져…동료 찾으러간 작업자도
  1. 1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2. 2‘전설’ 루 게릭 배트, 12억 원에 팔렸다
  3. 3유럽축구 재개 움직임…분데스리가 내달 ‘무관중’ 준비
  4. 4손흥민도 200억 뚝…축구선수 몸값 12조원 증발
  5. 5호나우지뉴 19억 보석금 내고 석방
  6. 6만수르 제친 최고 부자 구단주는?
  7. 7주말 개막하는 대만 야구…관중석엔 마네킹 응원단
  8. 8IOC “도쿄올림픽 예선 내년 6월 29일까지 마무리”
  9. 9허리 세운 거인, 올 시즌 필승조 ‘이상무’
  10. 10성장통 겪은 한동희 “거인 핫코너 올해는 내가 주인”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제7곡-사과십철
최원준의 음식 사람
전남 함평 생고기비빔밥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도현신 지음) 外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조성일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코로나 어떻게 전세계 확산됐나
길고양이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긴 여행’ - 강민석 作
‘부산 마리나’ - 박경태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4월, 풍경 /정희경
무릉리 돌담 /김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킹덤2’ 김은희 작가
영화 ‘이장’ 정승오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이승환·신승훈 목소리와 함께한 ‘30년’
다시 뜨거워지는 ‘월화드라마’ 시장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봉준호 영화와 ‘사건’의 철학
‘페인 앤 글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4월 9일
묘수풀이 - 2020년 4월 8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9일(음 3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8일(음 3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慮禍過之
患禍無方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