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서 2018년 올해 마지막 드라마들이 일제히 파일럿을 시작했다. 새로운 소재와 돌아온 흥행 수표들로 포진한 이번 전쟁에서 단연 돋보이는 첫 회는 jtbc 드라마 ‘SKY 캐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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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한 장면. jtbc 제공 |
주남대 의대 정교수들만 사는 공짜로 동네, 화려하고 품위 있고 배워서 돈 많이 번 놈들이 흩어지면 죽을 것처럼 오밀조밀 모여 사는 곳이 ‘SKY 캐슬’이란 동네다. 아이들은 죄다 의대 법대를 가고, 또는 가야 하고, 엄마들은 은행에서 VIP들에게 제공하는 입시 코디 매칭 모임에 가고, 아빠들은 방임적으로, 또는 위압적으로 엄마에게 아이들의 매니지먼트를 시키는 곳, SKY 캐슬. 극 중에 등장하는 중학생 예빈의 표현이 딱 맞다. ‘븅’ 같은 동네다.
이 븅 같은 동네에 3대 의사 가문을 이은 의대생이 탄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험생의 엄마는 신이 되고, 다른 엄마들은 그녀의 손으로 빚은 아들의 포트폴리오를 얻기 위해 파티와 전자제품과 정성과 사려 깊음까지 꺼내 바친다. 그러나 신은 아무에게도 포트폴리오를 주지 않는다. 신은 공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공정함에 선한 의지는 없지만. 부모들은 경쟁한다.
엄마들이 최전선에 서 있다.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면서도 느슨해지지 않아야 한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괴랄한’ 직업이 있고,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교사들이 출제하는 문제를 100% 예상 적중시키는 강사들이 있고, 이 괴물 같은 전쟁에서 아이가 사회성은 가지도록 심리 상담까지 준비해놓은 전쟁의 포화 속, 그래도 아이들은 그럭저럭 자란다.
이 드라마를 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 모두 이 짓이 헛짓거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 의대를 가는 게 아니라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에 가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란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와! 한때는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어, 라고 손가락질하며 웃을 수 있는 건 무한경쟁에서 잃어버린 게 너무 많다는 걸 다들 묵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경쟁의 다음 주자, 예쁘고 똑똑한 예서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모이는 독서 토론회에서 “항상 1등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제 생각이 옳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1등을 하려는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이 장면에선 저절로 폭소가 터진다. 저런 바보 같은. 웃을 수 있는 건, 그 책의 주제가 예서의 감상평과 아주 먼 곳에 있다는 사실 덕분이다. 예전 같으면 칼날이 퍼런 투로 경쟁을 펼쳐놓을 텔링을 했겠지만, 2018년의 드라마는 다르다.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있었구나, 하며 멸종하는 공룡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불어 닥친 빙하기에 공룡이 위 속에 든 식물을 채 소화하기도 전에 얼어붙어 쿵, 쓰러질 때야 조금은 슬프겠지만. 눈물 닦아주고 밥 한 끼 사주면 내 인정은 다 표시한 것이다. 마냥 배부르고 따땃한 삶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마음속에 지옥 하나쯤은 있는 법. 그러나 이렇게 욕망에 분칠하고 살진 말자. 1회에서 고3 애 하나가 의대에 붙었다고 그 애 엄마를 위한 유럽풍 파티를 열어주는 장면에선 진심 배를 잡고 웃었다. 먼저 이 드라마를 보고 두 번째 시청도 함께 해 준 친구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야, 진짜 미쳤지 미쳤지?” 아직 죽지 않은 공룡이 갈라파고스 제도쯤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갈라파고스에만 있는 이유는, 생태계에 걸맞은 환경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생태계는 건강한 상태로 달려가고 있다. 공룡을 비웃을 수 있으니까. 작가·글쓰기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