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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에 맞선 미셸 오바마 삶의 여정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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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 ‘스스로 쟁취’ 희망 담은 자서전
- 8년의 백악관 생활 꼼꼼히 기록
- 진솔한 문장으로 독자에도 울림

잘 쓴 자서전을 읽는 것은 거의 언제나 ‘남는 장사’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독서로 한 인간이 형성된 과정과 겪은 세계 그리고 한 인간이 세계에서 체험한 성취와 실패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독자는 좋은 쪽이든 반면교사 방식이든 무언가 배울 수 있다.
   
미셸 오바마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임기 때 영국 런던 엘리자베스 개릿 앤더슨 중학교 학생들과 옥스포드대학을 방문했을 때의 장면이다. 미셸은 “내게 포옹은 허식을 버리고 상대와 연결되는 방법”이라고 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굳이 배우지 않는다 해도, 일단 자서전은 이론서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 이야기이므로, 재미있다. 여기서 ‘잘 쓴’ 자서전이란 적어도 진솔하고(진실하고 솔직하다는 뜻), 독자와 교감할 삶의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좀 길지만, 미셸 오바마가 자서전 ‘비커밍’에서 쓴 대목을 인용해 소개한다.

“사람들이 나를 이전과는 다른 잣대로 평가하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백악관에 발 들인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로서, 나는 거의 자동으로 이전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달랐다’. 내 백인 전임자들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우아함을 당연하게 인정받는 듯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터였다. 선거운동 기간의 실수를 통해서, 나는 늘 좀 더 훌륭하고 빠르고 영리하고 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 우아함은 스스로 쟁취해야 했다. 많은 미국인이 내게서 자신과 비슷한 면을 발견하지 못할까 봐, 혹은 내 입장에 공감하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되었다. 나는 세상의 판단은 잠시 잊고 천천히 새 역할에 적응하는 호사는 누릴 수 없었다. 언제든 헛소문이나 암시만으로 사람들의 무의식에서 쉽게 되살아날 근거 없는 두려움과 인종적 고정관념에 나는 여전히 취약했다.”(378쪽)

이 진솔하고 힘 있는 문장은 독자를 끌어들인다. 어딘지 제갈량의 ‘출사표’나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 독백 분위기도 나는 듯하다.

‘비커밍’은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이다. 미셸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이다. 8년 동안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 살았던 이 영민하고도 결단력 있으며, 우아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밴 여성의 삶이 ‘비커밍’에 상세하고 생기 있게 담겼다.

워낙 꼼꼼하게 쓴 터라 미국 대통령 관저이자 집무공간인 백악관에 방과 화장실이 몇 개 있는지, 집사와 요리사와 비밀경호원은 어떤 일을 하는지,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일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을 정도다. 참고로 백악관에는 방 132개, 화장실 35개, 벽난로 28개가 있고 미셸은 백악관에서 텃밭을 가꿨다. 백악관 텃밭 가꾸기를 계기로 미셸은 미국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건강과 운동 프로그램 ‘렛츠 무브’를 주창해 호응을 얻었다.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애살’ 많은 아이가 ‘흑인’이자 ‘여성’이며 ‘노동자 가정 출신’이라는 벽에 굴하지 않고 변호사로, 병원 부사장으로, 사회운동가로, 미국 퍼스트레이디로 산 이야기에는 생선처럼 펄떡대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비커밍’의 문장은 진솔하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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