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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40> 바렌츠의 꿈: 북극항로와 환동해시대의 개막

지구 온난화의 역설… 탐험가들이 갈망했던 ‘북극항로’ 열리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20 18:50:2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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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 북쪽서 중국 가려고
- ‘북동항로’ 개척 나섰던 바렌츠
- 세 번째 항해 때 빙하에 막혀
- 조난 당한 뒤 러시아서 사망

- 생존 선원 ‘바렌츠 지도’ 제작
- 英·네덜란드 포경 발전 이끌어
- 유럽인 뜨거운 관심 이어졌지만
- ‘소빙하기’ 탓 항로 개발 실패

- 유럽 북해와 아시아 잇는 꿈
- 환경오염으로 지구 온도 상승
- 북극해 얼음 녹아 가능해져
- 한반도 동해, 전 세계가 주목

그는 꿈이 있었다. 북극항로를 찾는 것이었다. 스칸디나비아를 돌아 시베리아 북쪽으로 중국에 갈 수 있는 항로, 유럽의 관점에서 이른바 ‘북동항로’였다. 그가 자신의 꿈에 더 가까워졌음을 직감하고, 세 번째 항해를 떠났던 것은 이 땅에서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6년 봄이었다. 그는 북극항로를 찾아 이미 두 차례 항해했었다.
   
스피츠베르겐의 고래어업을 그린 그림(Abraham Storck, 1690년). 그림 하단 오른편의 ‘노바야젬랴’와 중앙 왼편에 ‘스피츠베르겐’이 미지의 섬으로 남아 있고, 이들 사이에는 고래 떼들이 가득 차 있다. 김문기 교수 제공
1594년의 첫 항해에서 그는 노바야젬랴를 ‘발견’하고, 항로를 찾았다고 확신했다. 이듬해는 큰 희망에 부풀어 출항했지만, 중국과 교역할 상품을 실은 일곱 척의 배는 노바야젬랴의 북쪽을 돌아 내려가던 길에 부빙에 막혀버렸다. 이제 세 번째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새로운 항로를 찾아 훨씬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런 중에 또 큰 섬을 ‘발견’했다. 오늘날 스발바르라고 일컬어지는 ‘스피츠베르겐’이다. 그곳에 대한 탐험을 미처 마치기 전에, 급히 동쪽으로 노바야젬랴를 향해야 했다. 부빙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름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북쪽 해안을 넘어갈 때만 해도 그의 예상이 적중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카라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의 배는 거대한 얼음 바다에 갇혀버렸다. 한여름인 8월의 일이었다.

그와 일행은 결국 다음 여름 얼음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들은 배를 분해하여 집을 만들고, 곰과 물개를 잡아먹으며 영하 60도의 혹독한 겨울을 나야 했다. 이듬해 6월 날씨가 풀리자 살아남은 자들은 배의 잔해로 보트를 만들어 러시아 해안으로 탈출했다. 그렇지만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는 고국을 보지 못할 운명이었다. 위대한 탐험가 빌렘 바렌츠는 끝내 혹한의 동토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와 함께 북극항로를 찾던 그의 꿈도 꺾였다.

■바렌츠는 실패했지만 ‘지도’를 남겼다

바렌츠의 꿈이 좌절되고 70여 년이 흐른 뒤에, 전라도 여수에서는 한 무리의 이국인들이 어둠을 타고 조선을 탈출하는 데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 중의 한 명인 헨드릭 하멜은 조선에 억류되어 있던 13년 동안(1653-1666) 밀린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 본국 동인도회사(VOC)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의 보고서에는 매우 흥미로운 기록이 등장한다.
   
바렌츠의 지도.
동북쪽으로는 넓은 바다가 있다. 그곳에서 매년 네덜란드나 다른 나라의 작살이 꽂혀 있는 고래가 꽤 발견된다. 12월, 1월, 2월, 3월에는 청어가 많이 잡힌다. 12월과 1월에 잡히는 청어는 우리가 북해(North Sea)에서 잡는 것과 같은 종류이며, 2월과 3월에 잡히는 청어는 네덜란드의 튀김용 청어처럼 크기가 작은 종류이다.



네덜란드 작살이 꽂힌 ‘고래’와 북해에서 나는 것과 같은 ‘청어’였다. 하멜이 조선에서 보았던 해양생물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꼭 집어서 고래와 청어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까닭은 너무나 명백하다. 청어는 궁벽한 이 ‘저지대(네덜란드)’ 국가를 유럽 최고의 해양 부국으로 성장시켰다(해양문화의 명장면 34회 참고). 그렇다면 고래는 네덜란드의 번영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멜이 조선에 머물렀던 동안에 네덜란드의 포경어업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고래는 청어와 더불어, 네덜란드 해양산업의 중요한 근간이었던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포경어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한 장의 지도 때문이었다. 바로 ‘바렌츠의 지도’였다. 러시아인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던 바렌츠의 부하들은 세 번째 항해의 정보를 담은 지도를 내놓았다. 바렌츠 일행은 북위 76도에서 겨울을 보낸 최초의 유럽인으로, 그들의 지도는 북극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다.

지도를 보면, 바렌츠의 항해 경로가 표시되어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했던 그들은 노르웨이 해안을 돌아가다가 북쪽으로 직진하여 스피츠베르겐을 발견하고, 다시 노바야젬랴를 향했음을 볼 수 있다. 스피츠베르겐과 노바야젬랴의 지도는 완성되지 못했다. 스피츠베르겐에 대한 조사를 마치기 전에 노바야젬랴로 향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바야젬랴 북단을 돌아 카라해 입구에 그림이 그치고 있는 것은 그곳이 그들의 최종 도달지점이자, 조난지역임을 말해준다.

‘바렌츠의 지도’는 북극항로를 찾으려는 탐험가들을 자극하여, 열광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그런데 정작 관심을 끌었던 것은 엉뚱한 것이었다. 북극주위의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는 ‘괴물’들, 바로 고래였다. 이때까지 유럽인의 고래에 대한 지식은 한정되어 있었다. 올라우스 마그누스의 스칸디나비아 지도, ‘카르타 마리나(Carta Marina)’에서 보듯이, 대부분이 괴물처럼 묘사되었다(해양문화의 명장면 4회 참고). ‘바렌츠의 지도’에도 마그누스의 영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고래들은 거대한 물고기나 괴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바렌츠의 발견에 먼저 관심을 보였던 것은 영국의 모스크바회사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스크바회사는 시베리아 해안을 따라 중국으로 갈 수 있는 ‘북동항로’를 찾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바렌츠가 전해 준 고래 이야기는 새로운 항로의 개척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 1607년 모스크바회사는 어떤 탐험가에게 스피츠베르겐을 조사하게 했다. 조사의 결과는 흡족했다. 스피츠베르겐에서 포경산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때 이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 영국의 유명한 항해가 헨리 허드슨이었다.

영국이 관심을 보이자, 네덜란드도 급해졌다. 영국이 스피츠베르겐에 포경기지를 건설하자, 네덜란드도 북방회사를 설립하여 포경기지를 건설하고 군함을 파견했다. 결국 1618년 스피츠베르겐의 포경권을 놓고 영국과 네덜란드는 무력충돌을 했다. 그 결과 영국은 서해안, 네덜란드는 북측과 북서부해안을 분할했다. 1620년대는 네덜란드의 우위가 확립되면서, 스피츠베르겐의 포경어업을 사실상 독점했다.
   
■소빙기에 막힌 북극항로, 온난화로 열리다

이제 다시 하멜의 이야기로 되돌아가자. ‘네덜란드 작살이 꽂힌 고래’는 바로 스피츠베르겐의 고래를 말한다. 하멜이 청어와 고래를 언급했던 것은 단순히 조선의 어업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결국 유럽의 바다와 아시아의 바다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곧 북극항로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1608년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요청으로 북동항로를 찾아 노바야젬랴를 향했던 헨리 허드슨이 북동항로의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지만, ‘북동항로’ 개척에 대한 열망이 하멜의 시대에도 계속되었음을 보여준다.

북극항로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당시는 오늘날보다 훨씬 한랭했던 소빙기(Little Ice Age)였기 때문이었다. 한랭했던 날씨는 청어 대구 명태와 같은 한류성 어류를 유럽의 북해와 아시아의 바다에 몰아다 주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혹독한 추위는 한여름의 북극 바다를 얼어붙게 하여 바렌츠의 앞길을 막았다.

   
21세기 오늘날 바렌츠가 그토록 갈망했던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바렌츠의 꿈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지구적인 온난화(Warming) 때문이었다. 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동해이다. 바렌츠를 막았던 얼음이 녹듯이, 이 땅 한반도에도 해빙의 분위기가 오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환동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평창에서 시작되었던 설렘이 기대로 나아가는 2018년이다.

김문기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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