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여성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위치한 라다크를 방문했다가 그곳 사람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에 매료돼 16년을 머물게 된다. 그가 라다크에서 발견한 것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소박한 삶, 조화로운 인간관계, 내면의 풍요와 평화였다. 그러나 그곳으로 밀려든 산업화의 물결은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하나씩 깨뜨려나간다.

1992년에 발표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는 현대 문명의 세례를 받기 이전과 이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개발과 진보에 근원적인 의문을 던진다. ‘오래된 미래’가 환경 분야 고전의 하나로 반복해 읽혀온 것은 생태학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행복의 조건과 삶의 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데 있다.

40여 년 동안 파괴적인 세계화의 여파를 집중 분석해 온 저자는 신간 ‘로컬의 미래’에서 자연의 회복과 공동체적 삶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로컬, 바로 지역화(Localization)를 제시한다. 사회운동가인 그가 수많은 강의와 인터뷰, 칼럼 등을 통해 외쳐온 오랜 연구 성과와 핵심 메시지를 집약했다. 그가 말하는 지역화란 경제를 분권화해 지역 사회와 지방, 국가의 가치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지역 사회가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기업이 독점하고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잘 잡자는 뜻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경제가 사회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풀뿌리 운동은 금융부터 기업, 미디어, 의료,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사회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하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