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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범 목사의 좁은 길을 걸으며 <10> 영광의 신학과 십자가 신학

세상의 욕망 좇지 말고 십자가 참뜻 생각해 보세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9 19:18:39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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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종교개혁일이다. 작년에 5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많이 열렸다. 종교개혁으로 번역된 ‘Reformation’의 더욱 정확한 뜻은 ‘교회개혁’이다. 당시 교회는 다 허물고 새로 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병들어 있더니 마침내 돈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면죄부까지 팔게 됐다. 이것은 신학적인 왜곡일 뿐 아니라, 교회가 물신주의에 깊이 물든 증거였다. 면죄부를 비판한 95개 조문을 발표한 다음 해(1518년) 루터는 하이델베르크에서 가진 논쟁에서 교회의 이런 타락의 근원을 당시 가톨릭교회가 지향했던 ‘영광의 신학’(theologia gloriae)이라 지적했다. 그리고 그 그릇된 신학의 대척점에 자신의 ‘십자가 신학’ (theologia crucis)을 세웠다.

본래 기독교는 로마제국 안에서 박해받는 소수의 종교였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누리는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고난을 감수하면서 순교까지 나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교회는 세상의 영광이 아닌 부활의 영광을 소망했고, 그 영광을 위해 세상에서는 마땅히 고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난과 시련 가운데서도 소망을 갖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세상에 더 큰 도전을 주었다.

그러나 313년 밀라노칙령 이후 교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모든 것이 역전됐다. 심지어 예수를 믿는 자가 아니라 예수를 믿지 않는 자가 박해받는 사회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는 서서히 힘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교황과 황제 사이에 권력다툼이 계속되더니 마침내 카노사에서 황제가 교황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일이 일어났다. 교회는 이것을 하나님 나라의 승리로 여기면서 축배를 들었다. 교회는 많은 영지를 소유했고, 심지어 군대를 거느린 비숍까지 나오게 되었다. 사제가 되는 것이 평민들에게는 출세의 첩경처럼 여겨졌다.

이처럼 부와 권력을 가진 교회는 점차로 ‘영광의 신학’을 좇아갔다. 그 영광은 하나님의 영광으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은 교회의 영광이었고, 영적인 것으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은 세상 영광이었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세상 영광을 누리게 되고 거기서 하나님이 영광 받으신다고 생각했다. 루터는 이러한 신학이 교회를 타락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하면서 성경이 가르치는바, 즉 십자가 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영광이 아니라 고난을 위해서 세상에 오셨다. 그는 평생 고난의 길을 가셨고, 고난 속에서 돌아가셨다. 자신의 고난을 통해서 세상을 섬기면서 구원의 길을 여신 것이다. 지상의 교회는 바로 이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고 그를 뒤따르는 공동체이다.

종교개혁이 500년 흐른 오늘날, 개신교회를 보면 과거 가톨릭교회가 갔던 길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십자가 신학이 아닌 영광의 신학을 따르는 것이다. 영적인 것으로 포장된 믿음과 경건 속에는 세상 영광을 좇는 욕망이 감춰져 있다. 성공하고 부유하게 잘사는 것에서 하나님이 영광 받으신다고 생각하면서 그 길을 좇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교회는 소위 번영신학, 기복신앙, 성공 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는 개신교회가 루터의 말에 귀를 기울일 차례이다. 영광의 신학에서 다시 십자가 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산중앙교회 담임목사·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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