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양문화의 명장면 <38> 조선 전기에도 통신사가 있었다

막부는 푸대접, 왜구는 약탈질…조선초 통신사는 ‘고난의 행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6 19:08:1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조선이 건국 후 처음 접촉한
- 일본 무로마찌 막부 정권
- 유력 무사들 연합체인데다
- 남북조·전국시대와 겹쳐
- 내란 들끓는 통제불능 상태

- 외교문서 트집 잡고, 내쫓고…
- 에도막부와 달리 치욕적 응대
- 해적 공격 받아도 수수방관

- 한 때 사절단 파견 무용론 불구
- 막부 왕·장군 사망 때마다
- 조정, 조문단 보내 애도 표현

■무로마찌시대와 에도시대

   
일본 전국시대 전투를 그린 옛 그림. 조선 전기는 일본에서 무로마찌시대에 해당한다. 무로마찌시대는 일본의 남북조시대·전국시대와 겹치는데 이 시기는 일본이 전국적으로 내란 상태였다. 조선 조정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일본에 조문 사절을 보냈다. 이근우 제공
조선 전기는 일본에서는 무로마찌시대에 해당하고, 조선 후기는 에도시대에 해당한다. 조선에서는 500년 동안 한 왕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정치 권력의 중심이 교토에서 에도(현재의 도쿄)로 이동하였다. 무로마찌시대는 다시 남북조시대(1336~1392년) 및 전국시대(1493~1590년)와도 겹친다. 남북조시대와 전국시대 일본은 전국적으로 내란 상태였다. 또한 무로마찌 막부는 유력한 무사들의 연합정권이어서, 일본 전역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에도막부가 중앙집권적인 봉건제를 시행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났다. 조선이 일본에 파견한 통신사의 사정도 시대에 따라서 한결같지 않았다. 에도시대에는 부산에서 출발할 때부터 대마도에서 사람을 보내 인도하였고, 전체 일정을 에도막부가 계획하고 지원하였다. 양국의 관계도 안정되어 있었고, 통신사 일행은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다.

■일본 해적의 공격을 받은 통신사

그러나 무로마찌시대는 상황이 달랐다. 무엇보다도 무로마찌 막부는 조선과 통교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통신사가 교토에 왔을 때 누가 비용을 댈 것인가를 논란하였고, 사신을 돌려보낼 핑계를 대기 위해서 가져온 외교문서에서 잘못을 찾아 트집을 잡을 정도였다. 조선이나 명을 노략질하는 왜구를 막부가 금지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국을 노략질하는 왜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로마찌 막부에 대한 통신사나 조문사를 해적이 약탈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현재의 시모노세키에서 고베에 이르는 해로에서 조선의 통신사들이 공격받아 물건을 빼앗기고 배가 부서지는 일이 생겼다. 최초의 일본 국왕이라 할 수 있는 아시카가 요시미쯔의 조문 사절로 파견된 양수가 그랬고, 회례사로 파견된 이예가 그랬다. ‘조선왕조실록’은 이예가 해적의 공격을 받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배가 바다 가운데 좌초하여 창졸간 위급한 때, 홀연히 해적선 35척이 나타나 일본이 준 외교문서와 예물 그리고 본국이 무역한 여러가지 물품과 우리 군사의 의복·양식까지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부서진 배를 타고 해안에 도착하여 맨몸으로 걸어서 대내전(大內殿, 일본 혼슈 서부 지역 최대의 유력 무사)을 향하여 얻어먹기도 하고 굶주리기도 하면서, 8일 동안 달려서 적간관(赤間關, 현재의 시모노세키)에 이르렀습니다. 통사 김원(金元)을 왜왕(倭王)에게 보내어 호소하게 하였습니다.(세종실록, 세종 15년 6월 7일)

■통신사를 보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막부의 장군에게 호소해 봐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막부가 이들을 체포하거나 처벌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조선은 무로마찌 막부의 장군이 일본 국왕이므로, 조선의 경우처럼 그의 명령 한마디로 왜구가 사라질 줄 알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443년 파견된 조선통신사는 제6대 장군 아시카가 요리노리(1394~1441년)가 암살당한 직후에 교토를 방문하였다. 그때는 요리노리의 어린 아들인 요리카쯔가 장군직을 계승하였고, 통신사들은 불과 9살의 장군을 만났다. 그러나 그 역시 6월 19일에 조선통신사를 만난 직후인 7월 21일에 죽었다. 그리고 다시 불과 8세인 요리나리가 장군이 되었다. 변효문 일행은 요리카쯔가 죽은 것 알고 돌아왔으며, 무로마찌 막부 장군의 실상을 파악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막부의 장군이 신하에게 암살되기도 하고, 어린 장군이 취임하였다가 2년 만에 죽기도 하는 상황을 보면서, 조선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조선은 차라리 대마도나 규슈 북부의 유력자들과 통교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태종 대의 영의정 성석린은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는 일이 필요 없다고 하였다.


일본의 해적선이 해마다 중국을 침입하므로, 황제가 노하여 크게 군사를 일으켜 치욕을 씻으려고 한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사신도 일찍이 들은 바이니, 죄를 성토하도록 청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설령 지금 적으로 삼고 공격하지는 못하더라도, 어찌 사신을 보내어 서로 통교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지난번에 양수(梁需)가 일본 땅에 갔다가, 외교문서와 예물을 모두 약탈당하여 하마터면 죽을 뻔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왕(막부 장군)이 그 죄를 다스리지 아니하였으니, 그 나라의 정치를 알 수 있습니다. 서로 통교하지 않더라도 무슨 해가 있겠습니까?(태종실록, 태종 14년 2월 1일)

■이어지는 조문 행렬

그러나 조선은 통신사의 파견을 중단하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는 통신사의 행렬은 이어졌다. 조선 후기처럼 환대를 기대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 한 치 앞 운명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왜 통신사는 계속 파견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일본 국왕의 죽음에 대한 조문 때문이었다.

조선이 건국된 이후 처음 접촉한 무로마찌 막부 장군은 아시카가 요시미쯔와 요시모찌였다. 1408년 요시미쯔가 죽자 1410년 태종은 양수를 보내어 조문하였다. 1429년에 요시모찌가 죽자 다음 해 역시 박서생을 보내어 조문하였다. 1441년에 요시노리가 죽자, 1443년에 변효문을 보내어 조문하였고, 이때 신숙주가 서장관으로 동행하였다. 그 이후에도 장군이 죽었을 때 물품을 보내어 위문하였다. 다만 나이가 어린 장군이 죽으면 직접 사신을 파견하지 않기도 하였다.

이처럼 조선은 이웃 나라의 왕이 죽으면 반드시 조문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상가는 꼭 찾아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선은 유교국가였고, 의례 중에서 상례와 제례가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교린하는 상대국에 대한 조문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장례는 불교식이었고, 장군들은 절에 모셔졌다. 무로마찌 막부의 장군이 죽어도 직접 부고를 전하는 사신을 파견하는 일도 드물었다. 오히려 대마도나 하카타에서 장군이 죽은 사실을 알려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래도 죽은 사실을 알고 조문하지 않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해동정(세종 때의 대마도 정벌) 이후 왜구의 노략질은 급감하였고, 막부 장군이 일본의 왜구를 금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군이 죽을 때마다 조문사절을 파견한 조선은 어떤 나라였는가? 예의와 교린의 참뜻을 알고 실천하는 나라는 아니었던가? 이웃의 슬픔을 슬퍼하는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때 바닷길은 아름답게 빛났다.

이근우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8. 8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3. 3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9. 9"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0. 10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