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짜리 샤넬 가방을 들고, 이세이미야케의 주름옷을 입고, 티파니의 화려한 보석 목걸이를 사는 것이 과연 사치스럽고 불필요한 것일까? 서양사학자 김동훈은 ‘브랜드 인문학’에서 이 같이 답한다. “그것은 소비의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 사치란 불필요한 것을 소비하는 것이므로 명품이 불필요한 소비가 될 때는 사치가 되지만 필요한 것이 될 때는 취향이 된다. 예컨대 명품 부티크에서 명품을 판매하는 매니저는 고객과 접속하고 그 매장에 배치된 이상 그는 고가의 명품을 입게 된다. 이때 그를 향해 사치스럽다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21쪽)
‘브랜드 인문학’은 명품 브랜드부터 접속의 전파자 ‘아마존’, 진의 대명사 ‘리바이스’, 색채의 향연 ‘베네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개하고, 소비자의 무의식적 욕구 속에서 어떤 철학과 정체성을 만들어냈는지 탐구한 책이다. 32개 브랜드를 정체성, 감각과 욕망, 주체성, 시간성 등 키워드에 맞게 정리하고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설명한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를 표현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그 브랜드를 사는 게 ‘사치’인지 ‘적절한 소비’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브랜드는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특정 브랜드가 대체 어떤 지점에서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지 살피다 보면,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예컨대 프라다에 끌린다면 그 저변에 흐르는 ‘우아한 실용성’이, 발렌시아가에 끌린다면 ‘귀족적인 품위’가 내 감각의 지향하는 바일 수 있다. 이러한 취향은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또 한 편으로는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허영이나 시장적 취향에 대한 저항력이 되기도 한다. 여러 브랜드를 해석하는 저자의 안목을 살피는 재미와 함께 브랜드에 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