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신’의 섬이다. 1만8000여 신들의 고향이다. 제주 신화는 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교사이자 신화연구가인 여연(김정숙)과 현직 국어교사들(문희숙 강순희), 연극 분야 문화예술사 신예경 작가로 구성된 ‘제주신화연구모임’은 제주 신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펴내고 싶었다. 제주 신화를 널리 알리고 더욱 깊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과 정성으로 완성한 결과물이 ‘조근조근 제주신화’이다.

세 권으로 구성된 책에는 서사구조가 뚜렷하고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한 제주 신화 열두 본풀이와 당본풀이 등 16편의 신화가 담겨있다.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를 제주에서는 ‘본풀이’라 한다. 제주의 무속에서는 ‘신의 근본을 풀어낸다’는 의미로 ‘본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천지창조신화인 ‘천지왕본풀이’, 제주를 만든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 이야기, 무조신 이야기인 ‘초공본풀이’, 아이를 낳게 하고 15세가 될 때까지 키워주는 ‘삼승할망’ 이야기, 제주 당신앙의 성소인 송당 마을의 ‘송당본풀이’, 여인의 순결을 지켜주는 방울 아기씨 이야기인 ‘토산본풀이’ 등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다년간 ‘조근조근’ 대화하고 토론하며 대표적인 제주 신화를 정리했다. 이들은 “본풀이를 정리하며 생동감 넘치는 우리 조상들의 표현 능력에 감탄했고, 삶의 고단함이 담긴 이야기에 공감했다”고 제주신화를 연구하며 받은 감동을 전했다.

책은 우선 본풀이를 알려주고, 본풀이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조근조근 제주어 배우기’ 코너를 통해 본풀이에 쓰인 제주어를 알려준다. 제주어의 보고인 제주 신화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본풀이에서는 될 수 있는대로 제주어를 살렸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