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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36> 장더이가 본 빅토리아 시대 영국 해양문명

청나라 외교관, 세계 바다 지배한 대영제국 ‘실상’ 조국에 소개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3 18:53:2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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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최초 세계 일주한 장더이
- 통역관으로 여러 차례 영국 방문
- 도시시설·종교·의학·요리 등
- 다양한 분야 자세한 기록 남겨

- 신식 군함·무기에 특히 주목
- 조선소·대포 공장 자주 관람
- 선박·어업 관련 행정제도 등
- 최신 해양문명 본국에 알려

올여름 필자는 부경대 해양문화 탐방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을 데리고 영국에 다녀왔다. 영국 해양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런던과 리버풀, 해양역사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한 그리니치 해양박물관, 영국 해군 역사를 실감 나게 재현한 포츠머스 해군박물관 등을 구경했다.
   
올해 여름 필자가 방문한 영국 포츠머스해군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Royal Navy)에 전시된 범선 빅토리호. 조세현 제공
여행 도중 문득 런던은 물론 그리니치나 포츠머스를 방문했던 150여 년 전 중국인들이 떠올랐다. 궈송타오(郭嵩燾)와 같은 외교관도 있었고, 옌푸(嚴復) 같은 유학생도 있었다. 여기선 중국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통역관 장더이(張德彝, 1847-1918)를 통해 대영제국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시대 해양문명을 살펴보자.

■ 장더이의 ‘첫’ 인상들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NMM). 조세현 제공
장더이는 중국 최초 민간사절단인 빈춘(斌椿)사절단을 따라 1866년 5월 15일 런던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도로가 평탄하고, 원림이 울창하며, 길거리가 가지런하고, 도시가 번성하다”는 것이었다. 장더이는 외교관 신분으로 여러 차례 더 영국을 방문해 풍부한 여행기록을 남겼다. 도시시설, 신문사, 수정궁, 감옥, 의회, 종교, 여성, 기차, 전보, 의학, 악기 등을 묘사했다.

그는 어떤 중국인보다 서양 문명에 대한 ‘첫인상’을 많이 기록했는데 양식 요리, 표점부호, 파리코뮨, 피라미드, 자전거, 재봉틀, 피임도구 등이 있었다. 여기에는 영국의 최신 해양문명도 포함된다. 그가 경험한 해양문명은 적어도 200년 이상 뿌리를 가진 영국의 과학기술로, 결코 이해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국인들은 무엇보다 군함과 대포와 같은 무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문자선(蚊子船) 관람

장더이의 여행기에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군함을 관람한 기록이 자주 보인다. 중국이 구매하기로 한 문자선(蚊子船)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다. 문자선이라는 군함의 선두에 큰 신식 대포 1문이 놓였는데 모기(蚊)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리홍장(李鴻章)이 스코틀랜드인 캠벨(C. A. Compbell)에게 군함을 사도록 지시해 처음으로 두 척이 만들어졌다. 장더이는 주영공사 궈송타오를 따라 포츠머스군항에 가서 관람했다. 배에 올라 군함과 함포 모양을 살폈으며 직접 대포를 발사했다.

어떤 날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해군 함대를 사열하는 행사에 초대받아 눈 앞에 펼쳐진 신식 군함의 위용에 압도됐다. 장더이는 우연히 만난 외국인에게 2000년 전 한 무제가 만든 배는 만 명을 실을 수 있었으며, 수 양제 때는 5층짜리 군함에 800명 군인을 실을 수 있었다고 자랑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 대포의 개량

   
포탄을 앞에서 장전하는 구식 대포인 전당포(前瞠炮).
화포창에서 대포를 만드는 과정을 구경한 기록도 종종 보인다. 대포 성능이 나날이 개량된 점에 주목했다. 본래 포탄을 앞에서 장전하던 전당포(前瞠炮)가 주종이었지만, 이 무렵 각국은 경쟁적으로 요즘과 같은 후(後)당포를 개발했다. 새롭게 만든 후당포는 화력이 대단할뿐더러 쉽게 폭발하지 않았다. 포의 머리가 크고 꼬리가 작아 마치 화병과 같았고, 머리와 꼬리가 고르면 대나무 통과 같았다.

서양 포는 생철과 동으로 주조했는데 이것이 사용 도중 쉽게 폭발해버리자 숙철로 개량했다. 숙철도 순철의 견고함과 가벼움만 못하자 다시 개량했다. 그는 서양 포대가 나날이 정교해져 외적이 항구를 쉽게 공격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적었다. 해안포대 내부시설도 자세히 묘사했는데, 대포를 자유자재로 이동하거나 적선 몰래 갑작스레 포격할 수 있는 시설 등을 소개했다.

■ 수뢰에서 어뢰로

수뢰(水雷) 만드는 공장도 구경했다. “(수뢰는)바다 속에 들어가 있는데 앞에 작은 물건이 붙어 있고 가운데는 전선이 연결되어 있다. 크고 작은 병선을 막론하고 접촉하면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수뢰에서 어뢰로 진화하던 때였다. 장더이는 신형 어뢰를 처음 구경한 사람 중 하나이다. 어뢰란 “수뢰 가운데 물고기 모양을 한 것”이라며, 그 모양이 머리와 꼬리가 빼쪽하고 지느러미와 날개가 있어 어뢰라 부른다고 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면서, 앞부분은 국화 모양의 기계인데 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뢰가 이동하는 원근을 정한다. 중간은 기계가 내장돼 입수 깊이를 정하는 곳인데 비밀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뒷부분은 화약이 들어있는데 모두 무연화약이어서 폭발력이 대단하다. 수중에서 발사하면 소리가 없고 파동도 미세하지만, 폭발하면 솟구치는 물기둥이 운무 같다고 기록했다.

■ 선정(船政)

해양문화에 관한 글도 있다. 한두 가지 살펴보자. 영국의 선정(船政)에 대한 기사가 있다. 선박 관리 대목을 보자. “선박이 완성되면 상부(商部)가 공정과 재료가 견실한지 점검한 후에 그 가치를 계산한다. 항해 기간을 년으로 제한하여 10년 혹은 20년으로 정한다. 규정에 따르지 않으면 운항을 허락하지 않으며 위반한 자는 벌칙을 준다.

상부는 또한 탑재한 화물과 탑승한 사람을 살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양이 넘거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수가 초과되면 모두 금지하여 위반한 자는 벌을 준다. 항해에 필요한 선원과 휴대할 식량은 반드시 숫자를 채워야 하는데, 수를 채우지 못하면 벌을 준다. 날마다 선원과 기술자에게 쌀 소금 고기를 지급하는데 모두 기준이 있고 기준을 어기면 벌칙을 준다.”(‘수사영아기(隨使英俄記’).

장더이는 선정의 엄격함에 무척 놀랐는데, 다른 날 일기에는 해군 교육선에서 빈민을 훈련시켜 선원을 양성해 구제하는 정책도 자세히 설명했다.

■ 어정(漁政)

어정(漁政)을 설명하면서, 영국인은 관청에서 포어 기간을 정해 어업을 통제한다고 했다. 낚시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기간은 대체로 5개월 반을 기준으로 한다면서 판매 금지 품목도 열거했다. 물고기가 많이 나는 어장을 지정해 관리인이 감시하게 한다, 어업뿐 아니라 수렵도 관청에서 기간을 정해 백성이 마음대로 포획하는 것을 막아 생산량을 보존한다, 금지 기간에는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한다, 겨울에는 시장에서 생선을 살 수 없다고 적었다.

이처럼 영국 해양문명을 작동하게 하는 선정과 어정과 같은 제도에 주목했다. 그밖에 박물관에서 본 거대한 고래에 대한 강렬한 기억, 북극 에스키모인에 대한 놀라운 경험 등도 남아있다.

■ 서양과 동양 사이

본래 이질 문화와 첫 만남에서는 자신의 고유문화를 가지고 새로운 사물이나 이념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장더이의 여행기에 묘사된 영국은 편견 탓에 과장되거나 잘못 소개된 내용도 없지 않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 영국 모습을 중국인에게 소개한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영국 문명에 대한 감탄을 연발했지만, 아직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아 뚜렷한 자괴감은 발견되지 않는다.

   
당시 그리니치 왕립해군학교에 유학 온 해군 유학생(뒷날 유명한 번역가이자 사상가가 될) 옌푸의 기록에도 영국 문명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지만, 중국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집착은 남아 있었다.

조세현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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