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의 새 소설이 나왔다. 프랑스판은 2016년에 출간됐고 뒤늦게 한국어판이 나왔으니 신간 아닌 신간이다. 한 번 책을 펴들면 (서점에서 선 채로 읽기 시작한 불편한 상황일지라도) 결말을 보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노통브의 마법은 여전하다.

‘추남, 미녀’라는 이 책의 원제는 17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동화 작가 샤를 페로의 작품 ‘도가머리 리케’에서 따왔다. 어떤 모습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추하게 태어난 남자 주인공과, 완벽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언제나 말없이 멍하게 사물을 응시해서 멍청하다는 오해를 받는 여자 주인공의 설정도 이 동화에서 따왔다. 프랑스의 유명한 구전동화 ‘미녀와 야수’처럼, 지성과 미모라는 인간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를 장착하고, 하나는 완전히 결핍한 남녀 커플의 이야기는 유럽 민담에서 흔히 발견된다.

소설 전반부에서 남녀 주인공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추한 얼굴과 병약한 몸에 등까지 굽은 데오다는 놀랄 만한 지성의 소유자다. 외모로 인해 천대받을 운명이지만 뛰어난 두뇌와 매력으로 상황을 전환시킨다. 트레미에르는 오히려 아름다운 미모와 특이한 성격 때문에 호감보다는 경계와 질시의 대상이 되고, ‘예쁜 바보’라는 오명을 쓴다.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처럼 만나는 두 사람은 그 어떤 과정이나 설명, 유혹도 필요 없이 서로 알아보고 사랑을 느낀다.

다른 환경에서, 상반된 외모로, 다른 종류의 시련을 겪고 살아온 완전히 다른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연인은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줘야 하는가. 그 사랑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들은 동화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가. 해피 엔딩의 연애소설은 훌륭한 문학작품이 될 수 있는가 등의 상념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 소설은 마치 사랑에 관한 한 편의 프랑스 에세이 같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