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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33> 마데이라 와인과 미국혁명

대양 위 무료함 달래준 포르투갈 와인… 미국 독립 상징물 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18 18:58:2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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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 대서양 진출 과정 속
- 식민지 된 아프리카 마데이라섬
- 인도양 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
- 도수 높고 독특한 풍미나는 와인
- 17세기부터 주력 수출품 부각

- 북아메리카 영국령 식민지에도
- 싼 가격에 공급해 선풍적 인기
- 밀수혐의 와인수입선 압류되자
- 이주민들 과세 강화 불만 폭발
- 미국 독립혁명 불씨로 작용

포르투갈의 항해 왕자 엔히크가 대서양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포르투갈령으로 귀속된 마데이라섬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약 520㎞, 포르투갈에서 약 1000㎞ 떨어진 마데이라섬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그곳은 대서양과 아프리카 서해안으로 포르투갈이 진출하는 데 교두보로 활용될 수 있었다. 현재의 포르투갈 국민에게 마데이라섬은 지난 시대의 역사적 의미보다는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축구 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출생지로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데이라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이 마데이라의 수도 푼찰에 도착하면 그의 이름을 딴 호날두 공항 이름을 맨 먼저 듣게 되고 입국장에 있는 호날두의 흉상부터 보게 될 정도다. 그렇지만 마데이라섬을 더 넓은 역사 맥락에서 보면, 현시대 영웅 호날두뿐 아니라 포르투갈 해양 진출의 교두보로서 역할 또한 뛰어넘는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상표에 그린 마데이라 와인. 박원용 제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

마데이라섬을 첫 해외 영토로 확보한 엔히크 등의 해상세력은 그곳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찾아내기 위해 부심했다. 당시 인도양 무역에서 유럽인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향신료를 마데이라에서 확보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산품이 필요했다. 사탕수수 재배는 포르투갈의 이런 의도에 맞았다. 십자군 원정 때 설탕의 달콤한 맛을 유럽인들은 처음 접하게 됐지만, 유럽 대륙 내에서 사탕수수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포르투갈의 식민 정착 세력은 유럽인들의 점차 성장하는 설탕 수요를 충족시키는 장소로 마데이라를 활용하고자 했다.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의 위치. 마데이라는 축구 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이기도 하다.
1420년께부터 마데이라 식민사업을 시작한 포르투갈은 마데이라에서 사탕수수 농장 면적을 점차 넓혀갔다. 1455년께 마데이라의 설탕 생산량은 6만6000㎏ 내지 7만2000㎏까지 늘어났다.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마데이라의 설탕산업 성장은 현재의 벨기에 서부, 네덜란드 남부, 프랑스 북부를 포함하는 플랑드르 지역과 제노바 상인들의 투자를 유발하기도 했다. 대량의 설탕 생산을 위해 노동력 확보도 필수였는데 이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들여왔다. 16세기에 이르면 아프리카 노예 수가 마데이라 전체 주민의 10%에 달했다 하니 설탕 생산은 마데이라에 한정된 지역산업을 벗어나 여러 지역의 자본과 노동력인 연계된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마데이라는 그렇지만 포르투갈 설탕 생산의 주력지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남아메리카의 브라질까지 세력권을 넓힌 포르투갈은 16세기 중반 이후 대서양 연안 브라질 지역을 설탕 생산 중심지역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이에 더해 에스파니아, 영국 등의 해상세력이 바베이도스 등을 비롯한 카리브해 여러 섬을 차지해 그곳에 본격적 설탕 플랜테이션을 조성함에 따라 설탕 생산지로서 마데이라의 중요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마데이라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른 수단이 필요했다.

■주정 강화 와인의 매력과 위력

마데이라의 와인이 17세기부터 마데이라의 주력 수출품으로 부각된 것은 이런 상황에 힘입은 바 크다. 마데이라 식민사업을 시작한 초기부터 엔히크 왕자는 크레타섬에서 포도나무 종자를 들여와 와인을 식민 이주자들에게 제공하려 했다. 마데이라의 초기 와인 생산은 이렇게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고 설탕산업에 눌려 활발하지 못했다. 인도양에 진출하려는 유럽 해상세력이 늘수록 마데이라는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성이 더해갔다. 장기간 항해를 앞둔 선원들에게 마데이라 와인은 막막한 대양 위의 무료함을 달랠 수단 중 하나였다. 인도양으로 떠나는 상선의 중요 적재물로 실리면서 마데이라 와인 소비는 늘었다.

마데이라 와인의 소비가 늘어나는 과정에 해결해야 될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장시간 항해와 높은 온도에 노출된 마데이라 와인이 항해 도중 상해버리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와인 생산업자들은 사탕수수를 재료로 만든 증류 알콜을 마데이라 와인에 혼합하면 와인의 알코올 성분을 강화하면서 와인의 부패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마데이라의 주정 강화 와인은 인도양으로 떠나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박들에 인기 품목이었다. 그런데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 알코올 첨가가 와인의 독특한 맛을 변질시키는 또 다른 문제를 발견한 와인 생산업자들은 18세기 중반부터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만 마데이라 와인에 첨가하도록 해 유럽에서 생산되는 와인보다 도수가 높고 풍미가 독특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 바야흐로 18세기 마데이라 와인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미국혁명 불씨 된 포르투갈 와인?

부유한 상인이었으며 초대 메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존 헨콕.
마데이라 와인 역사에서 또 하나 비약적 계기는 포르투갈이 영국과 맺은 메수엔 조약이었다. 에스파니아 왕위계승전쟁 와중에 포르투갈은 에스파니아를 지지하던 애초 입장을 버리고 1703년 영국과 메수엔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 따라 포르투갈 와인은 프랑스 와인보다 1/3 이하 관세만 부과받는 특혜를 누렸다. 마데이라 와인은 영국의 북아메리카 식민지 뉴잉글랜드에서 이런 관세상의 특혜와 독특한 풍미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국은 뉴잉글랜드 식민지 이주자들의 와인에 대한 욕구를 자국과 적대적인 프랑스 와인을 통해 해소시키고 싶지는 않았기에 마데이라 와인 수입을 적극 장려했다.

존 핸콕 같은 매사추세츠의 부유한 상인은 마데이라 와인의 인기를 활용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자 했다. 핸콕은 유산으로 거대한 해운회사를 물려받았는데, 그의 선박들은 뉴잉글랜드에 들어오는 상품 중 적지 않은 양의 물건을 밀수하면서 핸콕의 부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세관 업무를 맡은 영국 관리들은 날로 수요가 늘어가는 마데이라 와인이 핸콕의 주요 밀수품목 중 하나라는 혐의를 거둘 수 없었다. 1768년 5월 9일, 핸콕의 범선 리버티호가 마데이라 와인을 싣고 보스턴에 들어왔다. 핸콕은 리버티호에 적재된 마데이라 와인 전체에 대한 관세를 모두 지불했다고 주장했지만, 보스턴 세관원들은 핸콕이 관세를 피하려고 야밤에 상당한 양의 마데이라 와인을 하역했다고 의심했다. 영국 정부는 전함 롬니를 파견해 리버티호를 압류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미 1764년 설탕법, 1765년 인지법으로 식민지 거주민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영국 정부의 이런 행동은 불만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들의 불만은 1769년 영국 해군에 편입돼 로드아일랜드 뉴포트 항에 억류돼 있던 리버티호에 대한 방화, 1770년 보스턴 학살사건, 1773년 보스턴 차 사건(티파티 사건)으로 이어졌다. 바야흐로 미국혁명의 본격적인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마데이라 와인으로 축배 들다

마데이라 와인이 갖는 이런 상징성 때문에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뒤 축배 와인으로 마데이라 와인을 사용했다.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역시 취임식 때 마데이라 와인을 축배 와인으로 썼다. 영국 식민주의자들이 자국 이익 증진을 위해 식민지에 소개한 마데이라 와인이 결국 그들의 식민 지배를 끝내는 순간의 상징물로 부각된 것이다. 해양공간을 통한 문물 교류는 역사의 진행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한 역동적 활동이었다.

박원용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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