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의 반응과 비전에 목마른
- 지역 연극동료 염원 담아 시작
- 많은 이의 도움으로 10호 완성
- 관객과 소통창구로 성장하고파
무대 위. 아이 하나. 동무들이 없는 공터에서 하릴없이 외친다.
아이 : 나와라! 나와라! / 어딨니! 어딨니! /다 안다! 다 안다! /숨었니! 나와라!/ 숨었니! 나와라! /나와라! 나와!/ 나와라! 나와!
(한 아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더 빨리 달려간다.)
아이 : 가지 마! 가지 마! / 놀자 놀자 / 나하구 나하구 / 가지마 가지마/ 섰거라 섰거라/ 가지마 가지마
동무는 나오지 않고 아이는 외롭게 혼자 놀기를 하다 들어간다. 연극 ‘길’ 한 장면이다. 2012년 겨울은 연극 ‘길’의 장면 속 같았다. 함께 무대 위에서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아프거나 떠나고 ‘혼자 놀기’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스스로 무대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공허함으로 빛을 잃어가는 작업자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모두 같이 스러질 순 없다. 뭘 해야 다시 재미가 날까.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어디에라도 대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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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비평지 ‘봄’ 10호 표지. 부산 연극인들의 생생한 모습이 표지를 장식했다. |
후배들과 동료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리고 물었다. 부산에서 작업하는 데 무엇이 있으면 힘이 될 것 같냐고. 내가 만난 이들이 답한 건 빵빵한 지원정책도 오페라하우스 같은 거창한 공연시설도 아니었다. ‘피드백’과 ‘비전’이었다. 여기서 작업하는 것이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는지를 확인받을 피드백, 여기서 작업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확신이 드는 비전. 그 결핍으로 인해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있었던 거다.
동료 작업자 몇몇과 일을 벌이기로 했다. 다시 살아 숨 쉬는 무대를 꿈꾸며 스스로 자극이 되길 선택했다. 바로, 그동안 부산연극에서 사라진 비평을 복원시키는 일이었다. 작업자들 스스로 비평을 불러오기로 했다. 그렇게 연극 비평지 ‘봄’은 결핍에서 출발했다.
2013년 창간호를 준비하기 전, 지금은 편집위원인 동료가 함께하자던 내 제안을 두고 조건을 걸었다. 최소한 10호까지 만들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함께하겠노라고. 나는 그러겠다고, 그래야 한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10호가 나왔다.
처음 연극 비평지를 만들겠다고 나설 때 사실 책 만드는 일에 경험도, 돈도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겁은 나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연극도 그렇게 바닥에서 시작했는데 뭘. 잡지나 책을 만들어 본 이들은 격려와 함께 온라인 시대에 종이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겠다는 나의 호기에 걱정을 덧붙였다. 힘든 일이라고, 시작하고 곧 사라지는 잡지들 여럿 봤다고 염려했다.
걱정은 잠시 미뤄 두기로 했다. 대신, 길을 걷는 데 필요한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비평 잡지를 만들겠다고 소문을 내자 여러 사람이 기꺼이 힘을 보태주었다. 누군가는 책을 만들 종잣돈을, 누군가는 표지와 함께 사진과 글을, 누군가는 교정을, 누군가는 ‘봄’이라는 글자의 캘리그라피를 대가 없이 제공했다. 원고료 없이 기고해주신 분들도 물론 많았다.
그 힘이 모여 시작한 ‘봄’에는 통권 10호까지 80여 편의 부산 연극이 전문 평론 37편, 다른 장르 전문가를 포함한 관객 리뷰 42편으로 기록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코너도 시도되었다. 한편에선 비평지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잡다한 것이 많다고 평가한다. 그런 비판을 알고도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는 이 책이 결국 관객의 손으로 전해지고 퍼져가길 바라는 작업자들의 열망 때문이다. 관객에게 ‘그들만의 리그’로 보이는 책이 아니라 읽히는 책이 되고 싶다.
‘봄’은 기운을 잃어가던 동료 작업자를 위해 태어났다. 그들이 외롭지 않게 관객과 소통하는 창구로 기능하기 바란다. 또한 관객에게는 비평적 글쓰기를 통해 연극의 객체이자 주체로서 역할을 해내는 장이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서로 싸우면서 자라길 바란다.
지나고 보니 연극을 한 십 년쯤 했을 때, 그제야 겨우 연극을 알기 시작한 것 같다. ‘봄’도 이제 겨우 열 번째다. 직립은 했으니 걸음마는 지금부터다.
그러니 지금부터 제대로 성장통도 겪고 사춘기도 겪을 테다. 앞으로 비평지 봄이 만들 ‘어떤 싸움의 기록’에 많은 이가 동참해주길 바란다.
연극인·연극 비평지 봄 발행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