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작가상 등 수상 이력
‘너무 쓴 사랑 너무 아픈 상처 너무 빨간 사과…… 너무 즐거운 너무 쓸쓸한 너무 시린 너무 너무 너무한 즐거워 쓸쓸해 사랑해……너무가 뱉어 내는 말이 얼마나 될까 (…)그러다가 너무해서 너무한 줄 모르는 너무가 범람하는 마음은 어디로 갈까’ (‘너무는 너무하지 않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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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일 시인과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넣지’. |
권정일 자신이 말하듯이 그의 시는 ‘너무’ 어렵다. 어려운 것도 하나의 특징인 모더니즘 시집은 보통 잠깐의 고민 끝에 밀쳐놓게 되는데, 그의 시는 그래도 한 번 뚫고 들어가 보겠다고 덤비게 하는 뭔가가 있다. 아마도 시에 고스란히 배어 있는 시인의 치열함을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부산작가상, 김구용문학상을 받은 시인 권정일이 네 번째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넣지’를 냈다. 18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이면 눈에 띄는 다작도 아닌데 시인은 “시집을 많이 내는 것도 민폐”라며 겸연쩍어한다. 주위 문인들은 권정일이 꾸준한 시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편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의 시 한 편 한 편의 높은 ‘밀도’를 알아채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름도 없이 누가 대나무에 칼금을 새겼다//영원한 사랑//얼마만큼 깊이 파여야 /우리가 갈 수 있는 끝이/영원까지일까//우리는 각자/염소의 표정이 담긴 눈동자에 갇혀/까맣고 외롭지만 그게 다였지’(‘여름의 보들보들한’ 중)
그의 이번 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시어는 ‘우리’다. 냉철하고 냉담한 사유 사이로 공동체적 이상에 대한 성찰이 서 있다. 헛된 희망과 낭만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시인은 ‘우리’를 끈질기게 언급한다. 안서현 문학평론가는 시평에서 “권정일 시인이 말하는 ‘우리’ 안에는 일절 낭만이나 환상이 깃들어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라는 말로 묶여 있는 동안에도 여지없이 외로운 개인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우리에 대한 모순적 발화는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혼자입니다/여기서부터 혼자라고 지금부터는/여기서부터 혼자라고 생각하시고/여기서부터 혼자를 더욱 확실히 해 주십시오/여기서부터 혼자를 절대 잊지 마십시오/여기서부터 진짜 혼자입니다/여기서부터 진짜 혼자라고 언뜻 보기에/여기서부터 진짜 혼자일 것 같지만/여기서부터 진짜 혼자입니다//여기서부터 나는 혼자의 대상입니다’(‘당신은 꽃등잔 들고 저녁 길을 마중 나가고’ 전문)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