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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버스로 돌아본 ‘부산’…부산비엔날레 지역출신 작가 눈길

주목받는 최선아·정윤선 작가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9-06 18:40:3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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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아 작가

- ‘부산 1:10,000’(220×400㎝)
- 160장 청사진으로 만든 지도
- 숨은 지역 찾으며 사유 유도

# 정윤선 작가

- 버스 퍼포먼스 ‘길 위의 진실’
- 시민에 부산 근·현대 역사 안내
- 전쟁·분단의 비극적 과거 환기

2018 부산비엔날레가 8일 개막해 11월 11일까지 65일간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는 34개국 65명(팀) 작가가 참여하는데 특히 반가운 작가 두 명이 있다. 고향이 부산이며 여성이고 2018 부산비엔날레에 부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선아 작가(왼쪽), 정윤선 작가
■청사진에 담긴 부산 지도

‘청사진(Blue Print)’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청색 사진이다. 건축 도면 등을 복사하는 데 쓰는 사진법이다. 여기에서 파생돼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번째 뜻은 높은 빌딩을 세우며 희망찬 미래를 꿈꿨던 지난날 도시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2018 부산비엔날레에 초청된 최선아(50) 작가는 A4용지에 인화한 청사진 160장을 알루미늄 패널에 도배한 ‘부산 1:10,000’(220×400㎝) 작품을 선보인다. 160장의 청사진에는 건축 도면이 아니라 부산 지도가 담겼다. 그는 지난 겨울 중구 보수동책방골목에 들러 2003년판 ‘부산도로지도’ 책을 샀다. 전체 지도책에서 160장을 골랐고, 각 페이지에서 무작위로 일부 구역을 도려냈다. 도려낸 부분은 청사진에서 짙은 청색으로 물든 것처럼 나타난다.

“그 지역을 아는 사람은 일부 구역이 지워져도 그곳이 어딘지 알 거예요. 관객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고 싶었어요. 잘라내고 숨김으로써 오히려 드러나는 효과가 있어요. 도려낸 부분이 만든 기하학적인 형상이 서로 주고받는 느낌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최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해운대에서 자랐다. 부산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베를린에 사는데 일 년에 한 번은 꼭 부산을 방문한다. 부산은 참 빨리 변한다. 타향살이하는 최 작가에겐 부산의 변화가 더욱 또렷하게 감지된다. 올 때마다 없던 건물이 생기고, 있던 건물이 없어졌다. “지도는 객관적 기호로 이루어져있지만 문학작품처럼 읽을 수 있어요. 2003년 지도를 보면 ‘주택개발예정지’ 표시가 있는데, 지금은 모두 개발됐겠죠. 재개발과 보존, 급성장과 그 폐해 등 대도시 문제를 지도로 보여줄 수 있어요.”

160장 청사진은 실제 부산의 배치와 달리 뒤죽박죽 섞여 있다. 중구 옆에 해운대구, 동래구 옆에 동구가 있을 수 있다. 최 작가가 만든 부산 지도다. 부산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들, 최 작가 개인에게 중요한 지역이 선택됐다. 아미동, 산복도로, 부산역, 해운대 등이다. 지역을 선택하려 부산 역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최 작가는 “내용이 형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이 작품 앞에서 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디지털 네비게이션은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주관이 없어진다고도 볼 수 있죠. 지도는 내가 어디 있는지 생각하고 주변을 파악해야 해요. 가끔은 아날로그식이 중요하고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분단 그리고 비극적 부산 역사

“부산역 근처에서 버스 회사 미팅하고 오는 길이에요. 제가 준비한 대로 퍼포먼스가 진행될지 궁금하고 긴장되네요.” 정윤선(42) 작가에게서는 압박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특유의 활력은 수십 명의 관객을 자신이 짠 퍼포먼스 시나리오대로 이끄는 데 성공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게 했다. 그는 동아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를 받은 ‘부산 작가’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유학한 뒤, 지금은 지역 경계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각 지역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해당 지역 연구·조사 결과를 시각예술로 승화하는 작품을 많이 했다. 한국 근현대 역사가 잘 드러나는 지역에 매력을 느낀다.

분리·분단을 주제로 다루는 올해 부산비엔날레가 정 작가를 초청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정 작가는 부산비엔날레에서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비극적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길 위의 진실(I saw the Truth on the Road)’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미리 지원받은 관객을 25인승 버스에 태워 부산역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향하는 퍼포먼스다. 퍼포먼스는 1시간30분간 진행된다. 직선으로 가지 않고 동구, 중구, 영도구, 서구의 특정 장소를 거친다. 관객은 군복을 입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탑승해 오디오 가이드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이 퍼포먼스를 통해 정 작가가 관객에게 일깨우고픈 역사는 두 가지다. 19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 1950년 부산형무소 재소자 집단 학살 사건이다. 판자촌에서 연명하던 피란민은 부산역전 대화재로 그나마의 터전을 잃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경은 인민군 비점령지역으로 치안이 유지되던 부산·마산·진주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민간인 최소 3400명을 불법으로 학살했다.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의 일환이다.

정 작가는 “퍼포먼스에 사용되는 버스는 재소자들이 희생 현장으로 끌려가던 트럭을 치환한 것이다. 참여한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이 학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데올로기라는 보이지 않는 힘 앞에서 무력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인권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함께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길 위의 진실’ 퍼포먼스는 9월 8, 9일, 11월 10일 오전 11시·오후 3시 모두 6차례 진행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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