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경쟁 한국과는 너무 다른
- 네덜란드식 육아·교육법 소개
- 헌신과 방임사이 균형 통해
- 행복한 부모의 노릇도 깨닫게돼

날씨에 관계없이 주말농장·캠핑 등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북유럽 육아법’이 뜨고 있다. ‘타이거맘’이나 ‘프랑스 육아법’처럼 엄격하게 자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스칸디 맘’ ‘스칸디 대디’가 많은 부모의 역할 모델로 관심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는 엘리트 교육과 경쟁적 분위기에 길든 영국과 미국의 두 엄마가 네덜란드에서 발견한 ‘소소하지만 확실히 행복한 육아’의 풍경과 그 실천 방법을 담았다. 엄마의 출산부터 수면법, 학교생활, 사춘기 아이들의 성교육까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책에 실린 삽화. 네덜란드의 양육 방식은 ‘헌신과 방임 사이의 균형’을 보여준다. 예담프렌드 펴냄

미국 출신 저자인 리나는 네덜란드 남자를 만나 결혼해 네덜란드로 이주했지만 사실 네덜란드 양육법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고 털어놓는다. 가톨릭 문화와 이민자 특유의 근면 의식이 섞인 분위기에서 자란 그녀에게 네덜란드 양육법은 너무 느긋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게을러 보였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녀는 육아에 대한 압박감과 부모 역할에 대한 기대에서 벗어나 행복한 부모 노릇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들 엄마가 소개하는 네덜란드 육아법은 의외로 소박하다. 그들은 매일 온 가족이 모여 아침과 저녁 함께 밥 먹고, 식탁에서 대화한다. 주말이나 휴가 때는 온 가족이 주말농장을 가거나 캠핑을 간다. 주 29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무가 활성화된 덕분에 워킹맘도 주중에 적어도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기를 위한 시간도 할애한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활발하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요리나 청소 등 집안일에 참여한다. 엄마의 잠은 아이의 잠만큼 소중하며, 아기의 휴식과 수면 시간의 규칙성을 중시하는 수면 교육, 훈육은 아이를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적합한 행동을 익히도록 하기 위함이므로 졸졸 쫓아다니며 잔소리하지 말라는 실용적인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네덜란드 교육의 기본 원칙은 ‘평균지향 교육’이다. 허황된 꿈과 목표를 좇기보다 현실적이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네덜란드인의 오랜 기질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삶의 태도는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와 직장을 비롯해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커다란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덜란드 학교와 가정에서는 나 혼자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시한다.

네덜란드의 양육 방식은 ‘헌신과 방임 사이 균형’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잘 접근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절대적 ‘자유’를 준다. 어릴 때부터 자유를 고민하고 누리는 연습을 하는 아이는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한다. 아이의 자유와 부모의 믿음이야말로 네덜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육아를 하는 첫걸음이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은 훗날 성인기에 겪을 갖가지 시련을 헤쳐나갈 채비를 갖춘다.

우리와 다른 문화 속에서는 어떤 양육법과 교육 과정이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경쟁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는 현재 한국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육아법에 관한 책이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의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문화와 규칙성을 중시하는 가치관 전반을 엿볼 수 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