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장래에 대해 과학자들은 비관적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지던 이산화탄소를 규제하기 위해 ‘제로에미션(Zero-Emission)’ 즉 ‘이산화탄소를 지금부터 배출하지 말자’는 약속을 전 세계 사람들이 지키면 지구 온난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 때가 늦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제로에미션’만으로는 부족하며 오히려 ‘마이너스에미션’, 즉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땅바닥에 강제적으로 묻지 않으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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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과 가뭄으로 전남 함평군 자명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
여름이면 북극 지역에서도 빙하가 녹았다가 또 겨울에 얼어붙지만, 여름에도 녹지 않는 ‘북극 최후의 빙하’마저 녹았다고 한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고 난 이후 한 번도 녹지 않았던 빙하가 녹아내림으로써, 지구의 순환고리가 혼돈에 빠져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의 바닷물이 얼면 남은 바닷물은 소금기가 진해지고 무거워져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대순환이 시작된다.
그러나 북극의 빙하가 녹아버리면 순환은 멈추고 남쪽의 따뜻한 해류가 머나먼 유럽의 서해안을 타고 북쪽으로 가지 못하니, 스칸디나비아 반도, 독일, 영국 등 위도가 높은 곳임에도 따뜻했던 지역에 최소한 작은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40도가 넘는 폭염,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지독한 장마, 끔찍한 가뭄 등이 시도 때도 없이 지구촌 전역에서 수시로 일어나게 되고, 태풍도 진로와 규모가 들쭉날쭉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의사는 올해처럼 열사병 환자가 많았던 것은 의사 생활 이후 처음이라며, 폭염에 쓰러진 환자들이 줄줄이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것을 보고 ‘바깥에서 정말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올여름을 선풍기 없이 지냈지만 만약 내년에도 올해처럼 덥다면 그럴 자신이 없다던 동덕(同德, 천도교인들 사이의 호칭)의 말씀에 아직도 가슴이 뜨끔하다.
“앞으로 화석연료사용을 극한적으로 줄이고 최대한 햇볕의 힘과 바람 물의 자연 낙하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지구 ‘열섬화’는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편리, 편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양식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머니 지구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그 또한 불택선악(不擇善惡)입니다.”
불택선악! 하늘은 착하게 살며 열심히 기도하는 그 사람을 더 어여삐 여기지 않으며, 파국은 불가피하다는 동학(東學)적 표현이다.
지난 8월 14일 해월 최시형 선생 제155주년 승통일에 ‘천도교 환경선언’이 발표됐다. 천도교는 이 선언에서 올여름 지독한 더위를 단순히 기후변화라 하지 않고 ‘기후폭동’이라 했다. 하늘과 땅, 자연, 인간은 함께 어울려 가는 일체라고 한 해월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고 있음을 참회하고 반인간적이며 반생태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인간적이고 생태계를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을 선언한 것이다. 선언문을 읽으며 나는, 다시 올지 기약할 수 없었음에도 오늘 과실나무를 심고 다음 날 길을 떠났던 해월의 심정을 헤아려보았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