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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31> 관수일기로 본 300여 년 전 부산포 날씨

왜관서 전해드리는 조선 후기 부산 날씨 “가뭄이 매우 심각하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28 19:02:3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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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 520여 년 중
- 전대미문의 대기근
- ‘소빙하기’인 17~18세기
- 현종·숙종 때 일어나

- 1687~1870년까지
- 초량왜관 통솔한 관수
- 업무 기록한 ‘관수일기’
- 부산포 날씨 매일 기록
- 당시 흉작에 시달린
- 생활상 생생하게 알려줘

2018년 여름은 유난히 덥다. 111년 만의 무더위, 불바다가 된 한반도! 아프리카보다 더 무더운 서울이라 하여 ‘서프리카’란 말이 이제 낯설지 않다.
   
1687년부터 1870년까지 동래부 부산포 날씨를 거의 빠짐 없이 기록한 일본 측 초량왜관 ‘관수일기’.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에서 소장된 300여 년 전 기록으로 부산지역의 당시 날씨를 소상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바다를 사이에 둔 한·일 해양문화 교류의 저력을 말해준다.
기록적 폭염이라는 기상 이변 속에 지구가 홍역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북극 빙하 해빙…. 수온의 고온 현상으로 동해에서 명태를 비롯한 친숙한 물고기들이 식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기온 변화는 폭탄 전기요금을 비롯하여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후는 고대 이래 인류 문명사회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 산업의 성공 및 경제활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의 날씨가 어떠한지, 비가 오는지, 아니면 덥거나 추운지, 그 정도는 어떠한지 관심을 가진다.

뉴스 등을 통해 파악된 날씨에 따라 그날 온도가 얼마인지, 자외선 지수는 얼마인지,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인지 등에 따라 오늘 무엇을 입고 나갈지, 마스크를 할 것인지, 야외 활동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어떤 음식을 먹을지도 기후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가뭄과 흉작 많았던 조선 후기

   
초량왜관의 일본 측 관수가 기록한 ‘관수일기’ 표지.
이러한 기후문제는 농민이 전체 인구의 약 8할 정도를 차지하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더욱 중요했다. 전근대의 기후변화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백성들로 하여금 농토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유리·방랑하게 하여 수많은 경제 난민이 생겨나게 했다. 이러한 경제 난민들의 불만과 폭동은 지역을 초월하여 국가적인 규모로 확대되거나, 나라에 따라서는 심지어 사회혁명·정치개혁을 동반하여 왕조 교체까지 야기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잠시 수백 년 전 우리나라 기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조선 후기 특히 17세기 중반 이후 18세기 초반의 한반도는 전대미문의 가뭄과 흉작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세시대의 세계 기후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온난기(AD 11세기~14세기 후반)와 소빙하기(AD 14세기 후반~20세기 초)가 약 400~500년을 경계로 반복되고 있는데, 조선 후기는 소빙하기(小氷河期)에 속한다.

<그림 1>에 나타난 중세시대의 기온 변화를 참조해보자. 조선 시대(1392~1910년) 동안 가장 추웠던 시기가 1670~1710년 연간이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약 520년 동안 기근이 가장 많았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는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중에서 기근(飢饉)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현종(顯宗, 1660~1674년)과 숙종(肅宗, 1675~1720년) 재위 기간 중에 가장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신대기근(1670~1671년)과 을병대기근(1695~1696년)이다.
   
<표 1>

   
<그림 1>  출처 : 김덕진 ‘세상을 바꾼 기후’(다른출판사 펴냄· 2013)

■무려 184년간 기록한 ‘관수일기’

그렇다면 약 300여 년 전 한반도 동남쪽 국경 도시 부산의 날씨는 어떠했을까? 1687년부터 1870년까지 무려 184년 동안 계속하여 기록했던 일본 측의 ‘초량왜관 관수일기’(館守日記·‘每日記’(매일기)라고도 함.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소장) 속에 동래부 부산포 기후 동향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관수는 초량왜관에 있던 일본 측의 중요한 관리로 왜관 업무를 주관하고 왜관의 일본인을 통솔했다. 관수가 남긴 업무 기록이 ‘관수일기’인데, 초량왜관의 ‘관수일기’ 기록을 통해 당시 부산의 날씨를 비교적 생생히 복원해서 그 특징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넓게 보아 해양을 바탕으로 이뤄진 한국과 일본의 옛 교류, 즉 한·일 해양교류사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관수일기’에는 그날의 날씨(맑음·흐림·우천·반천·눈)와 풍향 등에 대해서 거의 매일 기록돼 당시 부산 지역민들의 생활상에 겁근할 수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1689년(숙종 15년, 일본 측 연호로 원록(元祿) 2년)부터 1710년(숙종 36년, 일본 측 연호 宝永(보영) 7년)까지 동래부 날씨 동향을 정리한 것이 <표 1>이다. 17세기 말 18세기 초의 약 10년 동안, 한 해 강우량이 특히 적었던 해는 1699년이다. 1699년(숙종 25년)은 9월에 윤달이 들어 있어 일 년 총 일수는 13개월 384일이다.

1699년의 날씨와 풍향에 대해 정리해보면, 맑음 298일(78%), 흐림 33일(8%), 우천 22일(6%), 반천(半天) 13(3%), 기록 무(無) 18일(5%)로서 가뭄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한 달 30일 중에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달이 일 년 ‘13개월’ 중에 거의 10개월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만 2월(맑음 62%)과 6월(맑음 60%)에는 흐리거나 우천·반천 비율이 다른 달보다는 조금 높았다. 그러나 모내기 철인 4월엔 우천 1일, 5월에는 우천 3일로 강우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살펴볼 수 있다.

■초량왜관의 한·일 교류사

17세기 말 18세기 초 농업 중심 사회였던 부산지역의 긴 가뭄은 농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터이므로 동래부사 및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갔을 터이다. 올해(2018년) 비 구경을 거의 하지 못한 부산 시민들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비 내리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하고 사회·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을 농업시대였던 그때, 부산 사람들이 겪었을 어려움과 고통은 더욱 크지 않았을까.

이렇듯 초량왜관 시기를 중심으로 당시 조선과 일본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나눈 교류 활동에는 연구할 내용이 많다. 해양문화의 교류 측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어쨌든 호되게 더운 이번 여름을 보내며 지구 온난화가 현대사회의 재앙이 되지 않도록 좀 더 겸손하고 지혜롭게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깊이 느낀다.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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