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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道德經), 혁명과 민주주의의 경전

‘정천구의 도덕경, 민주주의의 길’ 연재 200회 기념 특별기고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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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4 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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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 연재 중인 ‘정천구의 도덕경, 민주주의의 길’이 연재 200회(오는 29일)를 앞뒀다. 이 연재는 노자 도덕경을 민주(民主) 관점에서 일관되게 해석하고 제시한다. 민주(민중이 주인 됨)는 자치, 분권, 민주주의, 혁명적 변화로 확장된다. 이는 도덕경을 주로 무위자연과 도, 통치와 처세의 고전으로 여기는 관점과 태도를 확장한다. 200회를 앞두고, 도덕경이 민주주의 그리고 21세기 현대 우리 삶에서 갖는 의미를 필자 정천구 박사의 특별 기고로 싣는다.

- 민중의 주체적 정신 강조한 도교
- 노자를 받들며 도덕경으로 교화
- 깨우침 얻은 민중은 민란 주도
- 진제국 멸망시키고 새 세상 열어

- 무위자연과 도, 통치의 처세에서
- 민주주의 근간 ‘소국과민’까지
- 철학서 아닌 혁명서로 일컬을만

   
노자를 그린 그림.
기원전 209년, 진시황(秦始皇)이 죽은 이듬해의 일이다. 도성 함양(咸陽)에서 동쪽으로 2000여 리 떨어진 대택향(大澤鄕)에서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진승(陳勝)과 오광(吳廣), 두 농민이 주동자가 되어 민란을 일으킨 것이다. 아니, 민란은 지배층의 시선이니, 민중 혁명으로 불러야 마땅하다.

진승과 오광은 일행 900여 명과 함께 북쪽 변경 근처인 어양(漁陽)으로 변방 수비를 위해 가고 있었다.

대택향(지금의 안후이성 쑤저우시·安徽省 宿州市)에 이르렀을 즈음, 큰비가 내려 더는 나아갈 수 없어 기한을 맞출 수 없게 되었다.

사마천(司馬遷)은 기한을 어기면 참수를 당한다는 법률이 그들로 하여금 거사를 일으키게 했다고 ‘사기(史記)’에 썼지만, 기한을 어겼다고 참수를 당한다는 법령은 당시에 없었다.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은 지연은 죄를 묻지도 않았다. 진(秦) 제국의 가혹한 통치를 부각하려는 의도에서 지어낸 것으로 봄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진승오광의 난은 더욱더 의미심장해진다.

왜냐하면 참수를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체된 데 대해서도 면제받을 수 있었던 상황인데 굳이 봉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진승과 오광은 일행에게 거사에 동참하도록 호소하면서 “장사는 죽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죽게 된다면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쳐야 한다.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壯士不死卽已, 死卽擧大名耳. 王侯將相寧有種乎!)라고 말했다 한다.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라는 말보다 혁명적인 선언이 또 있을까?


#‘도덕경’, 도교의 경전이 되다

   
1972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마왕퇴 한묘에서 발굴된 노자 백서(帛書).
신분의 구분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니! 누구나 왕후장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진승과 오광은 당시 돼지나 말보다 값어치가 없던 농민이 아니던가? 그들의 외침은 그 공고하던 차별과 불평등의 당연함을 일거에 뒤집는 항거였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진 제국은 멸망하고 건달 유방(劉邦)이 최초의 평민 황제가 되었다. 그 후 2000년 동안 민심을 배반하는 정치가 무르익을 때마다 민중이 봉기하게 만든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런 민중 혁명에 사상적 자양분을 제공한 책이 ‘도덕경’이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할 것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도덕경’은 제왕의 통치술을 말하고자 했고, 고대 전설 속의 제왕인 황제(黃帝)와 묶여 ‘황로학(黃老學)’이라 일컬어지면서 지식인들의 처세술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위진시대(魏晉時代, 220∼420)에는 ‘장자(莊子)’, ‘주역(周易)’과 더불어 ‘현학(玄學)’이라는 학문을 이루더니 형이상학의 철학으로 변했다.

한편, 동한(東漢, 25∼220) 시대에 중국 고유의 전통 종교인 도교(道敎)가 성립되면서 민중 종교의 경전이 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황건적의 난’(184년)을 일으킨 태평도(太平道), 그보다 조금 늦게 성립되어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면서 태평도 신도들을 흡수한 오두미도(五斗米道)! 오두미도는 노자를 교주로 받들고 ‘도덕경’으로 민중을 교화했다. ‘도덕경’을 종교적 입장에서 해석한 ‘노자상이주(老子想爾注)’도 오두미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두미도는 교도들이 스스로 아끼고 서로 돕게 했으며,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도우며 선행으로 과실을 갚게 했는데, 이는 민중이 관부(官府)에 저항하고 민중들이 서로 구제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정신을 지니게 했다. 흥미롭게도 그런 정신의 씨앗이 ‘도덕경’에 내재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굳이 지배층이 통치술과 처세술로 읽던 ‘도덕경’을 경전으로 떠받들었겠는가?
#‘도덕경’, 혁명적 선언을 담다

   
함곡관을 나서는 노자를 그린 단원 김홍도의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조선의 화가들도 노자를 두루 그렸을 만큼 노자는 유명하고 친숙했다.
‘죽간본 도덕경’에 나온다. “잔꾀를 끊고 말재주를 버리면 민중의 이로움이 백 배 더하고, 위선을 끊고 염려를 버리면 민중이 효도와 자애로 돌아간다.”(絶智棄辯, 民利百倍; 絶僞棄慮, 民復孝慈)

노자는 다채로운 사상과 다양한 학문이 꽃을 피우며 경쟁하던,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에 활동했다. 그런 시대의 산물인 풍성한 지식과 정교한 변론은 사유의 전환과 확장을 가능하게도 했지만, 동시에 사리사욕과 부당한 권력을 뒷받침하는 간교함과 위선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 간교함과 위선의 최대 피해자는 또 누구겠는가? 다름 아닌 민중이다. 노자는 이를 꿰뚫어 보았다.

‘통행본 도덕경’ 2장에서는 “성인은 억지로 함이 없는 일을 하고, 말하지 않는 가르침을 행한다”(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고 했다. 통치자와 정치가에게 하는 말이다. 민중을 위한답시고 일을 벌이지 말라는 것이며, 자신은 하지도 않는 것을 민중에게 가르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는 말이다. 그들의 통치나 정치가 대개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일을 덮어 가리거나 포장하는 수작임을 역시 꿰뚫어 본 것이다.

   
진승과 오광의 거사를 그린 중국의 역사 그림.
오두미도에서 ‘도덕경’을 가르칠 때, 통치자와 관리들의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쳤을까? ‘도덕경’에 담긴 메시지를 민중에게 들려주었을 때, 민중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속았다며 울분을 토하거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거나 여전히 세상의 견고한 벽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거나 등등 다양하게 느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보고 각성하는 경험은 공통으로 했으리라.

오두미도 이후로 도교는 오늘날까지 중국인의 삶과 사유를 지배하는 종교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다양한 교파가 생겨나고 사라졌지만, 그 교파들은 한결같이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교단을 형성했다. 때로 타락하여 몰락하기도 했으나, 곧 혁신된 교파가 새롭게 등장했다. 진인(眞人)이라 불리는 지도자도 있었으나, 모든 교단은 본질적으로 교도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노력과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도교 교단은 제국 안에서 소국을 이루며 명맥을 이어왔는데, 이야말로 ‘도덕경’에서 말한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실현이다.


#되돌아감도 뚫고 나아감도 모두 도다

어떻게 ‘도덕경’을 민주(民主)와 연결 짓느냐고 묻는 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선 “나라를 작게 하고 민중을 적게 한다”는 ‘소국과민’을 하나의 답으로 제시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그리스 아테네가 바로 소국과민이었고, 오늘날 시민들이 주장하는 지역분권도 소국과민의 변신이라고.

   
소국과민에서는 민중 하나하나가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다. ‘도덕경’ 56장, “빛과 어우러지고, 티끌과 하나 되라!”(和其光, 同其塵) 누구든 빛이 될 수 있고, 누구나 티끌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판단과 결단에 따른 주체적 선택으로 가능하며, 누구도 차별받을 수 없다. 역시 56장, “누구나 천하에서 가장 귀한 존재다!”(爲天下貴) 소국과민, 나아가 ‘도덕경’에는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도덕경’은 혁명을 이루려는 민중에게 따끔한 조언도 해준다.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反者, 道之動) 인간사의 현상에서 급격한 변화는 이전 상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므로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일침이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혁명이 회귀 앞에서 좌절했던가!

정천구·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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