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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30> 황해에서 요동친 조선과 청나라

청나라, 해군 통한 조선 지배력 강화 … 청일전쟁 불씨 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21 19:20: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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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 권력자 리홍장 영국전함 구매
- 황해 북쪽 방어 위해 부대 창설

- 임오군란 중 흥선대원군 납치 등
- 조선 문제에 직접적인 군사 개입
- 日이 지지한 갑신정변 제압 후엔
- 인천에 전함 배치 청 해군기지화

- 나가사키 사건 등 자극받은 日과
- 군비경쟁 끝에 결국 전쟁 치러
- 국력 쇠퇴·망국 치닫는 계기돼

1882년 8월 26일 딩루창(丁汝昌)이 이끄는 청나라 군대는 한성에 진입해 군란의 책임을 물어 대원군을 구금했다. 비 오는 밤길 120리를 행군해 다음 날 새벽 마산포(경기도 화성시)에 도착했다. 이들은 대원군을 곧바로 등영주(登瀛洲)호에 태워 텐진으로 압송했다. 한두 줄로 요약한 임오군란 당시 대원군 납치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 속에는 2000년 한·중관계사의 극적인 변화가 숨겨져 있다.
1894년 청일해전 때 조선 연안에서 벌어진 청나라와 일본의 해전을 그린 일본 측 그림.
■청의 군사개입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임오군란 중에 중국이 조선 문제에 직접적인 (침략적) 군사개입을 했다는 점이다. 조선 500년 역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누구는 병자호란을 떠올려 중국의 침략이 있지 않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병자호란은 엄격한 의미에서 북방민족이던 후금의 만주족이 갓 청으로 국명을 바꾼 뒤 남침한 사건이다. 고려 시대에 거란의 요, 여진의 금, 몽골의 원도 어찌 보면 북방민족의 침략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중국 왕조와 한국 왕조 사이에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오랜 친선관계가 이어져 왔다. 물론 요동이라는 지리적 방어막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황해를 건너 마산포로

다시 주목할 대목은 임오군란 때 어떻게 3000여 명의 청군이 조선에 신속하게 왔을까 하는 점이다. 그들은 육로가 아닌 청나라 북양수사(北洋水師)의 군함과 민간용 윤선을 타고 황해를 건너 마산포로 들어왔다. 마산포는 인천에서 27㎞ 남쪽에 위치한 남양만의 포구이다. 청 수사가 인천과 더불어 자주 이용한 미개항 항구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근대는 바다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려면 육로를 통해 몇 개월이 걸렸다. 비록 해로가 있었지만, 너무 위험해 기피했다. 범선이 아닌 윤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중 간 교통로에서 증기선의 출현은 전신망과 더불어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북양수사, 최초의 대외군사행동

수리 중인 청나라의 전함 진원호. 조세현 제공
북양수사란 1881년 말 청나라 거물 정치인 리홍장(李鴻章)이 딩루창에게 북방의 해양 방어 책임을 맡기면서 처음 공식 문서에 나타난 해군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대원군 납치사건 기사에 언급된다. 리홍장이 영국에서 구매한 순양함 초용(超勇)과 양위(揚威)라는 자매함과 몇 척의 배를 보태 연근해 군사작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부대이다.

군함은 두 척 이상 동시에 건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초용호와 양위호는 텐진에서 황해를 건너 조선과 영국·미국·독일 간 통상조약을 체결할 때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과거 군함이 없어 일본의 대만 침공사건이나 강화도사건 때 개입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청의 시각에서 보면, 임오군란은 북양수사가 처음 실행한 대외군사작전으로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 사건은 조·청 관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조선선후사의’와 리홍장

1882년 10월 말 장페이룬(張佩綸)이란 젊은 학자가 ‘조선선후사의(朝鮮善後事宜)’(6조)라는 글을 청 조정에 올려 조선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요청했다. 거물 정치인 리홍장이 이 젊은이의 글을 하나하나 논평했는데, 여기서 대조선정책의 전환이 잘 드러난다. 장페이룬은 “육군이 왕도(王都)를 수호함은 해군이 해구(海口)를 보호함만 같지 못하다”며 육군에 의한 한성 지배보다는 북양수사에 의한 인천 지배가 유리하다는 주장을 폈다.

리홍장도 영국이나 독일에서 신형 군함을 구입해 장차 조선 해안까지 수비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나아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조선의 지리적 여건 상 청의 육군보다는 해군력을 강화하는 것이 조선을 통제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북양육군에서 북양수사로

전함 양위호에 설치된 거대한 함포.
“당(唐)부터 명(明)까지 조선에 일이 있으면 항상 랴오선(遼沈)에서 병력을 보낸 것은 바다로부터 건너가는 병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오늘날 동서양의 윤선이 발전하여 하루에 천리를 갑니다. 조선 형세는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어서 수사가 더욱 적당합니다. 윤선은 옌타이(煙臺)에서 조선의 한강 입구까지 하룻밤이면 도달할 수 있고, 텐진 다구(大沽)에서도 사흘이 걸리지 않습니다. 만약 랴오선에서 육로로 조선 왕성까지 가려면 반드시 20여 일이 소요되어 종종 일에 늦습니다. 조선을 방어하려면 반드시 병선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시대 변화에 따른 변통입니다.”(‘조선선후사의’ 제5조).

이것은 조선에 대한 군사전략을 육군에서 해군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북양수사, 두 번째 대외군사행동

1884년 12월 한성에서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조선 대신들이 청군에 도움을 청하자 한성에 머물던 위안스카이(袁世凱)의 군대가 왕궁으로 진입해 개화파를 지지하던 일본군을 몰아냈다. 이때도 리홍장은 청·프 전쟁으로 말미암아 남양에 파견했던 북양 소속 초용호와 양위호를 불러들였다. 배들이 조선에 도착했을 때는 정변이 이미 평정되었다. 하지만 인천항에 군함 세 척을 순환 배치해 인천을 북양수사의 전진기지로 만들었다. 청의 조선에 대한 기본전략이 북양육군에서 북양수사로 바뀐 것을 확인한 셈이다.

■나가사키사건과 청일 해군력 경쟁

얼마 후 나가사키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1885년 4월 영국해군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거문도를 점령한 일과 관련이 깊다. 리홍장은 고종에게 영국의 거문도 점령을 허락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냈다. 러시아와 일본도 영국의 군사행동에 반발하며 무력 시위를 했다. 북양수사는 새로 구입한 철갑선 정원(定遠)과 진원(鎭遠)을 중심으로 함대를 부산과 원산 일대로 출동시켰다. 문제는 북양함대가 선박을 수리하고 연료를 공급받는다는 이유로 일본 나가사키에 기항하면서 일어났다.

보통 역사책에는 나가사키 사건을 청의 수병과 나가사키 경찰 사이에 두 차례 난투극이 벌어져 다수 사상자를 내면서 중·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사건으로 나온다. 하지만 더욱 주목할 사실은 북양함대가 능력을 과시할 요량으로 일본 지도층을 초대해 선상 파티를 연 점이다. 청의 첨단 해군력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자 일본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 후 해군력 강화를 최고 목표로 삼아 경쟁적으로 군사력 증강에 나선다.

북양수사가 황해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조선에 수시로 군함을 파견해 육군보다 먼저 군사 행동을 한 사실 등은 전통적 책봉·조공관계에서 이탈해 유사 제국주의적 형태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일본 해군력의 팽창을 가져와 얼마 뒤 청일전쟁이라는 엄청난 사건의 불씨가 되었다. 최근 동북아의 군사 경쟁, 특히 해군력 증강이나 도서·영해 갈등을 보노라면 근대 청·일 간 군함 구매를 둘러싸고 벌어진 경쟁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끊임없는 군사력 경쟁이 결국 서로의 안전이 아닌 파멸로 이끈 불길한 경험과 함께 말이다.

조세현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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