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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화현장 <52> ‘독립군 노래’ 연구 한길 문학평론가 황선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은 희망의 노래 … 그 염원 민족정기로 흘러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8-16 19:09:3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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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독립군 시가로 박사학위
- 연변 등 오가며 20년 넘게 연구
- 확보한 자료 700여 곡 달해

- 청소년과 나누고픈 18곡 선별
- 4번째 저서 ‘독립군 노래…’ 담아
- 동인고 중창단 동아리가 녹음
- 온라인으로 널리 알리는 게 목표
- 일제강점기 민족 위해 피땀 흘린
- 독립운동가들과 사연 등 소개

“최근 ‘독립군 노래 이야기’(현북스 펴냄)라는 책을 낸 뒤 저자 강연 요청이 들어왔어요. 가서 강연을 하니 호응은 좋았는데, 청중이 막상 책에 소개한 독립군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막연해하거나 낯설어하더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을 좀 했지요.”
   
황선열 문학평론가가 지난 10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전시실에서 최근 ‘독립군 노래 이야기’를 펴낸 뜻을 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독립군 노래 이야기’의 저자 황선열 문학평론가(부산 동인고 교사)는 궁리 끝에 이 책이 주요 독자층으로 삼은 청소년이 직접 책 속의 노래를 익혀 부르게 하고, 이를 녹화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보급’하면 어떨까 하는 데 생각이 닿았다. 노래를 불러줄 청소년은 금방 떠올랐다. “제가 28년째 재직하는 동인고의 중창단 동아리에 부탁하면 좋겠다 싶더군요.”

   
동인고 중창단 동아리 학생들이 ‘독립군 노래 이야기’에 나온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렇게 결정하고, 중창단에 노래를 의뢰하자 조금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책에는 독립군 노래 18곡이 실렸다. 그 가운데 한 곡(‘한인 소년병 군가’)은 악보를 발굴하지 못해 현재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그리고 10곡은 이미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 올라 있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황선열 문학평론가는 나머지 7곡을 불러 달라고 중창단 동아리에 요청했다.

“연습을 시작하고 고작 1시간쯤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독립군 노래 7곡에 대해 감을 잡는 겁니다. 그래서 곧장 녹화에 들어갔는데, 촬영도 1시간 만에 끝내버리더군요. 연습에 1시간, 녹화에 1시간 이렇게 2시간 만에 독립군 노래 7곡을 익혀버린 거죠. 자라나는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독립군 노래와 독립군의 나라 사랑을 알리는 게 이번 책의 목표인데, 청소년들이 이렇게 가뿐하게 노래를 소화하는 걸 보고 ‘이 일은 되겠구나’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 1994년부터 독립군 시가 연구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황선열 문학평론가는 ‘독립군 노래’ ‘독립군 시가’ 연구가이다. 2004년 그는 영남대에서 일제강점기 독립군 시가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 2005년 ‘일제시대 독립군 시가 연구’(한국문화사)라는 단행본으로 펴냈다. “독립군 시가(독립군 노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제가 처음인 것으로 압니다. 그 뒤로도 없는 것으로 알아요.”

2006년 그는 만주 연변 지역 독립군 시가 자료집 ‘광야의 노래’(한국문화사)라는 두꺼운 책도 펴냈다.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 연변대 교수로 있던 일제강점기 한민족 예술 연구 권위자 권철 선생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권철 선생께 헌정하기 위해 2006년 연변에 갔다. “그때 권철 선생이 ‘국내의 독립시가 연구는 처음이다’라고 저를 반기시며 당신의 제자 두 분과 의형제를 맺도록 하셨습니다. 권철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저는 그때 맺은 의형제들과 지금도 잘 지냅니다.”

그는 이에 앞서 2001년 독립군 시가 자료집 ‘님 찾아가는 길’을 냈다. 올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독립군 노래 이야기’를 펴내면서 이 분야 연구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쌓았다. “1994년 박사 학위 논문 주제를 독립군 시가 연구로 잡은 뒤 오랜 기간 자료를 모으느라 고생했지요. 1994년을 기점으로 잡으면, 20년을 훌쩍 넘겼네요.”

엄혹했던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고 민족 얼을 지키고자 피땀 흘린 독립군의 존재는 그의 삶에 감동을 줬고, 학문 안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절박하면서도 긍지에 차 있었을 독립군이 그 상황에서 만들어 불렀던 노래가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혀준다고 봤어요. 우리의 민족 정서를 담고 드러내는 민족문학의 한 요소로서 자리매김할 가치가 충분한 것이죠. 뛰어나지 않은 노래들이 있다 하더라도, 독립운동 하던 분들은 제대로 창작하거나 다듬거나 발표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죠. 윤동주 한용운 시인 등이 남긴 문학 유산과 함께 우리 민족문학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힘과 가치가 독립군 노래에는 있지요.”

■ 간결하게 압축한 산문도 눈길

지난 10일 그를 인터뷰한 장소는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었다. 우리 일행을 환대해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윤태석 관장은) “황선열 박사의 독립군 시가 연구와 어린이 청소년을 배려한 ‘독립군 노래 이야기’ 같은 저서는 우리 역사관으로서도 아주 반갑다”고 반겼다. 황선열 문학평론가는 “일제강점기와 독립군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부산에 생긴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화답했다.

이번에 나온 ‘독립군 노래 이야기’는 동학혁명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끝없이 일어선 우리 독립군 노래 18곡을 선별해 싣고 이와 관련한 독립운동 이야기와 노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확보한 독립군 노래 자료가 곡 수로 따져 모두 700곡 정도 된다 하는데, 이 가운데 첫 저서인 독립군 시가 자료집 ‘님 찾아 가는 길’에 400곡 정도 실렸다. “그 400곡 가운데 청소년 어린이를 위해 중요도가 높고 꼭 나누고 싶은 노래 18곡”을 악보와 함께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 저자의 산문이 간결하게 잘 압축돼 있고 흥미도 갖춰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청소년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압축해서 쓴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연구를 시작한 1994년부터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이 큰 도움이 됐다. 책을 기획한 출판사의 노력도 컸다”고 말했다. 책은 부산의 큰 인물인 먼구름 한형석(한유한) 선생이 작곡한 ‘압록강 행진곡’을 비롯해 ‘안중근 옥중가’ ‘의병 격중가’ ‘소년 행진가’ ‘고난의 노래’ ‘광야를 달리는 독립군’ ‘형제별’ ‘님 찾아가는 길’ ‘따오기’ 등을 실었다.

■ ‘희망가’ ‘봉선화’ 친일 노래 아냐

황선열 평론가는 “‘안중근 옥중가’를 접한 독자가 ‘안중근 의사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일제에 전쟁을 선포한 독립군 자격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뜻을 이제야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내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특히 ‘희망가’와 ‘봉선화’를 책에 포함한 이유가 있다. 이 두 노래는 우리 민족이 나라 잃은 설움과 독립의 염원을 담아 일찍부터 불렀으므로 ‘독립군 노래’에 분명히 포함된다. 만주지역 독립군 양성학교에서도 부르던 ‘희망가’는 뒷날 친일행적을 남긴 대중 가수 채규엽이 1930년 취입하면서 친일 노래로 알려져 버렸다. 김형준 선생이 작사한 ‘봉선화’와 또한 항일 시가로 작사됐는데, 훨씬 뒤인 1940년대 친일 음악단체가 부르고 친일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쓰인 데다 작곡자 홍난파의 친일행적 논란이 겹쳐 친일노래로 조명된다. 나는 이들 노래를 친일 노래로 보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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